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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변호사의 세상읽기]

기자명 법보신문

국제사회 도움이 있었기에 지금의 한국 존재
DAC 가입 계기로 가난한 국가 적극 도와야

“한국, 국제사회에 더 많이 베풀수록 더 많이 얻을 것”이라는 말은 지난 11월 23일 한국에 온 헬렌 클라크 국제연합개발기구(UNDP) 총재가 신문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6·25전쟁으로 전국이 거의 폐허가 된 한국은 그 동안 국제연합을 비롯한 선진 여러 나라의 원조를 받으면서 경제발전을 위해 온 나라가 한 덩이가 돼 노력해 온 것은 우리 자신은 물론 세계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불과 반세기라는 그리 길지 않은 기간 동안에 경제개발과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내는 기적을 이룬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공은 세계가 처음 경험하는 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1995년 세계은행의 원조대상국에서 제외됨으로써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는 나라에서 벗어났고, 지난 11월 25일을 기하여 선진국 그룹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게 됐다. 국제연합개발기구는 금년 말로 46년 만에 서울사무소의 문을 닫고, 개발도상국의 개발을 돕는 정책센터 구실을 할 한국-UNDP 서울정책센터를 설치한다. 우리가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변신(變身)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해방 후의 혼란과 6·25전쟁을 겪으면서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쓰라린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이 지구상에는 우리의 과거 못지않은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많은 나라가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70억에 가까운 세계인구 가운데 매년 약 2억이라는 많은 사람이 굶주림으로 죽고 있으며, 약 5억에 이르는 사람들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니 남의 일로만 여기거나 강 건너 불로만 보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국가나 개인이나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 나은 처지에 있으면 보다 불행한 처지에서 고생하는 층을 보살피고 도우면서 사는 아량을 베풀어야 한다.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자비희사(慈悲喜捨)라는 사무량심(四無量心)이 곧 그런 마음이고, 보시(布施), 애어(愛語), 이행(利行), 동사(同事)를 내용으로 하는 사섭사(四攝事)가 바로 그런 행이다.

“개구리 올챙이 때 일 모른다”는 말이 있다. 자기의 어려웠던 과거를 잊고 불우한 처지에서 고생하는 이웃을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가 그런 꼴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우리나라는 이미 1991년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설립해 라오스, 페루, 콩고 등 개발도상국에 대한 각종 원조사업을 펴고 있고, 현 정부에서는 2015년까지 해외개발원조(ODA) 규모를 국민총소득의 0.25%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매우 반갑고 보람을 느낄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배고픈 자에게 생선을 주지 말고 생선 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경제개발을 위한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어려운 나라들에 대해서 단순한 경제원조의 수준을 넘어 우리의 개발모델이라던가 노력의 자취를 전수할 일이다.

“더 많이 베풀수록 더 많이 얻을 것”이라는 클라크 총재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비워야 채울 수 있고, 차면 비워야 한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잡아함의 『간경』에서 부처님께서는 프라세나짓왕에게 “착한 남자는 많은 재물을 얻으면 즐거이 스스로 쓰고, 부모를 공양하고 처자와 친척과 권속을 돌보며, 종들을 가엾이 여겨 돕고 여러 벗들에게 보시하오. 때때로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공양하여 훌륭한 복밭을 만들고, 훌륭한 곳으로 향하여 미래에는 천상에 나오.

그는 많은 재물을 얻어 널리 씀으로써 몇 배나 큰 이익을 거두오”라고 말씀하심으로써, 가지면 베풀어야 하고 베풀면 그 공덕이 크다는 것을 일깨우셨다. 오늘의 우리를 두고 하신 말씀 같다.

이상규 변호사 skrhi@rhi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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