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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말을 걸다] ⑦ 팀 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기자명 법보신문

엉뚱한 상상이 주는 즐거움

 
영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달이 두 개라면, 날아다닐 수 있다면,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자지 않아도 졸리지 않다면, 동물과 식물이 말을 한다면 어떨까요. 엉뚱하지만 즐겁고 행복한 상상입니다. 어린 시절 불가능이 없는 이런 상상 속에 빠진 적은 없었나요.

엉뚱하고 행복한 상상은 반복돼도 질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남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이상하다’고 여기게 마련입니다. 영국 아동문학 작가 루이스 캐롤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팀 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엉뚱하고 소심한 소녀 앨리스 킹슬리를 마땅찮게 바라봅니다. 사실 앨리스는 매일 이상한 나라를 방문하는 꿈을 꾸고 아침마다 6가지 불가능한 일들을 상상합니다. 조끼 입은 토끼와 웃는 고양이, 몸이 줄거나 크는 약 등 신기하고 엉뚱한 상상을 하는 것입니다.

열아홉이 된 앨리스는 조끼 입은 토끼를 좇다 굴속으로 떨어져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언더랜드로 들어갑니다. 꿈에서만 그려봤던 미친 모자장수, 웃는 고양이 체셔, 담배 피우는 파란애벌레, 늘 말다툼하는 뚱보 형제, 하얀 여왕과 언더랜드의 지배자 붉은 여왕까지. 소녀 시절 앨리스가 꿈꾸고 만났던 모든 친구들과 다시 만나지만 앨리스는 그저 꿈이라고 여깁니다. 그리고 언더랜드의 세계를 환상으로만 치부하고 관계하지 않는 소심한 모습을 보입니다. 소녀 시절 친구였던 모두 역시 앨리스를 다른 사람으로 봅니다. 그러나 곧 꿈이라고 여기던 것들을 대하며 어린 시절의 기억을 조금씩 되찾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부분을 향해 손을 내밀면서 가능한 일로 만들어 갑니다. 결국 앨리스가 딛고 선 세계로 돌아와 진정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게 됩니다.

소설가 이외수는 “감성이 고갈된 인간은 천박한 욕망 덩어리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 속에 상상의 틈을 발견하지 못한 우리는 시간에 쫓기는 처지에 놓인 것은 아닐 런지요. 척박해진 가슴에 엉뚱함을 파종하는 것은 어떨까요.

1분 동안 우리 뇌는 6조개의 명령을 주고받으며, 몸에선 1분 동안 3~4만개의 죽은 세포가 떨어져 나갑니다. 또 사람은 1분 동안 15번 숨을 쉬며 평균 10번 눈을 깜박거리고, 성대는 1분 말하는 동안 1만 번 진동합니다. 1분 동안 이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우리가 80년 인생을 산다면 26년은 잠을 자고 21년 일을 하고 9년 동안 먹고 마십니다. 웃는 시간은 단 20일뿐입니다. 하루 15초만 엉뚱한 상상으로 웃어도 이틀의 수명이 연장되고 하루 45초만 웃어도 스트레스를 이길 수 있습니다. 웃을수록 행복은 더 커집니다.

엉뚱한 상상이 주위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사더라도 가끔 그런 상상이 주는 즐거움과 행복감은 느껴 볼 일입니다. ‘내가 미쳤을까’라고 고민하는 미친 모자장수에게 앨리스가 이런 말을 합니다. “미친 사람은 대부분 멋진 사람이야.”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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