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첫줄은 “쓰고 싶어서 쓴 책이 아니고,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었던 책”이라는 변명(?)으로 시작한다. 평생을 기독교인으로 살아온 저자가 이제 ‘교회답지 못한 교회’가 돼버린 한국 교회의 잘잘못을 속속들이 파헤친다. 이런 일은 자칫 잘못하면 ‘사탄’이나 ‘이단’으로 몰려서 사회적 생명이 끝날 수도 있기 때문에, “특별히 강한 심장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다”며 기독교 내부의 무서운 공격성을 고백한다.
저자가 보기에 한국의 목사들은 대부분 예수님의 말씀과 길을 전하는 사도가 아니라 하나님과 일반 신도 사이의 브로커가 되었고, 종교 지도자가 아니라 자기가 일으킨 기업에 대해 강한 애착을 갖고 자녀들에게 물려주려고 하는 기업가에 가깝다. 그래서 예수님은 “더욱 낮아지라”고 하였지만 오늘 한국 교회에서는 “더 높이 올라가라”고만 한다.
‘반공·친미·기복’을 비판하면 곧바로 엉터리 기독교인으로 낙인찍힌다. “교회 안에 민주주의는 없다”면서 1인 독재와 세습체제를 구축한 교회 지도자들일수록 오히려 정치 집회에 나가 ‘민주주의 수호’와 ‘북한정권 타도’를 외치며,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걸핏 하면 ‘이단’으로 몰아간다.
오늘날 종교계를 비롯한 우리 사회 곳곳에 보수와 진보의 대립과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이렇다. “저는 이 땅에 진짜 보수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보수는 국가 권력의 절대화에 반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 저는 이 땅에 진짜 진보도 많아졌으면 합니다. 진짜 진보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예수님의 관심을 이어받아 그 가르침을 실천하는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굳이 국가권력을 빌리지 않고도 교회의 힘으로 일단 뭔가를 시작할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국가를 향해 뭔가를 하라고 외치기 전에 먼저 자기 것을 내어놓은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복음을 외치면서 정작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는 비판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렇다. 종교계가 되었든 정치계가 되었든 이것이 진짜 보수와 진보이다. 요즈음 “나는 진보! 나는 보수!”라고 큰소리로 외치는 이들은 대부분 엉터리 사이비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에 불과하다는 것이 내 평소 지론인데, 이 부분에서 저자 김두식과 나는 100% 생각을 같이 한다. 진짜 보수와 진보가 제 자리를 잡고 바른 목소리를 내는 세상은 갈등과 투쟁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힘 있는 사람들의 편이 돼버린 교회, 종교 브로커가 되어버린 목회자들, 관용을 잃고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면서 이단으로 몰아가는 소름끼치는 공격성 등등.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한국 개신교의 뼈아픈 현실이다. 그래서 “변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는데, 이런 진단이 꼭 개신교에만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병두 불교평론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