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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살림과 모심] 자살하는 사회, 죽임의 문화

기자명 법보신문

경쟁 부추기는 사회가 자살률 1위 오명 낳아
‘살림’의 가치 전하는 종교만 존재 이유 있어

지난 4월 5일부터 7일까지 일본 동경에서 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 동아시아 지역포럼이 개최되었습니다. 필자는 이 회의에 4대강 문제를 국제적으로 공유하고 협력을 촉구하기 위해 참여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4대강 개발 사업을 이해시키고 결국 중단되어야 한다는 입장에 동의와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대부분의 한국, 일본, 대만 스님과 불자들은 이미 다양한 사회적 실천을 하고 있는 분들이어서 발표내용은 모두 밀도와 심도가 있었습니다. 퍽 흥미로운 것은 이튿날 있었던 자살문제와 게이나 레즈비언 등 동성애에 대한 불교의 역할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불교 회의에서 잘 다루지 않는 문제였습니다.

일본은 연속 10년 동안 매년 3만 명이 자살하고 있다고 오카노 스님은 말합니다. 하루에 100명이 자살을 하고 1000여 명이 자살을 시도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일본의 교통사고 사망자의 6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자살은 2~30대 사망원인의 1위에 해당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책임감이 강하고 진지하고 인내하고 불평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실직, 이혼, 빚, 절망감 등으로 자살을 하게 된다고 후지사와 스님은 분석했습니다.

일본의 자살률은 OECD국가 중에 3위입니다. 우리나라는 몇 위일까요? 놀랍게도 세계 1위입니다. 보건복지부의 2008년 발표에 의하면 매년 1만 2858명으로 10만 명당 26.1명꼴로 자살한다고 합니다. 실제 그해 유명 탤런트인 최진실 씨의 자살이 국민들에게 충격에 주었고, 3년 뒤인 올해 3월 말 그녀의 남동생이 뒤이어 자살하여 한국사회를 더욱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가장 큰 충격은, 노무현 전직 대통령의 자살입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2~30대 자살이 많고 나이가 들수록 자살률은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우리나라는 청소년의 자살과 55세 이상의 노인들의 자살률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세계적으로 연간 노동시간 1위의 국가에서 열심히 일하던 그들이 실직을 당하거나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으면 자살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고, 청소년의 경우는 입시경쟁의 스트레스 때문입니다.

이기기 위해서 다른 이들을 자빠트려야 하는 피비린내 나는 경쟁사회에서 낙오된 사람들의 좌절감이 누적되고 극단적으로 몰리게 되면 선택하는 것이 바로 자살입니다. 이러한 인간과 인간의 경쟁은 결국, 기업 간에 자연을 경쟁적으로 개발하여 더 많은 이익을 도모하려는 경제문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정치, 사회, 문화로 확대됩니다. 그래서 자연을 죽이고 파괴한 죽임의 문화는 결국 개인들을 극단적 삶으로 내몰며 죽음을 강요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울증환자들이 유독 많아지고 자살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리는 사회는 결국 경제와 돈만 추구하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바로 환경을 파괴하는 같은 이유의 다른 증상들입니다.

자살률 1위, 낙태율 1위의 한국사회에서 종교인은 과연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들을 위로해주고 돈만이 가치가 아님을 설파해야할 ‘살림’의 종교가 오히려 경쟁사회의 하수인으로 전락하여 ‘죽임’의 문화를 더욱 부채질한다면, 존재의 의미를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정길 에코붓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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