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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묵 스님의 풍경소리]

기자명 법보신문

인연법을 앎은 인과가 비껴감이 없음 믿고
결과 아닌 과정 소중히 하고 행복 누리는 것

국가 고위직에 임명되기 전 열리는 인사청문회를 보다보면 거의 매번 착잡함을 느끼게 된다.  그 분들에게 주로 이슈가 되는 일들을 보면 당시에 사회적 통념으론 ‘뭐 그럴 수도 있지’하며 그리 크게 문제 삼지 않을 수 있는 것들도 많이 있다. 그 만큼 우리 사회가 형식에 있어서는 많이 투명해졌고 인정은 예민하고 각박해 졌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일에 있어 과정의 중요함과 인과(因果)의 역연함도 새삼 느껴본다.

지난날 우리 사회는 가난이라는 문제 해결에 지나치게 급급하다보니 기본적인 일을 생략하거나 무시하고 때에 따라선 큰 잘못도 더 큰 목표를 내세워 묻어두기 일쑤였다. 그것이 결국은 외환과 카드대란 그리고 중소기업의 몰락과 빈부의 심각한 양극화를 불러 일으켰다.

그러면서 우리도 과정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해서 전에는 과정이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덮어주거나 다른 힘을 통해 가려주었지만 이제는 피해 갈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더욱이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각 개인의 삶의 자취가 그대로 축적되고 유사시엔 그대로 적나라하게 들어나게 되면서 숨기기 힘들어 졌다. 그래서 특히 남 앞에 나서려는 사람은 그에 걸 맞는 삶의 과정을 살아오지 않고서는 그 위치에 서기가 대단히 힘들어졌다. 이는 사회 및 시민 의식의 큰 발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사회 구조적인 측면이고 각각의 내면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엄격해지고 투명해진 반면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는 여유는 부족하고, 자신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도 상대에 대해서는 드러난 현상만을 꼬집어 거칠게 몰아세우기 바쁘다.

또 자신의 일에 있어서는 큰 결과를 얻을 수만 있다면 수단방법을 안 가리면서도 타인에게만큼은 결과에 상응하는 정당한 과정을 요구한다. 이는 마치 『백유경』에 아래층은 생략하고 삼층의 누각만 욕심내는 이와 같은 경우라 할 수 있다. 아름다운 삶을 꾸리는 이는 주변과 일층 이층도 멋있게 꾸밀 줄 아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곧 인연법을 알고 인연에 맡길 줄 아는 사람이다.

인연법을 안다는 것은 첫째로 인과(因果)가 한 치의 비껴감도 없음을 신해(信解)하는 일이다. 그래서 경전에 이르시길 “설령 백천겁이 지날지라도 지은 바 업은 없어지지 않아 인연이 모이면 반드시 그 과보를 스스로 받게 된다.” 하셨다. 둘째는 결과에서만 행복을 찾지 않고 과정을 소중히 하고 그 속에서 그 행복을 누릴 줄 안다는 것이다.

사람들 대부분 열매의 달콤한 맛을 느끼기에 앞서 꽃의 향기와 아름다움을 사랑 할 줄 알지만 자기 일에 있어서는 꽃은 잃어버린다. 열매가 맺으면 꽃은 흩어져 바람 따라 허공 속으로 사라지고 그 아름답고 곱던 시절은 벌써 가버림인데도 자칫 우리는 결과만 취하려 한다. 열매만 찾는 사람은 벌써 행복의 반 이상을 잃어버린 사람이고, 대개는 열매에서 오는 꽉 찬 행복도 맛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인연에 맡긴다는 것은 첫째 억지 쓰지 않음이다. 한 번 억지를 쓰게 되면 그 억지를 메우기 위해 더 큰 억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보살행은 억지가 없다. 샘물이 넘쳐 흐르듯이 함이고, 메아리가 응하듯이 함이고, 거울이 그림자를 비추듯이 함이다. 그렇게 중생들과 절로절로 어우러지며 중생의 아픔을 메워준다.

둘째는 그 과정을 성실히 한다. 인연에 맡긴다 해서 손을 놓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매사를 또박또박 성실히 그 일과 하나로 어우러진 삶을 꾸리면서 결과는 큰 흐름에 맡긴다는 것이다. 마치 말은 기수를 잊고 기수는 말을 잊고 달리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사실 앞의 모든 말이 우선 내 자신에게 말이다. 늘 깨어나 이 순간의 주인으로 살아가기를 발원해본다. 

정묵 스님 manib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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