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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남은 경구]서울북부교육청 조학규 교육장

기자명 법보신문

유년시절 초심이 현재의 나 만들어

처음 마음을 발할 때가 곧 정각(正覺)을 이룬 때이다.(初發心是變正覺) -법성게-


내가 법성게(法性偈)를 만난 것은 1974년 여름 불국사에서였다. 불국사하면 신라시대 고찰인 관광사찰로만 연상하였었는데,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주최 하계 연수에서 본 불국사는 나에게는 경외감으로 다가왔다. 새벽 4시에 기상하여 불국사 경내로 들어가 참선, 염불 그리고 설법을 듣고 있노라면 한낮의 번잡한 불국사가 참선도량으로 새로 나타나는 것이었다. 특히 그 때 지도법사님이신 동국대학교 이기영 교수님의 사자후는 지금도 귀에 들리는 듯하다.

법성게가 특히 내 마음에 와 닿는 이유가 있다. 반야심경의 ‘색즉시공(色卽是空)’은 내가 가진 근기가 짧아서인지, 색이 공인 듯하면서도 역시 색으로 돌아서버리는 안개 같은 느낌이었고, 잡은 듯하면서도 허공인 상태에서 머무는 경우가 많아 가물거리던 그 때, ‘법성원융무이상(法性圓融無二相)’즉 ‘법성은 둘이 아니다 결국 하나다.’ 라는 개념은 사바 생활을 하는 재가자인 나에게 쉽고 편하게 이해되었다. 수학에서도 자연수 1이 0보다는 이해하기 쉽듯이 법성게 속의 ‘일중일체다중일(一中一切多中一)’즉 ‘하나 속에 모두가 있고, 모두 속에 하나가 있으니, 하나가 곧 전부요 모두가 곧 하나이다.’라는 이야기가 손에 잘 잡힐 듯하였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까닭인지 지천명이란 오십 나이에 들어서 저절로 흥얼거리는 소리가 있다면 그것은 법성게 중에 나오는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是變正覺)’즉,‘처음 마음을 발할 때가 곧 정각(正覺)을 이룬 때이다.’라는 말이다. 처음 발심한 때가 바른 깨침을 이룬 때이니, 처음 발심한 그것이 변치 않고 그대로 있으면 그것이 곧 정각의 경지라는 말이다. 처음 발심을 냈을 때 이미 정각을 이룬 것이라는 말이다.

무슨 일이든 시작할 때의 마음을 끝까지 가지고가면 성공하지 않을 것이 없다. 사람은 원래부터 배우지 않아도 착한 일을 해야 된다는 생각이 이미 내재되어 있고, 갈등하는 선악의 선택 속에서도 착한일이 어느 것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이를 보통 ‘양심’ 또는 불교에서는 ‘불성’이라고 한다. 나는 양심이나 불성에 가장 가까운 것이 ‘초심’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불성이 있기에 처음 딱 떠오르는 생각, 즉 초심이야말로 ‘부처님 생각’이다.

초등학교 입학할 때는 ‘열심히 공부해서 고생하시는 우리 엄마를 기쁘게 해주어야겠다.’라는 초심이고, 고등학교 입학할 때는 ‘학업에 정진하여 청운의 뜻을 펼쳐 위대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초심일 것이며, 사랑을 만났을 때는 ‘그 자리에서 돌이 된다 해도 너를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치리라!’ 다짐하는 초심이고, 새해 첫날인 설날 결심에는 ‘여린 중생의 마음을 접고 향기로운 부처의 마음을 다잡고 살아가야겠다’라는 초심일 것이다.

이토록 맑고 향기로운 초심을 굳건히 세우고 중도에는 포기하는 일 없이 ‘열심’히 행하고 끝까지 굽히지 않는 ‘뒷심’으로 밀어부치면 바로 그곳이 극락세계이다. 그런데 초심이 뜬구름처럼 바람 따라 흔들리는 나의 행동을 바라보며 내마음을 다잡을 때마다 읊조리는 말이 바로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是變正覺)’이라는 경구인 것이다.

학창시절에 어려운 가정형편 관계로 학업 중단의 기로에 서서 마음을 다잡지 못해 자취방 근처의 다른 종교의 예배에 참석하였지만, 결국 학생 법회를 찾아가 사춘기의 번민을 해결한 깊은 이유가 유년시절 어머님의 손을 잡고 법당에 따라 다닌 초심의 결과라고 생각된다. 불교를 만난 초심이 나의 마음의 고향인 어머님과 함께 있기에 감성적으로 더욱 사랑스런 경구가 된 것 같다.

 

조학규 (서울북부교육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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