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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 스님의 가릉빈가] 7. 불교적으로 본 베르디

기자명 법보신문

창작 활동이 곧 ‘사회 회향’
노후엔 재산 털어 자비실천

음악애호가들에게 최고로 유명한 오페라 ‘아이다’,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일트로바토레’의 작곡가인 베르디는 당시 오스트리아 점령지인 북부 이탈리아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1813년에 태어났다. 아담한 모텔과 작은 슈퍼를 운영하는 맞벌이 부모님의 영향으로 전국에서 방황하는 무명음악가들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었으며 그들을 스승으로 삼아 편하게 음악공부를 할 수 있었다.

많은 창작적인 시련을 겪으며 음악의 대가(大家)가 되었으면서도 스타의식이나 유행을 전혀 따라가지 않았으며 이탈리아식 오페라만 작곡하였다. 동갑내기 작곡가인 바그너가 유럽음악을 휩쓸 때에도 흔들리거나 동요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수처작주(隨處作主)의 창작만 하였던 것이다.

프랑스의 명문 오페라극장에서는 70% 이상을 베르디의 작품만 공연하던 시절도 있었다. 영국에서도 역시 유명한 오페라 작곡가로써 최상의 인기를 누리며 음악활동을 하였으나 시기심과 질투로 인한 모함 및 험담이 늘 그를 따라다녔다. 법구경의 “아, 아, 그를 누가 비난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황금의 정수와 같아서 저 신들마저도 그를 찬양하나니….”가 타당한 비유인 것 같다.

안티(Anti)들이 말을 만들어내고 입방아를 찧어도 베르디는 무덤덤했으며 한밤중에 악상이 떠오를 때마다 피아노를 치면서 곡을 창작한 후 부인인 소프라노 ‘주세피나’에게 “사랑하는 내 아내여, 들어보시구려. 지금 만든 곡을!”하면서 밤새 대화를 하였다고 한다. “잠든 이 밤에 홀로 깨어서 내면의 등불을 켜고 있는 이, 그는 니르바나, 저 새벽을 보고 있다. 무지의 긴긴밤은 이제 그에게서 영원히 가 버릴 것이다.”라는 법구경 말씀이 필자에게 문득 떠오른다.

가장 많은 구설수를 듣던 시기에 오페라 ‘팔스타프’를 작곡하면서 휴식할 때마다 성서의 ‘수난기(受難記)’와 ‘법화경(法華經)’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렸다고 한다. 그는 “인생은 고행이며 수행이다. 젊은 시절에는 지나친 혈기, 방탕, 유혹, 잘난 척의 마구니에 빠져 지옥의 꿈을 꾸고 있었다. 물론 선악을 구분할 수는 있었지만, 인생의 업(業)에 대하여는 느끼지 못했다. 모르는 것 그 자체가 죄악이었다. 그러나 음악만큼은 약간 알고 가니 행복하다는 것을 ‘팔스타프’를 작곡하며 깨달았다.”라고 하였다.

베르디는 자신이 아끼는 위대한 창작 작품을 ‘오페라’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오로지 불교식 회향(廻向)이었다. 밀라노에 그의 전 재산을 털어 건축한 ‘음악가 안식의 집(Casa di Riposo)’은 늙고 아프며 생계가 막막한 음악가들을 위한 ‘보현의 집’이었다.
법구경에 나오는 “굶주림은 가장 큰 병이며 육체는 고통의 근원이다. 이를 분명히 깨닫게 되면 그대는 알 것이다.

니르바나, 그것만이 최상의 기쁨이라는 것을.”을 베르디가 잘 이해한 것 같다. 필자는 그의 수많은 오페라가 뜻하는 것은 “인간의 모든 것은 익살과 코미디라네, 누구나 광대로 태어났으니까…. 음악은 지친 나그네의 스트레스를 풀어준다네.”일 것이나 “베르디의 자비실천행(慈悲實踐行)만큼은 근본적인 복을 짓는 것이 아닌가.”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베르디의 임종(88세) 유언은 “나의 장례는 새벽에 깔끔하고 아주 검소하게 해주기를 바라며 오페라 ‘데 데움’의 스코어(악보)를 함께 묻어다오.”였다.

베르디는 세월만 흘러 보낸 것이 아니라 음악가 세계에서 다른 예를 들 수 없을 만큼 노년(老年)의 창작이라는 경지를 이루었던 것이다. 다른 노(老)작곡가들은 기껏해야 잘나가던 과거만 회상하는 연세인데도 그는 인생의 최대 작품들을 작곡하였던 것이다. ‘오델로’는 74세에, ‘팔스타프’는 80세에, ‘4개의 소품’은 83세에 작곡하였다. 이는 노년(老年)에 이루어낸 위대한 창작이었던 것이다. 

상무 스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sangmoo1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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