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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의 생명을 위한 변명] 매미엄마

기자명 법보신문

불자 가정 아이들도 강아지 학대 예사
어릴 때부터 생명의 소중함 가르쳐야

지난 일요일 해남에서 한 아이를 만나고 왔다. 아내와 예쁜 딸과 함께 간데다 이 아이를 만나러 가는 목적까지 더해 보통 때보다 핸들이 더 묵직했다. 오전에 딸과 함께 아이에게 줄 동화책, 카라 티셔츠, 동물사랑CD, 서울친구가 보낸 편지 등과 부모님에게 드릴 마크 베코프의 ‘동물의 감정’도 빠짐없이 챙겼다. 유기농녹차를 재배하고 있는 설아 다원 오근선 형에게 오랜만에 얼굴 보러 간다고 연락하고, 아이를 만나러 가는 길안내와 미처 챙기지 못한 카메라도 부탁해 놓았다.

아이를 만나러 해남까지 간 것은 특별한 이유 때문이었다. 아이가 강아지를 학대하는 것을 외국인이 카라에 제보했기 때문이다. 아이의 집은 제보자가 사는 아파트의 바로 앞 농가였다.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니 집 마당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일순간 외국인 제보자가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아이가 장독 항아리에 강아지를 올려놓고 긴 막대기로 내리칠 기세였던 것이다.

생각보다 심각했다. 아내와 딸이 함께 가는 것은 그 집 상황을 몰라 역효과가 날 수도 있기에 혼자 급히 아이를 만나러 갔다. 아이 엄마에게 인사를 드리고 아이를 만나러 서울에서 내려오게 된 이유를 설명했더니 엄마는 사생활이 노출되었다는 사실에 극도로 흥분했다. 아이에게 왜 강아지들을 괴롭히는지 묻자, 강아지가 자기 가슴에 오줌을 싸서 그 때부터 혼내주기 시작했단다. 그 사이 회사에 다니던 아빠가 영문도 모르고 급히 왔다. 동영상으로 제보가 되어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것에 당황하며, 방금 도착하여 내가 본 것을 상황재연을 통해 설명하자, 금세 진지해졌다.

동물을 학대하는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생명을 경시하게 되는 심각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내려왔으니 너무 오해하지 말라고 안심을 시킨 후, 준비해간 선물과 서울친구가 보낸 편지도 전해드렸다. 아이 아빠는 본인이 불자이기 때문에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과 아들도 개를 참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정말 몰랐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교육을 시키겠다는 다짐 글을 직접 쓰시곤 직장으로 돌아갔다.

아이의 엄마에게는 “훌륭한 아이가 되도록 잘 보살핍시다”, “지켜보고 있는 외국인들이 아이의 행동을 보고 도와줄지도 모릅니다”, “저희도 동화책을 보내드리는 등 관심을 갖겠습니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거듭 아이의 미래를 위해 오해하지 말아 줄 것을 당부했다.
박예분 시인의 매미허물이라는 시가 있다.

“아기 매미 잘 자라라고/ 나무는 날마다 젖을 주었지요/ 나무 젖을 먹고 자란 매미/ 날개 돋아 멀리 여행 떠날 때/ 나뭇가지에 제 허물 벗어놓고/ 엄마나무라 표시해 두었지요”

시인은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는 엄중한 독존이 인드라망이라는 연기론에서 벗어날 수 없음과 대자비의 시작과 끝이 부모님은혜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해남에서 만난 이 아이에게 엄마나무는 누구일까? 그래서 이 아이의 가슴에 날개가 돋아 먼 구도의 여행을 떠날 때 제 허물 벗어놓고, 엄마나무라고 표시할 그 존재는 누구일까? 돌아오는 길에 제 허물도 벗어 놓지 못하는 내가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정호 동물보호단체 카라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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