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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변호사의 세상 읽기]

기자명 법보신문

기쁨도 슬픔도 곧 기억 속의 일로 돌아가
칭찬받아 자만 말고 벌 받아 원망 말기를

노벨상의 계절인 탓이겠지만 요새 상(賞)에 관한 말이 많이 오간다. 우선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노벨 평화상 수상 결정을 둘러싸고 미국의 언론들은 “모두를 당황케 만든 이상한 노벨 평화상”이라는 등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정가에서는 “오바마는 수상을 거부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 자신도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노벨 평화상 수상이 결정되었다는 보도를 처음 대했을 때 그 뉴스를 담은 텔레비전 자막을 본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바마 씨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것이 불과 9개월 전의 일일뿐만 아니라, 나의 과문의 소치인지는 몰라도 노벨 평화상에 걸 맞는 뚜렷한 업적이 있는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수상을 매우 큰 영광이라고 해서 그 수상결정을 환영하는 듯 한 의사표시를 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중국에서는 지난 7월 5일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수도 우루무치에서 벌어진 폭동의 원인을 제공했던 광동성의 한 완구공장에서 위구르인에 대한 집단 패싸움을 주동한 한족 청년에게 사형을 선고했다고 한다. 또 이와 관련해 위구르인 6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는 것이다. 물론,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 평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보도된 사실에 입각해서 본다면 ‘사형’이라는 극형(極刑)은 적어도 나의 법관념(法觀念)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원래, ‘상’이란 남의 귀감이 될 만한 좋은 일이나 칭찬할 만한 뛰어난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 수여하는 것을 말한다. 그와 대조적으로 ‘벌’은 잘못에 대한 응보(應報)와 함께 개과천선(改過遷善)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과하는 제재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상과 벌은 모두 그것을 받는 당자(當者)에 대한 의미와 함께 그것을 보는 일반인에게 미칠 효과를 함께 염두(念頭)에 두고 주어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공통된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상과 벌은 모두 ‘~다워야’ 하는 것이다. 곧, ‘상’은 그 ‘상’ 다워야 하고, ‘벌’은 그 ‘벌’로 합당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상이건 벌이건 설득력이 없고 그 상이나 벌로써 의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음은 물론 오히려 조롱꺼리가 되고 만다.

그러다 보니 ‘상’이라면 밥상이건 술상이건 가리지 않고 자기의 분수를 헤아릴 것 없이 받기를 좋아하고, 상을 받으면 스스로 그것을 과시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상이란 받을 때의 일이고, 받고나면 곧 기억속의 일로 돌아가고 만다. 벌도 마찬가지 일이다. 벌 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잘 생각해 보면 벌은 남이 괜히 가져다 준 것이 아니라 자기가 스스로 만든 것이다.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미워할 일이 못된다.

부처님께서는 장아함의 『범동경(梵動經)』에서 비구들에게 이르시기를 “만일 방편으로써 여래와 법과 승가를 헐뜯더라도 너희들은 분노에 맺힌 마음을 품어 저들을 해칠 뜻을 가져서는 아니 된다. 무슨 까닭인가? 만일, 나와 법과 승가를 비방한다고 하여 너희들이 분노에 맺힌 마음을 품고 해칠 뜻을 일으킨다면 곧 스스로 빠질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분노에 맺힌 마음을 품고 저들을 해칠 뜻을 가져서는 아니 된다. 비구들아! 부처와 법과 승가를 칭찬한다고 하여 너희들은 그 가운데에서 또한 환희하고 경행할 것도 없다. 무슨 까닭인가? 만일 너희들이 환희심을 가지면 곧 빠지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기쁜 마음을 내어서는 아니 된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모름지기 상 받아 자만할 일이 아니고, 벌 받아 원망할 일이 아님을 가슴 깊이 새길 일이다.

이상규 변호사 skrhi@rhi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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