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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희 보살의 수행일기] 23.진정한 ‘수행 챔피언’

기자명 법보신문

누구에게 보이거나 이기고 지는 마음 아닌
내 안의 영혼 그대로 비춰질 때 가치 발휘

인간이 지니고 있는 능력의 한계는 무한한 것 같다. 스포츠를 통한 기록을 보면 계속해서 기존의 기록을 갱신하고 또 깨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이승훈 선수는 스피드스케이팅 10Km를 돌고 세계신기록으로 결승점을 들어오면서도 그런 긴 거리를 달린 사람처럼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마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처럼 그의 얼굴엔 헐떡임이 없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점수를 갱신한 김연아는 ‘무아(無我)’의 연기로 그를 지켜 본 모든 이들을 함께 ‘무아지경(無我之境)’으로 몰아넣었다.

세상을 삼매 속으로 끌어들인 덕에 고요하고 포근하며 따사로운 에너지가 며칠을 이어가고 있다. 끊임없는 훈련으로 쌓인 내공은 모든 이들의 오감을 사로잡은 채 마음을 한 곳에 고정시켜 버렸다. 흔들림이 없기에 무결점 연기가 가능했던 것이다. 자신의 역할에만 영혼을 사를 뿐, 이기고 지는데 마음을 비웠기에 ‘피겨 여신(女神)’이란 ‘벤쿠버의 전설’을 낳게 한 것이다.

운동도 수련이고 수행도 고된 훈련이다. 스포츠를 할 때 그 종목이 무엇이든 승리가 눈앞에 보이면 힘이 더욱 치솟는다고 한다. 하지만 누구를 뒤따라 갈 때는 너무도 힘이 들고 지쳐서 때론 포기도 한다는 것이다.

수행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주제로 공부를 하든 참으로 어려운 고비를 지나면 그때부터는 힘이 더욱 붙으면서 지켜만 보고 있어도 자동으로 이어진다. 선정의 힘이 길러지면 그때부터는 스스로 테크닉을 계발하여 박차고 앞으로 나아가야지, 과거의 체험을 지키는데 그리고 같은 체험을 바라면 더 이상 진보하기 힘들다. 항상 더 높은 법을 향해 흠모하고 갈고 닦아가야 한다. 안된다고 금방 다른 주제로 번갈아가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냄비’의 근성은 스포츠도 수행도 그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도 진전될 수 없다. 이승훈 선수도 쇼트트랙에서 내공된 힘으로 피겨스케이트에서 새로운 기록을 올릴 수 있었다.

뇌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의 뇌는 초당 4,000억 개의 정보를 처리한다고 한다. 이렇게 무한한 정보를 처리하지만 우리가 인식하는 것들은 단지 2천개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2억 분의 1정도 인지한다는 셈이다. 과학적 실험결과에 의하면, 그것도 집중력이 뛰어난 삼매의 상태일 때 이정도 수치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아득하고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뇌에서 인지한 것 같지만 현실은 마음 안에서 항상 먼저 일어나고 있다. 여섯 감각을 통해 계속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통합하지 못하고 육근의 경계에 흔들려 어지럽게 작용하고 있다. 우리가 이것을 통합할 수 있다면 신의 경지나 천재, 바꿔 말해 우리 안에 내재된 불성의 자리에 있게 돼 일체지를 이룰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사람보다 동물이 정보를 많이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 지구촌 곳곳에서 더욱 심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진이나 날씨예보에 사람보다 동물들이 훨씬 민감하다. 부처님의 10대제자 중 ‘아나율 존자’는 장님이었지만 멀고 가까움에 상관없이 일체의 모든 일들은 환하게 뚫어볼 수 있는 ‘천안제일(天眼第一)’이었다. 육근의 작용이 덜 할수록 내면의 힘이 커진다는 원리를 증명한 셈이다.

부지런히 내공을 쌓고 그 힘이 어느 위치에서 무엇을 하든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는 마음이 아니고 이기고 지려는 마음이 아니며 오직 내안의 영혼이 그대로 비춰질 때라야 제 가치를 다 발휘하고 진정한 ‘챔피언(champion)’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강선희 보살 phad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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