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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장병들에게 엄마 품 같은 법당 발원”

기자명 법보신문

부산국군병원 묘광사 김근수-이근자 부부
15년 전 군포교와 인연…발품 팔아 군법당 건립
병원 번영과 장병들 빠른 쾌유 위해 1000일 기도

 
한사코 사진 찍기를 거부한 이근자 보살이 남편 김근수 법사 앞에 섰다. 김 법사는 거의 10년만에 같이 사진을 찍는 것 같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행복을 느끼며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 진흙밭인 줄 알면서 과감히 그 길을 걷는 사람들. 포교 사각지대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며 불법 홍포를 위해 헌신하는 불자들이야말로 세상을 비추는 등불과 같은 존재다.

부산 해운대 장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부산국군병원 내 묘광사는 여타 병원 법당과 다르게 매일 화기가 돈다. 외지고 어두운 곳에서 남몰래 사랑의 불씨를 지피는 불자 내외가 항상 상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15년 간 변함없이 군환자들의 신심을 보듬으며 한량없는 애정으로 군장병들을 보살피고 있는 김근수(60, 법안)·이근자(56, 청정심) 부부. 넉넉한 아버지가 되어, 때로는 자상한 어머니가 되어 군장병들의 쾌유를 바라는 이들은  군장병들의 안위를 위해 매일 기도하고 있다.

묘광사 법당 안에서는 11월 1일 6주년을 기념해 개최하는 개원법회를 앞두고 야단법석을 위한 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법회를 마친 김 법사와 장병들은 노래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은 신행단체인 문수회에서 자원 봉사를 나왔다. 한달에 한번씩 사무량심, 부산 포교사단 청파팀, 문수회, 이리회 등 군포교 지원 활동을 펼치는 도반들이 부부를 도왔다.

이날 법회 지원팀은 문수회. 법당에서 행사 준비를 하는 동안 이근자 보살은 지하 공양간에서 장병들에게 줄 식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오늘의 메뉴는 김치볶음밥. “아들들! 어여 먹자. 빨리 온나.”이 보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는 장병들의 표정이 금새 환해진다.

이들 부부가 묘광사와 인연을 맺은 것은 15년 전부터다. 김 법사는 당시 도반이었던 현익채 법사의 간곡한 부탁으로 부산국군병원 법당을 찾았다. 관리가 소홀해 법당 유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하소연이었다. 부산불교대학 졸업 후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간 부부였다. 병원에 도착한 김 법사는 법당 내부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콘테이너로 된 작은 막사에는 부처님 위로 뿌옇게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고 군환자 몇 몇 만이 누워서 카세트 테이프를 켜두고 녹음된 스님의 법문을 듣고 있었다.

부처님 말씀이 아무리 좋아도 들을 사람이 없고, 들을 기회가 없다면 정법이 있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김 법사는 원력을 세워 부산불교교육대학에서 함께 공부한 도반들과 법당 지원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그렇게 십 여 년을 군장병들과 동고동락했다. 2003년 부산국군병원이 이전하게 됐고 여법한 법당도 마련할 수 있었다. 타종교인들의 시기와 질투가 부부를 괴롭혔지만 장병들의 무사귀환과 부처님 법을 전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불사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약 1년 간 법당 불사를 위해 직접 발로 뛰어 다니며 화주를 받았다. 현 범어사 주지 스님을 비롯해 전 포교원장 도영, 상화 스님과 주변 도반들이 부부의 열정에 감복해 불사에 쾌히 동참했다.

이후 6년 간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부부는 군법당에 나와 군장병들을 보살피고 있다. 법회가 있는 날이면 장병들은 목발을 짚고, 휠체어를 타고 병동에서 500여 미터를 걸어 법당을 찾아 온다. 10명, 20명으로 시작된 법회 참석 인원은 꾸준히 늘었고 매주 평균 60여 명이 법당에서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독송한다.

이제 막 부처님 법을 향해 발걸음을 뗀 병사들을 보고 있노라면 부부의 얼굴은 금새 웃음꽃이 핀다. 부부에게 있어 묘광사는 상구보리 화화중생을 실천하는 수행도량이다.
“쌀알만한 불심을 콩알만하게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하는 부부는 타종교의 질투와 이기심 때문에 여러 번 좌절도 했지만 그때마다 하심을 되새겼다. 6년 간 묘광사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종교 간 갈등은 화합과 사랑으로 조금씩 바뀌었다.

그래서일까. 부산국군병원이 지난해에는 최우수부대에 선정되기도 했다. 부부는 3년 전부터 부산국군병원의 번영과 장병들의 빠른 쾌유를 위해 1000일 기도를 올리고 있다. 며칠 전 여덟 번째로 백일기도를 회향했다. 김 법사는 “짧은 시간이지만 한 시절 장병들의 가슴에 심어준 불심의 씨앗이 나중에는 인생을 밝혀주는 촛불이 되고 사회를 밝히는 등불이 될 것을 믿는다”고 했다. 희망으로 가득 찬 삶의 찬가가 들려오는 듯 법당 밖에서 흔들리는 풍경이 은은한 소리를 냈다.
 
부산=최승현 기자 trollss@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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