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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를말하다] 동방대학원대 교수 인경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선·유식과 심리학 접목으로 새 영역 개척

선사상 전공…불교학 전반 폭넓은 이해 강점
“불교, 문헌에 가두지 말고 현장에 풀어놔야”

보조사상연구원 정기 학술대회가 열렸던 지난 9월 26일. 이날 인경 스님의 발표는 여느 학자들과는 사뭇 달랐다. 준비해온 논문을 읽는 일반적인 발표 형태에서 벗어나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직접 만든 논문의 핵심 내용을 대형 스크린에 띄워 설명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날 스님이 발표할 때 학자들 이외에 일반 청중들이 유독 많았던 것도 딱딱한 논문발표라기보다 강연회 같은 학술대회였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

인경 스님이 이렇게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발표를 한 것도 벌써 5년째. “논문발표회가 소수 전문가들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학자가 대중에게 다가서려는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는 신념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고 이날 논문내용까지 밋밋했던 건 물론 아니다. 오히려 스님의 이번 논문이 획기적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화두를 ‘명상수행자가 지금 여기 현재에서 인간의 본성에 관한 절실하게 의심하고 참구하는 실존적 자기 문제’라고 새롭게 정의한 스님은 “‘무자’와 ‘이뭣고’ 등 그 자체를 화두라고 말할 수 없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화두가 수행하는 개인에게, 자기의 본성에 대한 실존적인 과제로서, 의심이 가슴에서 현저하게 발생될 때 비로소 화두라고 할 수 있다는 것. 그런 까닭에 간화선을 과거의 동어반복에서 해방시켜 현재의 과제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인경 스님의 주장이었다. 요컨대 당송대의 선문답에만 천착할 필요 없이 현재 부부간의 갈등이나 우울증의 문제도 그것의 접근방식이 본성, 본래면목에 초점을 맞춘다면 역시 화두의 속성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경 스님이 학계의 주목을 받은 건 기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1999년 박사학위 논문인 「몽산덕이의 선사상 연구」에선 한국 선불교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몽산 스님의 선사상이 어떻게 ‘형성·전개·융합’되고 있는지, 또 이것이 고려후기 선사상 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처음으로 규명했다. 또 한국불교사상사의 두 축을 형성했던 화엄과 간화선의 관계 이해에 있어 갈등의 역사로만 간주해왔던 통설에서 벗어나 간화선의 교학적 기초가 화엄에 고스란히 담겨 있을뿐더러 화엄과 간화선이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해 오히려 상호 발전했음을 조목조목 밝힌 묵직한 저술 『화엄교학과 간화선의 만남』을 펴내 주목받기도 했다.

또 흔히 공안과 화두를 구분 않고 사용하는 가운데 인경 스님은 ‘공안은 선문답의 일반을 가르치는 사례이고, 화두는 그 사례로서의 공안 가운데 핵심을 관통하는 하나의 언구를 가리키는 것’으로 명백히 다르다는 주장을 펼쳤다. 공안과 화두를 구별하지 않는다면 간화선은 과거의 당송대 문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럼으로써 현재의 과제를 다루지 못하는 오류를 빠지게 된다는 것. 나아가 간화선을 창립한 대혜종고 스님이 스승이 발간한 공안집을 불태우고 옛 사람의 공안을 잡다한 독, 쓰레기 같은 말이라고 혹독히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단 그 뿐 아니라 ‘교외별전(敎外別傳)’이 선의 핵심을 일컫는 말 같지만 사실은 선이 성립하고 500~600년이 지난 송나라 때 만들어진 개념이라는 점, 오늘날까지 하택신회 스님이 ‘지해종도(知解宗徒)’로 폄하되지만 이것 또한 북송 때 임제종 계열에서 남악회양 선사를 추켜세우려는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에서 나온 ‘역사왜곡’이라는 점 등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간화선은 왜 돈오돈수가 아니라 돈오점수인지, 간화선과 위빠사나와는 무엇이 같고 다른지, 대혜종고 스님이 왜 ‘간화선의 완성자’가 아니라 ‘간화선의 창립자’인지 등을 밝힌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를 속속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초에는 ‘요가행파의 영상유식관법’이라는 논문을 통해 ‘수행하는 사람들(Yogacara)’이라고 불렸던 유식불교 수행법이 ‘영상관법’임을 『유가사지론』, 『현양성교론』, 『해심밀경소』 등을 토대로 처음 밝혀냈다. 즉 유식의 영상관법은 과거의 어떤 사건이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영상의 형태로 저장돼 있는 것을 떠올려 이를 통제하거나 제거하려 않고 조용히 관찰해 고통을 해결하는 명상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인경 스님의 주장은 그동안 사상적인 측면에서만 주로 이뤄지던 유식 연구를 수행적인 차원으로 새롭게 전환함으로써 오늘날 다시 유식수행이 가능토록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옛 문헌을 능숙하게 다루고 역사적인 감각도 매우 뛰어난 학승이다.”(최병헌 서울대 사학과 명예교수) “선(禪)만 아니라 불교학 전반에도 조예가 깊으며 인문학적 소양도 대단히 폭넓다.”(김호성 동국대 교수) “어떤 논문이건 명쾌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으며 명확한 근거들과 논리로서 자신의 논지를 전개한다.”(김방룡 충남대 교수) “불교명상과 심리학을 새롭게 접목함으로써 선(禪)의 영역을 크게 확장하는 것은 물론 불교대중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다.”(윤호균 가톨릭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이렇듯 인경 스님에 대한 학계의 호평은 기존의 어떤 견해도 그대로 따르기보다 원점에서 다시 보려는 관점과 노력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박사학위 논문 이후 선 연구는 물론 심리학과 상담치료에 깊은 관심을 갖고 유식, 심리학, 상담학 등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스님은 지난 2004년 명상상담연구원을 열고 다음 해인 2005년 가을 동방대학원대 자연치유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구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대학원생 중심의 연구모임을 이끌고 있다. 또 명상상담아카데미와 명상수련회 등을 통해 명상치료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기도 한 스님은 지난 2000년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서양의 명상치료 성과들을 번역해 앞으로 3~4년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는 방침이다.

고교시절인 70년대 중반 우연히 여름수련회에 참가했다가 송광사 전 방장 구산 스님과 오랫동안 대화하면서 “너는 누구냐?”는 물음에 꽉 막혀 참선수행을 시작하고, 10여 년간 편지를 주고받으며 가르침을 받았다는 인경 스님. 5년간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동국대 선학과에서 공부하고 1988년 가을 송광사 현호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스님은 “간화선이란 삶과 죽음에 대한 실존적인 자기 물음”이라며 “불교명상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평안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불교명상을 더 이상 문헌 속에 가둬놓지 말고 현장 속에서 풀어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인경 스님과의 Q&A

질문

답변

이유

가장 닮고 싶은 학자

대혜 스님·지눌 스님

기존 질서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대안 창출

가장 존경하는 인물

구산 스님

내 안의 화두를 일깨워주셨기 때문

꼭 읽혔으면 하는 논문

공안선과 간화선

간화선 수행에 실질적인 도움

꼭 하고 싶은 일

명상치료의 학문적 정착  

전문지도자 양성

불교의 사회적 역할

선 이외 관심분야

유식·심리학

불교 대중화의 길

추천하고 싶은 책

선의 황금시대

인식의 폭 확장

늘 가슴에 새기는 구절은

화두

절박한 생존의 문제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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