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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변호사의 세상 읽기]

기자명 법보신문

세계적 재앙은 욕심이 빚어낸 과보
흔한 것의 소중함 알고 귀히 여겨야

사람들은 귀한 것일수록 소중하게 여기고 흔한 것은 별로로 아는 경향이 많다. 때문에 귀금속이라든가 명품이라고 하면 비싼 값을 치루고 라도 손에 넣으려 하고, 또 애써 손에 넣으면 이리 보고, 저리 보며 무척 만족해 한다. 반대로 우리의 주변에 흔하게 널려 있고 또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별로 관심의 대상으로 삼지 않음은 물론,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돈을 함부로 쓰는 사람을 가리켜 “돈을 물 쓰듯 한다”고 하는 것도 물을 흔하고 하찮은 것으로 보는 데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그런데, 30여 년 전만 해도 우리가 별로 관심도 갖지 않던 공기의 오염문제가 심각해져서 이제는 범세계적인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근년에 들어 물의 질과 양의 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이 또한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된 것도 잘 아는 사실이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에릭 오르세나는 “21세기는 물을 장악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라는 다소 생소하면서도 인상 깊은 말을 하였다. 사실, 자연상태에서 흔하게 존재한다는 것은 지구의 존속은 물론, 생물의 생존을 위해서 필요하기 때문인 것이다. 생물이 숨을 쉬면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기와 물은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물(必須物)인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식품을 얻기 위해서 농사를 짓고 축산업을 경영한다거나 공장을 돌리고 여러 가지 소비재를 생산하기 위해서도 물과 공기는 불가결의 요소라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공기와 물이 풍부하게 있다고 생각해 그 소중함을 모른 채 함부로 다루고 절제(節制) 없이 마음대로 씀으로써 결국 물 부족현상까지 불러오게 된 것이다.

이제 물 부족현상은 비단 사막지대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근년에 아프리카, 남미 그리고 중국의 일부지역은 혹심한 가뭄의 계속으로 많은 사람들이 식수난에 고생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물의 남용과 지하수계의 오염으로 세계적인 물 부족현상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인류가 물 부족에 직면하게 된 것은 그동안 사람들이 물은 흔한 것으로 치부하고 함부로 다루었기 때문에 온 과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물론 동식물, 생명이 있는 것은 무엇이나 물 없이는 살 수 없고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사람들은 공기나 물이 워낙 흔하다보니 그 소중함을 모르고 함부로 취급함으로써 결국 양질의 물이 부족한 현상에 이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60년대까지만 해도 아무데에 가서나 우물물을 마음대로 마실 수 있었고, 시골의 실개천에도 언제나 물이 철철 흐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뭇 사정이 달라졌다. 병에 든 생수를 사 마시는 것이 이미 보편화되었는가 하면, 대부분의 시골 개천은 평상시에는 모두 건천(乾川)으로 변한 상태이다.

어디 그뿐인가? 얼마 전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조류독감(AI) 때문에 폐사한 수많은 닭을 지하수계에 대한 고려 없이 함부로 묻고, 그에 대한 사후관리를 하지 않은 탓으로 지하수계가 오염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하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 모든 것이 사람의 무분별한 욕심이 빚어낸 업(業)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증일아함』의 「목우품(牧牛品)」에서 부처님께서는 밧다리 비구에게 “항상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 알기를 생각하고, 탐욕과 온갖 잡된 생각을 일으키지 말라”고 이르셨다. 이는 오늘날의 우리를 두고 하신 말씀처럼 느껴진다.

우리 주변에 흔하게 있는 것은 그만큼 많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이다. 흔하다고 함부로 하는 무지에서 벗어나고 분별없는 욕심을 버려 큰 업을 짓지 않도록 할 일이다.

이상규 변호사 shrhi@rhi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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