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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변호사의 세상읽기]

기자명 법보신문

모든 존재하는 것은 마음의 작용 결과
과학 발전할수록 불법 오묘함 드러나

처서가 지나고 나니 아침저녁으로는 완연한 가을이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새벽녘부터 옥타브를 올리던 매미 소리가 뜸해지고, 가을을 알리는 풀벌레 소리가 그 자리를 메운다.

계절의 순환이란 무서울 만큼 정확한 것 같다. 이 뻔한 계절의 순환 속에서 사람들은 덥다거나 춥다거나 하고 가진 안달을 다 부리는가 하면, 봄가을의 짧음을 안타까워한다. 더워봤자 한 두 달의 일이요, 추위를 몰아오는 겨울도 지내고나면 아쉬운 것을, 막상 여름이나 겨울을 당하면 추위를 탓하고 더위가 싫어 어쩔 줄 몰라 하면서 계절이 더디게 간다고 불평이다. 아무튼 사람의 요사 방정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요새는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제법 맞는 것 같다. 며칠 전의 예보에서 오늘은 약간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하더니 용케도 맞았다. 이른 아침부터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제법 비다운 비가 내린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비에 대한 느낌의 변화이다. 비가 그런 느낌을 주는지, 비를 대하는 사람의 느낌이 그런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여름에 내리는 비에 대한 느낌과 지금 창밖에서 내리고 있는 비에 대한 느낌은 분명히 다르다. 가을을 불러오는 창밖의 비는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고 힘이 없어 보이는가 하면, 약간 서글픔마저 머금고 있는 것 같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십 여일 전에 내린 비가 시원스럽고 세차게 느껴진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 비가 그치면 날씨가 제법 가을로 접어들 것이다. 이 점도 가을비가 봄비와 다른 점의 하나인 것 같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내리는 비는 기온을 조금씩 끌어올려 봄을 재촉하는 역할을 하는가 하면, 가을비는 올 때마다 기온을 조금씩 끌어내려 겨울의 촉매 역할을 하니 말이다.

다 같은 비요, 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에 불과한 비란 것이 때와 장소에 따라 이처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니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기야, 비만의 일은 아니다. 며칠 전 아침 밥상 앞에 앉아 창밖을 쳐다보니 하늘에 띄엄띄엄 떠있는 구름이 영락없는 가을 구름이다. 가을 구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가을 구름이라고 특별히 분별되는 것도 아닌데도 그처럼 느껴지니 가을 구름인 것은 틀림없는 일인 것 같다.

느낌이라는 것이 오관(五官)의 작용이고, 사람의 의식을 구성하는 첫 단추이지만, 그런 오식(五識)만해도 이처럼 신묘하니 나머지는 더 나아가 말한들 무엇 하랴 싶다.
『화엄경(80권 본)』의 「야마천궁게찬품(夜摩天宮偈讚品)」에서 “마땅히 법계의 성품은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만든다’고 볼지니라(應觀法界性 一切唯心造)”라고 하지 않았던가. 비가 되었던 물이 되었던 사람의 한 마음에 달린 일이다.

오늘 세계적인 양자물리학자인 헨리 스탭(Henrry Sttap) 교수의 근저(近著) 『마음, 물질 그리고 양자역학(Mind, Matter and Quantum Mechanics)』을 읽던 중 “모든 존재하는 것은 마음이라 불리는 우주작용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라는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깜짝 놀라 그 부분을 두 번 세 번 되짚어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문득 “삼계는 오직 마음뿐이다(三界唯心)”라는 『화엄경』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세계의 알만한 석학들 가운데 ‘마음’에 관한 연구에 열중하고 있는 학자가 날로 그 수를 더하고 있으니, 마음이 제 모습을 드러낼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불법의 오묘함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으니, 물리학의 수준이 비로소 2500여 년 전으로 발전한(?)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여간 흐뭇하지 않다.

이상규 변호사 skrhi@rhi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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