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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남은 경구] 선행, 누구나 알지만 실천은 어려워

기자명 법보신문

제악막작 중선봉행 자정기의 시제불교 (諸惡莫作 衆善奉行 自淨其意 是諸佛敎)
모든 악을 짓지 말고 온갖 선을 받들어 행하라. 스스로 그 뜻을 깨끗이 하는 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니라. -『출요경』·『법화경』-


칠불통게(七佛通偈) 또는 칠불통계(七佛通戒)라고도 일컫는 과거칠불(過去七佛)의 공통된 가르침으로 알려진 게송입니다. 명심보감 계선편에도 ‘자왈 위선자 천보지이복 위불선자 천보지이화(子曰 爲善者 天報之以福 爲不善者 天報之以禍)’라고 했듯이 선을 행하고 악을 멀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요, 도리입니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만 팔십 노인도 행하긴 어렵습니다.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라고 하여 수행정진을 통하여 깨달음, 또는 깨침의 단계에 이르려 합니다. 불자들은 궁극적 목표를 삼매, 해탈, 열반의 경지로 삼고 지향합니다. 이를 위해 부처님 이래 여러 가지 방법론이 설해져왔으며 방법과 논설에 따라 종단, 종파가 갈라지고, 또한 수행법에서도 다양한 종류가 생겨났습니다.

수행자에 따라 누구는 염불이, 누구는 주력, 누구는 간경, 누구는 참선과 화두, 누구는 명상과 위빠사나 수행이 제일 빠른 길이라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효험이 있다는 명산대찰을 찾아 값비싼 불공을 드리고, 법력이 높은 큰스님을 찾아 친견하며, 3000배니 만일염불기도를 해야 공덕을 받거나 도통에 이른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우룡 큰스님은 이렇게 꾸짖습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 부처님의 진리가 있다. 꾀꼬리가 거기 있지 않느냐? 왜 멀리 가서 더듬으려 하느냐?”고. 이 사람 저 사람의 말에 끄달려 이리 가고 저리 가고,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무언가 얻으려고 온갖 짓을 하지만 부처님의 진리는 가까이에 있다는 것입니다. 복도 지혜도 먼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찾아야합니다.

나 개인, 가정, 이웃, 사회에 차별심을 내지 않고, 불평·불만 없이 선행을 한다면,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요, 복과 지혜를 얻는 길이라는 것입니다. 1초를 염불하더라도 지극정성으로 한다면 그 1초가 바로 극락이요, 자비를 내는 마음 빛이 바로 불성광명입니다. 우리가 하심 하는 마음을 가지고 남의 아픔과 어려움을 함께하는 것이 바로 선행의 출발입니다.

우리는 깨달음에 이르는 길로 계(戒), 정(定), 혜(慧) 삼학(三學) 가운데 계보다는 정과 혜를 먼저 추구하려고 애쓰는 경향이 많습니다. 즉 계학보다는 사선 등의 정학이나 사제 등의 혜학에 심취하여 예컨대, 선방에 오래 앉아 참선을 하면 마치 깨달음에 가까워진 것으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이는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물물을 길어다가 쌀을 담가 불을 지펴 밥을 지은 다음 밥을 다 푸고 나서야 숭늉을 만들 수 있지요.

계 없이 정이 있을 수 없고, 정이 없이는 혜를 이룰 수 없습니다. 그러면 계는 무엇인가요? 계를 흔히 우리를 얽매는 구속으로 압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계는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울타리이며 행복을 여는 열쇠입니다. 오계니 팔정도니 거창한 것 같아도 한마디로 정의하면 바로 선행입니다. 불교의 가르침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중선봉행(衆善奉行)을 일컫는다는 이치가 바로 이것인데도 필자 역시 아직 잘 모르고 헤매고 있습니다.

안동일 (변호사·동산불교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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