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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남은 경구] 은평노인종합복지 고재욱 관장

기자명 법보신문

20년 복지 철학 대변하는 구절

욕구를 버리라는 말이 욕구를 없애라는 말은 아니다. 욕구의 방향을 고치라는 말이다. -법구경-


어릴 적, 스님 같은 선생님을 존경했다. 그 선생님은 학생들과 오래도록 토론하고 기도하곤 하시던 분이었다. 당시 나는 그 분을 통해 불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별히 불교적 사유방식을 고집하고 있지도 않았다. 헌데 선생님과 함께 있는 동안에는 내 마음이 자연스럽게 불교적인 사고와 분위기에 스며들었다.

고등학교 3학년 무렵에는 입시를 앞두고 대학에 대한 불안감과 나 스스로도 간파할 수 없을 만큼의 끝없는 욕망에 많은 방황을 했다. 우주가 늘 흔들렸고 그 흔들린 우주를 잡으려 애를 썼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가을 날,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하늘과 흰 구름, 그것들을 바라보다 “그래, 모든 것을 그냥 맡기자” 그런 생각을 했다. 그냥 그렇게 누군가에게 나를 맡긴 채 스스로를 놓아버리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해졌다.

이후 나이가 들고, 살아가면서 나는 욕심을 버렸던 그 시절을 떨쳐내고 다시금 변화를 맞았다. 내 가슴에 또 다른 욕구가 솟구쳤기 때문이다. 그것은 운명처럼 다가온 ‘복지’였다. 법구경을 펼쳐들었을 때 “욕구를 가지라는 말”이 가슴에 스며들었다. 말 그대로 복지에 눈을 뜨면서 내 ‘욕구의 방향’이 변한 것이다.

그간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면 복지를 접하게 되면서부터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삼천사 주지이신 성운 스님께서 운영하시는 ‘복지법인 인덕원’에서 나는 새로운 세계를 접했다. “상구보리 하화중생하라는 부처님 말씀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 복지이며 복지는 종교를 초월해야 하며 현장에서 열과 성을 다하는 것이 최상의 포교”라는 성운 스님의 복지 마인드가 내 복지철학과도 딱 맞아 떨어졌다. 그렇게 시작한 복지관 생활이 벌써 20여 년이 흘렀고, 노인 복지에 나름의 철학을 갖게 되었다.

복지에 몸담아 사회에 어둡고 그늘진 그분들의 고통을 보듬고, 더불어 살아가는 복지사회를 지향하게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노라면 마음에서 억겁의 세월 짓누르고 있었던 짐들이 하나둘 벗겨지는 홀가분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내 ‘욕구의 방향’을 고쳤다. 바꿔 말하면 그것이 바로 사회 복지, 그 중에서도 노인 복지다. 앞으로 15년 후가 되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0%가 노인이 될 것이라 하지 않던가. 변화무쌍하면서도 각박한 이 사회에서 노인들이 견뎌낼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복지정책이라 생각한다. 선진국일수록 복지는 체계를 갖추어 진행되고 있다는데 우리나라도 복지시설 및 운영에 관심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복지 현장에서 근무하면서도 때로 아쉬운 것은 노인들에게 제대로 부여되지 못하는 복지 혜택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욕심일는지 모르겠다. 그럴지라도 이 사회가 건강하고 미래지향적인 힘을 갖게 되려면 복지는 필요조건이다. 즉 복지는 이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하는 근간이라는 말이다.

복지는 누구든 할 수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고쳐진 욕구’를 확인할 수 있고 ‘버려진 욕구’ 또한 볼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행복은 그 안에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나눔의 복지를 통해 진정한 행복을 찾아 자유로운 삶을 만끽하시기 바란다.

고재욱 (은평노인종합복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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