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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를 말하다] 순천대 철학전공 안옥선 교수

기자명 법보신문

불교와 철학 넘나 들며 불교윤리학 개척

‘불교와 인권’ 등 저술로 새 패러다임 제시
“불교 핵심은 윤리…열반도 윤리실천 결과”

순천대 철학과 안옥선(48) 교수는 전형적인 ‘학구형’ 학자로 일컬어진다. 강의와 식사시간, 매일 아침 1시간여의 산책과 6시간의 짧은 수면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온전히 서재에 묻혀 지내기 때문이다. 서너 평 남짓한 공간에 스스로를 가둔 채 그는 옛 성현들과 마주하고 동과 서를 오가기도 하며 때론 시대의 아픔을 끌어안고 고민하는 것이다.

“불교를 공부하는 분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 또한 불교를 공부하게 된 것이 행운이지요. 불교는 다양한 생각과 다양한 삶의 양식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주고 또 그렇게 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안 교수가 처음 불교학을 시작한 건 유학자이면서 불교에도 밝았던 부친 안진오 전남대 명예교수의 영향 때문이다. 전남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아버지의 권유로 1985년 동국대 인도철학과 대학원에 입학한 그는 바가바드기타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고 얼마 후 미국 하와이대 철학과로 향했다. 지도교수였던 서경수 선생이 1986년 돌연 세상을 떠났던 이유도 있었지만 학문의 기초부터 다시 배우겠다는 각오도 한몫했다.

처음 1년은 도서관 아르바이트로 나중엔 연구조교로 근무하며 악착스레 공부했다. 세계적인 석학 칼루파하나 교수를 스승으로 불교원전언어를 비롯해 초기불교에 대한 이해를 차근차근 다져나갔고 서양철학과 윤리학 전반에 대해서도 새롭게 익혔다. 그렇게 5년간의 노력 끝에 초기불교와 선진유교 윤리 연구로 1995년 마침내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다.

그해 겨울 한국으로 돌아온 안 교수는 전남대를 비롯해 조선대, 순천대 등 대학에서 강사로 활동하며 저술과 번역, 논문을 쓰는데 주력했다. 이런 가운데 1999년 철학연구회의 ‘올해의 논문상’에 불교학 논문으로는 처음으로 그의 논문이 선정됐으며, 2003년 9월에는 8년간의 강사생활을 마무리 하고 지금의 순천대 인문학부 철학전공 교수로 임용될 수 있었다.

그 동안 안 교수는 10여 권의 저술과 번역서 그리고 50여 편에 이르는 논문들을 발표해왔다. 이 중 『불교윤리의 현대적 이해』(2002)는 초기 불교윤리에 다양한 서구의 윤리이론을 접맥시키고 비교 고찰함으로써 초기불교 윤리의 독특성을 드러낸 역작으로 손꼽히며, 『불교의 선악론』(2006)은 불교 윤리학의 기초를 수립했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특히 『불교와 인권』(2008)은 윤리적 관점에서 불교인권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제시한 기념비적인 저술로 평가받았다.

실제 안 교수의 학문적 활동 전까지만 해도 불교의 인권사상은 극히 일천했던 게 사실이다. 심지어 일각에선 불교에는 인권개념조차 없다는 주장이 공공연히 제기되곤 했다. 무아를 주창하는 불교는 자아의 소멸을 지향하지만 인권은 자아의 확립을 전제해야 하므로 불교와 인권은 상충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이에 대해 안 교수는 불교에 독특한 인권사상이 있음을 논문과 저술을 통해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즉 불교는 무상하기 때문에 오히려 온 존재가 차별 없이 평등하게 대우 받아야 할 존중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안 교수는 반론의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불교사상을 토대로 “인권의 의미가 인간존중에서 동물 존중으로, 동물존중에서 온 생명존중으로, 온 생명 존중에서 온 존재 존중으로 확산돼야 한다”는 제4의 인권을 제안해 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렇듯 안 교수는 불교학계와 철학계를 넘나들며 불교윤리학이라는 영역을 새롭게 개척하고 있다. 그런 만큼 그가 생각하는 ‘윤리’라는 개념 또한 폭넓고 다분히 의미심장하다. 그는 불교의 핵심을 ‘윤리적 인간이 되는 것’ 혹은 ‘일상의 한 가운데서 선한 삶을 사는 것’으로 규정한다. 또 “불교의 핵심은 윤리이며, 열반도 윤리와 다른 것이 아니다” “열반도 윤리실천의 결과이며 그 정점이다”라는 획기적인 주장을 하기도 한다.

듣는 이에 따라 다소 심기가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윤리’가 단순한 규칙준수, 도리, 혹은 인륜과 같은 지엽적인 수준을 넘어설 수 있음을 인정한다면 충분히 공감가능한 부분이다. 요컨대 안 교수는 ‘선을 아는 단계’ ‘선을 실천하는 단계’ ‘선을 체화시켜 항상 실천하는 단계’라는 3단계로 구분한다. 그리고 이중 세 번째 단계는 윤리의 완성 상태로 의도적 노력이나 갈등 없이도 탐진치가 멸한 성품의 자리에서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자비적 삶이 절로 드러난다고 말한다. 이는 곧 불교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윤리적인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불교계에 시사하는 점도 자못 크다.

“불교윤리는 탐진치 지멸의 성품 상태나 자리이타의 자비의 삶을 지향합니다. 역지사지의 황금률을 따르는 삶으로 불교의 인권은 바로 이 황금률로도 설명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불교사상은 오늘날 윤리학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키워드라 할 수 있습니다.”

안 교수의 학문은 동물, 트랜스젠더, 여성, 비구니 등 힘 없거나 차별 받는 이들을 늘 향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이유로 “왠지 모를 미안함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어쩌면 자신의 학문에 지극한 자비심을 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에 대한 주변의 좋은 평가도 이러한 학문적 태도와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

“자신이 직면하는 문제들을 주로 학문적 과제로 삼아 치밀하게 연구하는 참으로 성실한 학자다.”(이중표 전남대 철학과 교수) “불교에 대한 다양한 철학적·윤리학적 접근을 통해 불교사상을 현대화하는 뛰어난 연구자다.”(김종욱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학문과 삶을 이원화 시키지 않고 자신이 학문적으로 궁구하는 윤리적 삶의 태도를 자신의 삶에서 몸소 실천하고자 하는 분이다. 탐진치를 제거한 부처님 마음에 남아있는 것은 오직 고통 받는 일체 생명에 대한 자비의 마음뿐이듯 안 선생님의 마음에도 그런 따뜻함이 있는 듯싶다.”(한자경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

앞으로 서양철학적인 전통과 결부시켜 불교윤리의 속성을 규명하고 나아가 불교윤리 문제를 집대성한 개론서를 편찬하겠다는 안 교수. 청송장학회가 지난 11월 안 교수를 제3회 청송학술상 수상자로 선정하며 밝혔던 것처럼 그는 동서양 철학 사이에 가교를 놓는 학문의 메신저인 동시에 각박한 세상에 자비를 드리우는 희망의 철학자이기도 하다.

■안옥선 교수와의 Q&A

 

질문            

답변

이유

닮고 싶은 학자  

주디스 버틀러, 한나 아렌트

독창적·비판적 사상으로 자기자신의 삶의 문제를 드러낸 실천성 때문

존경하는 인물           

빈센트 반 고호

관점과 표현의 창의성,

역경과 고통의 삶 승화

꼭 읽혔으면 하는 저술           

『초기불교에서 본

무아의 윤회』

‘개같이 살면 개가 되고 소같이 살면 소가 된다’는 업의 메시지

꼭하고 싶은 일          

진 빚 되갚고,

가진 것 다 버려보기

그것이 갖는 체험 자체   

초기불교와 윤리학

외 관심분야     

여성주의/비주류 철학

나 자신과 더 가깝게 느껴지므로

추천하고 싶은 책                

『담마파다(법구경)』

(팔리어본이나 그 번역본)

불교의 정수,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가 느껴지기 때문

늘 가슴에 새기는 구절

애증심을 갖지 않으면

통연히 명백해진다

(但莫憎愛 洞然明白)

자유는 마음의 애증 혹은 호오(好惡) 극복의 문제인 듯해서        


순천=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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