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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묵 스님의 풍경소리]

기자명 법보신문

제 나름 견처 얻었어도 삶 갈무리에 정성
알량한 재주만 믿으면 무간지옥 업 받아

이곳저곳에 자기가 도인임을 드러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자기 나름대로 도를 깨달았다는 사람, 예전에 큰스님으로부터 전법게를 받았다는 사람, 인도 등의 명상센터에서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성취했다는 사람 등등 어찌 그리 깨달은 사람이 많은지 신기할 정도이다. 옛 선사들께서 일념만 돌이키면 바로 그 자리라고 하셨지만 구경에 깨달음은 놓아두더라도 확철한 믿음과 이해를 증득한다는 것만도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언뜻 무릎을 탁 치며 ‘아하! 바로 이런 도리였구나!’하며 알아차림이 있을 수도 있고, 남다른 경계를 경험 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그저 주변 언저리를 경험한 것일 뿐이다. 대부분 물고기 눈알을 가지고 보배구슬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마치 대도(大道)를 완성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내세우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은 증상만인(增上慢人)이고 대망어(大妄語)죄를 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분들 중 더러는 큰스님들마저도 자기 아래에 놓고 그분들을 칭할 때 ‘무슨堂 무슨堂’해가며 자기와 동급인 것처럼 내세우고 심지어는 작은 허물을 대중 앞에서 드러내 이야기를 하며 스님의 격을 끄잡아 내린다.

그런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속세 머물러 있되 한결같이 부처님의 정법에 머물고 있는지, 자신의 모든 것을 부처님에게 던지고 있는지, 마음이 한결같이 이어지지 않음이 한스러워 차디찬 돌바닥에 무릎을 찧어가며 부처님을 찾아는 보았는지 등등.

얼마 전 모 불교 신문에서 과거 유명 방송인이었던 분이 자기가 역대조사도 몰랐던 불법 속에 들어있는 수학의 0의 진리를 깨달았다고 자신 만만하게 쓴 글을 보았다. 수학의 0이란 개념 자체가 불교의 空개념에서 나온 것인데 이를 모르고 자기가 새로운 것을 깨달은 양 득의양양해서 모든 스님들을 발아래 두려고 하는지 참 모를 일이다. 어찌 그리 자기가 과문(寡聞)함을 부끄러운 줄 모르시는지.

옛 선사들의 어록을 보면 후학들이 이처럼 작은 깨달음을 얻고 전부를 이룬 것처럼 여기는 잘못을 범할까 곳곳에서 고구정녕하게 타이르고 계신다. 그 중 보조지눌스님의 『법집별행록절요』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해 보겠다. “요즘에 간혹 반야를 배운 총명하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많은 공력(功力)을 쓰지 않고도 믿고 이해함이 있게 되자 곧 쉽다는 마음을 내어 바로 힘써 수행하지 않고 도리어 총명함과 재주에 부림을 당하여 널리 유교와 불교를 섭렵해 지식적 견해는 대단히 많아짐이나 선정의 힘은 아주 적다. 그로 인해 눈앞의 맘에 들거나 들지 않는 경계에 마음을 빼앗겨서는 좋아함 싫어함 성냄 기쁨 등이 왕성하게 생겼다 사라졌다 하고, 항상 다른 사람의 옳고 그름을 비교하고 헤아리는 것으로 생각을 품고 부끄러움을 내지 않는다.

이미 부끄러움을 내지 않는데 어찌 잘못을 뉘우쳐 고치고 깨달음을 이루는데 적합하게 하는 법이 있음을 알겠는가. 이와 같이 세월을 보내서는 미혹하여도 돌이키지 못하여 도력(道力)이 업력(業力)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은 마구니에게 포섭당하여 임종시 최후 순간에 육도(六道)와 오온(五蘊)이 앞에 나타나 당황하고 두려워 의지할 바를 잃게 된다. 지혜로 스스로를 구제하지 못하고 전처럼 흘러 떠돌게 될 것이니 이는 작은 일이 아니다.”

위 말씀을 깊이 새겨 혹 나름대로 견처를 얻었다 할지라도 드러내지 말고 자신의 삶으로 갈무리하는데 온 정성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알량한 재주만 앎만을 믿고 섣불리 난 체 한다면 이는 도업을 이루기는커녕 자신을 속이고 남을 그르쳐 무간지옥의 업을 받게 되는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묵 스님 manib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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