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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희 보살의 수행일기] 20.수행일기의 유익함-5

기자명 법보신문

인터넷 카페 수행일기서 선방 열기 느껴
체험 공유하며 아집 벗고 두려움도 극복

아침에 카페 문을 열면 하루 동안 공부한 도반들의 수행일기가 올라와 있다. 비록 카페공간이지만 도반들의 공부 열기는 선방 못지않게 대단하다.

어떤 일기는 울고 또 어떤 글은 웃게 된다. 우는 것도 슬픔의 눈물, 안타까움의 눈물, 저절로 흐르는 눈물, 기쁨의 눈물, 감격의 눈물이 있다. 또 웃음에도 어이없는 웃음, 동의의 기쁜 웃음, 감격의 웃음, 성취의 웃음 등 그 종류가 다르고 느낌이 다르다.

공부를 하면서 나날이 변해가는 과정은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공통점도 있다. 처음 20여일은 고삐 풀린 망아지 길들이는 것처럼 거친 경계와 익숙하지 않은 심신을 조복 받느라 힘들고 긴장된 나날들이다.

그 고비를 일단 통과하면 몸이 수행하는데 점점 길들여지고 마음은 순해지고 차분해 진다. 그러나 잠잠해 진 것 같을 때 바닥에 깊이 잠복해 있던 부정적인 업력이 마지막으로 토네이도처럼 치밀고 올라온다. 이 고비를 넘겨야 비로소 수행을 순탄하게 잘 이어가며 회향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번득이는 지혜와 함께 용맹해 지면서 다시 초연해 진다. 참으로 맑고 순수해지면서 모두 스스로 시인이 되어 오도송을 읊는다. 수행 과정이 비슷해 보이지만 같은 것이 없다. 각각의 체험에서 나오는 소리는 그 어떤 소리보다 힘이 있고, 아름다우며, 자비심이 넘친다. 무아와 연기가 그 안에 다 들어 있다. 과거 부처님과 아라한들이 말했던 두려움을 만든 원인을 알아내고 그 집을 모두 부스고 두려움에서 벗어나 행복진다.

백일 정진에 동참한 정도행님의 일기 중 일부분을 옮겨 볼까한다.
“1월 9일-98일째(정도행). 딸이 거실에서 피아노를 칩니다. 제가 좋아하는 곡을요. 맞은편에는 우리 집 도반이 컴퓨터로 남은 업무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중앙에 앉아 신청곡을 흐뭇하게 감상하고 있습니다. 거실은 따뜻하고 환합니다. 행복감이 물밀듯이 밀려옵니다. 이런 감정 낯설기까지 합니다. 문득, ‘내가 지금껏 그리 살았구나, 나로 인해 우리 가정이 지금껏, 행복이 낯설도록 그리 살았구나’ 싶으니 눈물이 핑 돕니다.”
바로 이겁니다. 100일 기도 부처님 선물.

“1월 11일-100일째(정도행). 어서 빨리 회향할 생각에 아침 일찍 서둘렀습니다. 내가 지금 100일째가 됐다는 게 너무 기쁘고 흥분돼 능엄주 내내 가슴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눌러 놓으면 벌렁벌렁 또 누르면 다시 벌렁벌렁. 108독 내내 벌렁 능엄주 했습니다. 정작 다하고 나니, 머리 속이 하얗습니다. 아무 느낌이 없고 텅 빈듯합니다. 방금 전 그 벌렁이던 내 심장도 어디가고 없습니다.
이 공부 하도록 이끌어 주신 도반께서 소감을 묻기에, 한마디로 ‘내 꼬라지’를 아는 공부 같다고 말했습니다. 모든 게 밖에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나면 내가 마음을 참거나 잘 다스려 그걸 해결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게 바로 수행이라 생각했습니다. 근데 아닙니다. 모든 게 내가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모든 게 다 내가 지은 겁니다. 이걸 알게 되니까 걱정이 없어졌습니다.”

많은 도반들이 100일을 회향하고 그 힘으로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또다시 100일을 향해 정진하고 있다. 이번엔 너무도 여유롭고 평온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정진을 이어가고 있는데, 뭇 생명들에게 매일매일 이 기도를 회향하고 있다.
 
강선희 보살 phad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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