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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를 말하다] 동국대 불교학부 김종욱 교수

기자명 법보신문

동서양 철학에 두루 정통한 불교철학자

서양철학 전공…과학·심리학도 일가견
다양한 학제간 연구로 불교 현대화 견인

 

근래 불교관련 학술단체가 크게 늘고 이에 따라 세미나가 급증하면서 엇비슷한 학자들이 모여 엇비슷한 주제를 놓고 엇비슷한 얘기들을 한다는 지적들도 종종 나온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세미나가 있다. 바로 밝은사람들연구소가 주관하는 학술연찬회다. 이곳 학술연찬회는 형식과 그 내용에서 여느 세미나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학술연찬회 때 미리 출간된 학술서적으로 자료집을 대신하는 점도 그렇지만 주제 또한 크게 다르다. ‘욕망, 삶의 동력인가 괴로움의 뿌리인가’ ‘나, 버릴 것인가 찾을 것인가’ 등 주제들은 불교는 물론 일반학문에서도 핵심적인 것으로 불교와 다양한 학문과의 소통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한 것이다. 학술연찬회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되는 ‘장거리 레이스’임에도 200~300명의 참석자가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도 이 같은 놀라운 기획력과 치밀한 준비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찬회의 성공 배경에는 박찬욱 소장과 함께 동국대 불교학부 김종욱(50) 교수가 있다. 특히 김 교수는 연찬회 주제선정에서부터 발표자 선정, 원고청탁, 전체 내용을 아우르는 장문의 서문까지 그의 꼼꼼한 손길을 거친다. 특히 연찬회 때마다 좌장을 맡아 다양한 전공의 학자들로부터 주제의 핵심을 이끌어 내는 능력은 그 만의 탁월한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김 교수의 다양한 학문적 관심은 익히 알려져 있다. 매주 한두 차례 신림동 헌책방을 꼬박꼬박 찾는 독특한 취미, 여기에 3중 미닫이 책꽂이를 마련했음에도 연구실을 가득 메운 5000여 권의 책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나듯 그의 해박한 지식은 방대한 독서로부터 비롯된다. 그리고 이러한 독서의 결과는 그의 논문과 저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불교생태학의 학문적 특성과 그 의의를 밝힌 「불교와 생태학, 그 만남의 단서」(2003)와 「불교생태학적 생명관의 정초 모색」(2004)을 비롯해 「하이데거와 불교는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2002)와「하이데거와 불교의 자연관 비교」(2003), 「동아시아 근대의 형성에서 내셔널리즘과 불교」(2006), 「무아에서 진아까지-불교 무아 개념의 형성과 전개」(2006), 「리타에서 법계까지-불교 다르마 개념의 형성과 전개」(2007) 등과 함께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인 윌리엄 제임스의 ‘사고의 흐름’ 개념이 어떻게 불교와 연결될 수 있는지를 해명한 「마음은 흐른다-윌리엄 제임스 심리학과 불교사상의 만남」(2009)에 이르기까지 김 교수는 그의 여러 논문에서 불교적인 특수성과 철학적인 보편성을 아우르며 불교학의 지평을 제반 학문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는 곧 불교사상을 서양철학이나 과학과 접목시켜 불교의 현대적 의미를 밝히려는 일관된 작업이기도 하다. 

 

“탁월한 기획력과 창의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성실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학자다.”(박찬욱 밝은사람들연구소장) “서양철학은 물론 동양철학에도 두루 밝은 분으로 내가 존경하는 학자다. 우리 학계가 무엇이 필요한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한 탁견도 놀랍다. 거기에 원리원칙에 충실하면서도 모나지 않은 성격도 큰 장점이다.”(박찬국 서울대 철학과 교수) “한 분야의 전문가는 많지만 서양철학, 불교, 심리학, 의학, 과학 등 여러 분야를 두루 아우를 수 있는 학자로서는 독보적이 아닐까 싶다. 세미나에선 날카롭고 핵심적인 질문으로 유명하지만 사석에선 사촌형님처럼 편안한 분이다.”(정준영 서울불교대학원대 교수)

 

김 교수가 불교와 서양철학의 접목에 관심을 가진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다. 불교종립학교인 동대부고에서 교교시절을 보낸 김 교수는 당시 교법사였던 박선영 전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로부터 불교와 서양철학을 배울 수 있었다. 그것이 인연이 돼 1979년 동국대 불교학과에 입학한 그는 불교학과와 철학과를 오가며 강의를 들었고 동서양의 심오한 사상에 흠뻑 젖어들었다. 특히 그가 쓴 졸업논문은 지금까지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형식적인 절차에 그쳤던 대학 졸업논문이었지만 그는 이를 위해 고시공부라도 하듯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도서관에서 파묻혀 살았다. 그렇게 1년 6개월 간의 노력 끝에 완성한 논문이 바로 ‘용수와 칸트 사상 비교’다. 무려 원고지 600매에 이르는 이 학사논문은 여러 교수들의 극찬을 받았고 훗날 『용수와 칸트』(2002)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

 

 

대학졸업 후 그는 유식사상과 후설의 현상학 비교연구를 위해 서울대대학원 철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막상 대학원에 입학해서는 관심이 하이데거로 옮겨갔다. 여기에는 운명적인 만남인 고 청송 고형곤(1906~2004) 선생과의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1990년 출판관계로 청송 선생을 처음 만난 이후 돌아가실 때까지 14년간 ‘시봉’을 하며 그의 깊은 학문관을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삶이 공부와 둘이 아닌 마치 선승을 닮았던 대학자. 김 교수는 청송 선생으로부터 학문은 일상이 되어야 함을 배웠고, 문자에만 얽매이지 말고 현실을 보고 세상을 보고 불교를 보아야 함을 배웠다.

 

이런 김 교수가 바라보는 불교학과 신앙의 가치는 남다르다. 오디세이처럼 동서고금의 사상세계를 탐험한 그에게 불교는 가장 이상적인 사유체계를 갖추었을 뿐 아니라 인간중심의 세계관을 극복한 유일한 ‘종교’로 확고히 자리매김 했다. 또 서양에서 비롯된 문헌학이 현대불교학의 기본이지만 그것이 곧 귀결점이 아님을 깨달았다. 요컨대 새로운 자료가 발굴됐을 경우 그 자료를 정확히 대조 번역해내는 것이 문헌학자라면, 이를 토대로 그 작업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어떻게 불교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불교학자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불교사상과 서양철학 간의 상호 이해는 급격한 서양화의 노도에 휩쓸려 자칫 소홀히 하기 쉬운 주체적 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또 불교는 지난 2500여 년 동안 체계화한 마음을 다루는 테크닉을 서양에 전달함으로써 심리학, 철학, 인지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활로를 제시할 수 있음도 함께 덧붙인다.

 

이를 위해 김 교수가 강조하는 것이 불교학계의 능동성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모든 것을 물질로 환원하려는 현대과학의 물리주의적 격랑 속에서 마음을 중시하는 불교는 자칫 쓰나미와 같은 거대한 난관에 봉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물리주의와 심리주의를 넘어서 불교의 연기론이 새로운 관계론으로 정립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불교와 철학을 비롯해 불교와 생태학, 불교와 인지과학, 불교와 심리과학 등 다양한 학제적 접근을 시도하는 김 교수. 그가 새로운 현대 불교학을 수립하려는 것도 불교가 인접학문과 소통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불교가 존립할 수 없다는 학문적 신념과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   

 

                                      ■김종욱 교수와의 Q&A

질문    

답변    

이유

닮고 싶은 학자

청송 고형곤 선생

학문의 생활화를 넘어

학문을 즐기는 놀라운 경지

존경하는 인물

용수보살

사상의 치밀함과 일관성

삶의 극적 전환

꼭 읽혔으면 하는

저술이나 논문

불교에서 보는 철학

철학에서 보는 불교

철학의 주요 문제들에 대한

다양한 접근

꼭 하고 싶은 일

복잡계 이론 토대로

불교생태학과 불교심리학 접목

연기론과 심식론의

현대적 체계화   

추천하고 싶은 책

불교와 일반시스템 이론

불교사상 현대화의 모범

초기불교의 역동적 심리학

초기불교 심식이론 정수

늘 새기는 구절

태산 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

(잡보장경) 

불자로서 삶의 태도

가까운 학문적 도반

안성두·박찬국·박인성 교수

절차탁마하는 도반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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