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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안의 세상 책밖의 세상] 마음이 모든 걸 해결해줄까

기자명 법보신문

『마음이란 무엇인가』/달라이라마·대니얼 골먼·존 카밧진 외 토론/김선희 옮김/씨앗을 뿌리는 사람/2006

불교에서는 ‘마음이 세상의 모든 것을 만들어낸다(一切唯心造)’라고 믿으며,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런데 과연 ‘마음’이 무엇인지, 그 마음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

이처럼 마음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마음과 생명 협의회’ 소속 과학자들과 달라이라마가 23년 전부터 정기적으로 모여 마음을 주제로 대화하고 토론을 가져왔는데, 이 책은 1991년 다람살라에서 이루어진 세 번째 모임을 기록한 것이다.

마음과 정신의 우월성을 강조하며 현대 자연과학을 한 수 아래로 보는 한국 불교 전통에서는 이런 모임자체가 낯설겠지만, 스스로 “수도승이 아니면 기술자가 되고 싶었다”고 말해왔고 “과학적 방법론에 의해 불교 교리 중 어떤 부분이 오류라는 게 증명되면, 불교는 그에 맞게 변화해야 할 것”이라며 현대 과학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는 달라이라마에게는 이런 대화가 매우 자연스럽게 보인다.

이번 대화 모임의 참석자 중 한 명인 대니얼 골먼은 “고통스러운 감정은 사람을 아프게 하지만 건전한 마음 상태는 건강을 증진시키는 경향이 있으며, 마음의 상태가 면역계의 힘과 심장혈연관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화를 내는 사람은 화를 내지 않는 사람보다 25년 동안에 사망할 확률이 1.5배 높다. 화내지 않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일은 결국 자신의 이익을 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존 카밧진은 “한 시간 동안 부처처럼 앉아있었다 하더라도 다른 시간에는 황소처럼 성내며 씩씩거렸다면 아무 소용없다”면서 ‘명상 병’에 빠진 사람들에게 일갈을 한다. 하지만 문제가 무엇인지는 밝혀내지만 병을 완전하게 치유할 수 없는 서구의학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서구식 의료센터 안에 정념(正念)수련을 기초로 하는 진료소를 개설하여, 환자 스스로 몸과 마음을 모두 깊은 수준에서 변화시키는 치유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제대로 된 명상을 하면 깊은 평정상태에 이르러 자신의 병과 화해할 수 있다”고 보는데, ‘자신의 병과 화해한다’는 개념은 현대 의학에서는 매우 생소한 것이다.

대화에 동참한 과학자들이 모두 몸의 병을 치료하는 마음의 역할과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달라이라마와 이들 사이에는 여전히 건너기 어려운 강이 있다. 프란시스코 바렐라는 “과학에서는 합의를 통해 진리가 구성되는 아름다움이 있지만 [합의에 의해 성립될 수 없는] 다른 종류의 진리가 들어올 자리가 없는 것이 약점”이라는 말로 둘 사이의 거리를 표현하는데, 실은 이 차이를 인정하는 데에 마음과 몸의 문제를 푸는 열쇠가 있을지도 모른다. 장회익 교수가 추천의 글에서 “이제 이 땅의 수행자들과 과학자들이 이러한 논의를 뜻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하였지만, 과연 이처럼 마음을 열고 진지한 논의를 할 수행자와 과학자가 있을지 궁금하다. 

이병두 불교평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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