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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를말하다] 서울대 철학과 안성두 교수

기자명 법보신문

성실과 치밀함으로 불교문헌학 연구 주도

독일의 철학자 피히테는 “진정한 학자란 지식에 대한 욕구와 자신이 속한 사회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를 알며, 그 역사적 인식을 얻기 위해 자신의 생을 헌신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불교학자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싶다. 진리에 대한 열정으로 단단히 무장한 채 옛 문헌과 씨름하며 역사라는 과거의 우물 속에 담긴 ‘진실’을 끌어올리거나 오늘날 불교계의 현실을 따끔히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중차대한 일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격주로 한국불교학을 이끄는 학자들을 만나 그들의 삶과 사상을 들어본다.  편집자


독일서 유식 전공…원전 해독능력 탁월
“불교학 꽃 피우려면 고전학이 튼실해야”

9월 17일 서울대 인문관 4층 철학과 안성두(53) 교수 연구실. 얼마 전 개강과 함께 캠퍼스 안은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분주히 오가는 젊은 발걸음들로 가득하지만 이곳 연구실은 물속에 잠긴 듯 고요하기만 하다. 불과 몇 개월 전 그가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장으로 있을 무렵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던 모습과는 퍽 대조적이다. 게다가 올해엔 이 대학에서 첫 학기인 탓에 강의도 월요일 단 하루뿐이다.

“개인적인 시간이야 늘었지요. 그렇다고 마음까지 그리 여유롭진 않습니다. 금강대 HK사업을 생각하면 많은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앞섭니다. 또 앞으로도 HK사업이 순조롭게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도 많고요. 그러나 일단 새로운 인연이 시작된 만큼 이곳에서 불교학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유식학자 안성두 교수의 ‘서울대 입성’은 불교학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금강대가 최근 새로운 불교학의 중심지로 떠오른 데에는 그의 역할이 무엇보다 컸다는 게 주변의 한결같은 평가다. 특히 지난 2007년 11월 그가 주축이 돼 기획하고 지원한 ‘불교고전어 고전문헌 연구’가 한국학술진흥재단 인문한국(HK) 중형연구소 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금강대가 정부로부터 향후 10년간 80억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국내 학계에선 드물게 서평과 번역문을 게재한 새로운 학술지 「불교학리뷰」의 창간을 이끌었고, 연구교수를 비롯한 소장학자들이 매월 주제를 정해 발제하고 서로 토론하는 콜로키움을 정례화 시키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독일 함부르크대 도서관 사서를 지낸 펠릭스 박사의 귀중한 장서 5000여 권을 입수, 대학 도서관에 비치한 것도 그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에 ‘차별화된’ 국제학술대회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는 충분했다. 한국 최고(最古)의 문헌으로 주목받던 『대승사론현의기』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동아시아 불교사상의 근간이 되었던 지론(地論)사상을 심층적으로 조명하는 첫 국제학술대회를 열기도 했다.

특히 ‘유가사지론과 유가행자’란 주제로 지난해 10월 개최한 세미나는 국제학술대회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찬사를 받았다. 세계 유식학의 대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점도 그렇거니와 재탕·삼탕 논문을 발표했던 기존 국제학술대회들과는 달리 참가자들이 그동안 연구한 새로운 결과물을 속속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면에는 1년 전부터 치밀한 학술대회 계획을 세우고 독일 등 현지를 오가며 해외학자들을 섭외했던 안 교수의 역할이 무엇보다 컸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와 함께 지난 2003년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후배들과 함께 범어나 티베트어로 된 난해한 불교 텍스트를 읽는 자리를 마련해 후배들을 이끌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고전학 없이 불교학은 꽃필 수 없다”, “고전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야 비로소 학자이며 옛 사람과 대화도 가능하다”는 그의 소신에서 비롯된 일이다.

이러한 안 교수의 학문적 열정과 성실함은 학계에 익히 알려져 있다. 실제 그가 한국학중앙연구원과 동국대 인도철학과 대학원에서 불교를 전공했음에도 지난 1988년 독일 함부르크대학에 처음 유학 갔을 때 학부부터 다시 공부했던 것이나 안 교수를 지도했던 유식학의 세계적인 권위자 슈미트하우젠 교수가 그를 각별히 생각하는 점도 이러한 안 교수의 학문적 성실함과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는 그에 대한 국내 불교학계 선후배들의 시각에도 그대로 묻어난다. “요령 안 피우고 저렇게 묵묵히 학문의 길을 걷는 학자도 참 드물 겁니다.”(정승석 동국대 교수) “서구의 문헌학적 방법론을 충실하게 익히고 그것을 한국에 정착시키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고 봅니다. 그 분으로 인해 우리 학계가 장차 크게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믿습니다.”(최연식 목포대 교수) “학문적으로 대단히 탄탄할 뿐 아니라 학문을 대하는 태도 또한 늘 성실하고 정직하다는 점도 우리 젊은 학자들이 꼭 배워야 할 장점이죠.”(김성철 금강대 HK연구교수)

고교시절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란 진지한 고민이 자연스레 철학과 불교학에 관심을 갖도록 했다는 안 교수. 그는 독실한 불자였던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가 그랬듯이 불교학 또한 번뇌를 여의는 수행의 길이라 믿는다.

안 교수는 앞으로 유식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원측 스님의 『해심밀경소』에 대한 해제 및 역주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인도의 유식사상, 공사상, 여래장사상이 어떻게 티베트불교에서 융합됐는지를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교 고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불교학이 보다 대중화되고 불교교단도 튼튼한 교학적·수행적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불교학계에 엄밀한 문헌학적 연구풍토를 정착시켜나가겠다는 각오다.

업과 윤회를 철썩 같이 믿는다는 안 교수. 그는 “지난 30여 년간 불교학의 길을 걸으며 후회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불교란 단순한 지식의 차원을 넘어 우리 중생들을 참다운 행복으로 이끄는 진리의 가르침”이라고 강조했다. 

■안성두 교수와의 Q&A

질문    

답변    

이유

닮고 싶은 학자

전 함부르크대 슈미트하우젠 교수

이기영 전 한국불교연구원장

학문적·인격적으로 모두 모범적

존경하는 인물

신라 원효대사

학자는 물론 모든 중생의

영원한 모델

가까운 학자

조성택 고려대 교수,

김성철 동국대 교수 등

오랜 학문적 도반

읽혔으면 하는 자신의 논문

‘수행도의 다양성과 깨달음의 일미’(불교평론 18호)

자신의 사상을 담아 한국불교 방향 제시

꼭 하고 싶은 일 

원측의 해심밀경소 해제 및 역주, 문헌학 연구 풍토 정립

후학을 위한 의무이자 학문적 회향

유식학 이외의

관심분야

중관학

인도·티베트 아우르는 중관학이

이뤄져야 한국 교학도 발전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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