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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변호사의 세상읽기]

기자명 법보신문

세상 모든 것들은 상호의존관계에 있어
인간이 지배자 아님을 명확히 인식해야

사람들은 인간이 만물의 영장(靈長)이고 사람들만으로 풍요를 누리며 잘 살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모든 것을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다른 것은 마치 사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사람의 편익을 위해서 산과 들을 마구 파헤치고 깎아내는가 하면, 강을 막고 물길을 마음대로 돌려놓으며, 보다 풍요롭게 먹고살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뭇 생명의 씨를 말릴 정도로 잡아 죽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인간우월의 생각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과학기술의 발달과 경제성장을 계기로 사람들은 그의 편익을 위해서 마련된 기계에 길들여져 이제는 오히려 기계에 매어 사는 꼴이 되었다. 오늘날 관심의 대상으로 부각된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환경문제, 오존층파괴로 인한 자외선의 피해, 야생동식물의 멸종위기 등 이루 헤일 수 없을 만큼 많은 문제가 인간의 무지와 무절제한 개발의 부산물로 부각되어 인간을 비롯한 생물의 생존을 위협할 지경에까지 이르렀음을 알게 된지 오래이다. 이 모든 불행이 인간의 무지에서 비롯된 인간중심의 사고(思考)가 빚어낸 결과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인간을 비롯한 지상의 생물들은 대기(大氣) 중에서 숨을 쉬며 삶을 유지한다. 물속에서 서식하는 생물들은 그곳이 안온한 삶의 보금자리이다. 지상에서 사는 우리가 물속에서 살 수 없는 것처럼, 수중에서 사는 생물들은 우리가 사는 이 대기 중에서는 살아갈 수 없다. 물속의 고래라던가 물고기들은 물 밖 지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를 보고 퍽 안쓰럽게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입장만 바꿔놓고 보면 대기권이나 수중이 다를 것이 없고, 상대방의 처지만 이해하고 보면 결과적으로는 모두가 마찬가지이다. 거기에 너는 열등하고 나는 우월하다는 도식(圖式)이 있을 수 없음은 물론이다. 구태여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인연으로 생겼으며 변하지 않는 참다운 자아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법무아(諸法無我)까지 들먹일 것도 없이, 모든 것은 서로 의존하는 관계에서 생겨나 존재를 유지하다가 결국은 원점으로 사라져 가는 것이며, 다른 것에의 의존 없이는 그 어느 것도 삶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한 이치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한 때도 없어서는 아니 되는 의식주(衣食住)만 해도 본래부터 사람의 것이 아니고, 또 사람에서 생겨난 것도 아니다. 우리는 몸을 가리기 위해서 각종 식물의 섬유나 석유화학물질을 원료로 한 섬유를 필요로 하며, 매일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쌀, 보리, 콩과 같은 식물의 열매라던가 많은 고기와 생선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사는 집만 해도 저절로 사람에 붙어 생겨난 것이 아니다. 많은 재목, 철근, 시멘트 등의 건축 자재가 있어서 비로소 마련되는 것이 집이다.

사람은 이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생물과 무생물의 도움을 받으며 삶을 유지 하고 있는 것이고, 그러한 사정은 다른 것의 경우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비슷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인간이 이 세상에서 독불장군 노릇을 할 수 있겠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부처님께서 아난다 비구에게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잡아함의 『불사경(不思經)』에서 이르시기를 “법과 법은 서로 이익되게 하며, 법과 법은 서로 의지한다”라고 말씀하신 것이 그것이다. 여기에서 법이란 두 말할 것도 없이 일체 현상 또는 사물(事物)을 가리킨다. 모든 것은 서로 의지하고 돕는 가운데 존재하는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신 대목이다. 『화엄경』에서 볼 수 있는 이이불이(二而不二), 곧 “둘이되 둘이 아니다”라거나, ‘일즉일체 일체즉일(一卽一切 一切卽一)’, 곧 “하나가 곧 모두요, 모두가 곧 하나”라는 말 역시 같은 맥락의 말이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이웃으로 인해서 살아있다는 것을 깊이 새겨 서로 존중하고 도우며 살도록 힘쓸 일이다.

이상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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