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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의 여운깊은 책읽기] 매춘을 묵인하는 기묘한 신심

기자명 법보신문

『일회용 사람들』/케빈 베일스 지음/편동원 옮김/이소출판사

태국은 불교국가입니다. 6천만 명이 넘은 전체 인구 가운데 약 95% 가까운 사람들이 불교신자입니다. 그리고 물가가 저렴하고 멋진 휴양지도 있어서 사람들을 기분 좋게 이완시킵니다. 그래서 수많은 각국의 여행객들은 사찰순례도 하고 해변가에서 여유를 부리거나 카오산 로드 같은 해방구에서 잠시 일탈을 맛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불심이 깊은 나라 태국이 관광지로 환영받는 데에는 매춘이 큰 역할을 차지합니다. 태국에는 50만 명에서 약 100만 명의 매춘여성들이 있으며 아주 쉽게 성매매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 세계 남성들이 몰려든다고 합니다.

태국에서 이렇게 매춘이 ‘성업(!)’인 가장 큰 이유는 가난입니다. 농촌 가정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벗지 못하고 큰돈을 만지지 못합니다. 죽도록 일해도 수입은 늘어날 가망이 없고, 사회복지나 의료보장제도가 없기에 사람들이 큰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는 ‘딸을 팔 때’라는 것입니다. 딸을 팔면 1년 수입에 맞먹는 돈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설령 팔려간 딸이 매춘업소에 넘겨지는 줄 아는 부모들도 눈을 질끈 감고 딸을 파는 처지라고 합니다. 소녀들은 부모에게 미리 지불된 돈을 갚느라 하루에 열 명이 넘는 남성에게 몸을 파는데, 그들이 채무 노예로 일하는 기간은 2년에서 5년 정도로 짧고, 그 사이에 병이 들어도 업소는 새로운 소녀로 교체하기가 쉬워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합니다(93쪽).

저자는 태국에서 매춘이 성업인 이유를 불교에서도 찾고 있어 주목할 만합니다.
“태국에서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불교 유파는 여성을 남성보다 훨씬 비천한 존재로 간주한다. 예를 들면 여성은 불자들의 궁극적인 목표인 해탈에 이를 수 없다. 또한 특별한 정성을 기울여야만 다음 생에서 남자로 태어날 수 있다.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아주 비참하고 죄 많은 전생을 통과했음을 의미한다(66쪽).”

이런 죄의식을 지닌 순박한 농촌의 딸들은 집안이 가난을 벗어나고 죄 많은 자신을 낳고 길러준 부모의 은혜를 갚기 위해 그 어떤 부당한 처사가 가해져도 반항하거나 거절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불교는 인생의 번뇌와 고통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인정하고 체념하라는 중심 메시지를 전한다.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그것은 개인에게 주어진 운명 즉 인과응보다. 사람들은 현생의 고통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67쪽)”는 종교교육을 받은 까닭에 매춘업소에 팔려가 강간과 구타와 착취를 당해도 여성들은 참고 견디며 “자신의 운명이며 업보이니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게 해달라고 매일같이 부처님에게 기도하며 산다(100쪽)”는 것입니다.

붓다가 일러준 업은 체념이나 포기를 위함이 아니요, 인간세상이 그물코처럼 엮어져 있는데 한 인간의 불행이 어찌 그 개인의 전생의 죄 때문 만이겠습니까? 이런 불교는 없습니다. ‘태국식 불교’는 그러할지 몰라도 이건 불교가 아닙니다. 붓다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이미령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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