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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말을 걸다] ⑪ ‘더 코브’

기자명 법보신문

슬픈 돌고래의 진실

 
돌고래 살육이 벌어지는 일본 해안가.

한 무리의 돌고래들이 바다를 가릅니다. 그런데 갑자기 10여 마리의 돌고래들이 무리에서 뒤쳐집니다. 무리 가운데는 하얀 배를 수면 위로 내놓은 채 가라앉는 돌고래가 있었지요. 놀라운 장면은 주위 돌고래들의 행동입니다. 숨쉬기 어려운 그 돌고래를 온몸으로 들어 올립니다. 40여 분 후, 결국 그 돌고래는 숨을 거두지요. 그러나 주위의 돌고래들은 죽은 돌고래 곁을 한참 빙빙 맴돕니다. 언젠가 우리나라 해양학회에서 국제해양학회에 보고했던 영상입니다.

2010년 제82회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 수상작인 영화 ‘더 코브-슬픈 돌고래의 진실’ 은 일본의 포경마을 ‘타이지’에서 벌어진 대규모 돌고래 포경의 참혹한 실태를 비밀리에 촬영해 고발합니다.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작은 마을 타이지에서 자행되는 잔인하고 무분별한 돌고래 포경을 다뤄 충격을 주었습니다.

돌고래를 소재로 해 인기를 끌었던 TV시리즈 ‘플리퍼’를 기억하나요. 플리퍼의 친구로 나왔던 릭 오배리. 그는 돌고래쇼를 다국적인 산업으로 키운 시초가 됩니다. 허나 그는 자기 품에서 돌고래가 스스로 숨을 끊자 그제야 자신이 오만한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 이후로 그는 남은 인생을 갇힌 돌고래를 구조하며 보냅니다. 그런 그가 도착한 일본 타이지는 돌고래 세상이었습니다. 길가엔 돌고래 동상이 넘쳐나고 바닷가엔 돌고래 모양의 유람선이 떠 있습니다.

그러나 해안가 한 쪽에서는 엄청난 살육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매년 약 2만 3000마리의 돌고래가 이곳에서 생명을 잃습니다. 돌고래쇼를 위해 선택돼 살아남은 돌고래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한 마리당 15만 달러에 세계 곳곳으로 팔려갑니다. 타이지는 전 세계의 해양공원 등에 돌고래를 공급하는 가장 큰 공급처이지요. 첩보 영화 같은 긴장감이 느껴지는 영화는 참혹한 돌고래 살육의 현장을 보여줍니다.

일본의 어부들은 돌고래가 지나가는 길목에 기다렸다 해변으로 몰아세웁니다. 거기서 갇혀 있던 돌고래들은 쇼를 위해 선택된 돌고래를 제외하고 모두 학살당합니다. 어부들은 긴 쇠꼬챙이로 잔인하게 돌고래를 찌릅니다. 돌고래들은 허리에, 등에, 머리에 구멍이 뚫린 채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칩니다. 바다는 금세 피로 물들며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으로 변합니다. 반면 어부들은 배에 돌고래를 싣고 유유히 그곳을 떠납니다.

때로 인간의 시선은 너무 자기중심적입니다. 자신의 기준으로 사물을 바라보기 때문이지요. 특히 동물에 대한 시선은 더없이 자비롭거나 더없이 잔인합니다. 그 시선에는 사랑이 듬뿍 담기거나 아니면 단지 먹을거리나 돈으로 보이기도 하지요. 인간은 만물의 영장일까요? 아니면 오만한 걸까요?

돌고래는 수족관에서 늘 웃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보고 함께 즐거워합니다. 어쩌면 인간의 시선이 만들어내고 쥐어짜낸 미소가 아닐까요. 릭 오배리는 이렇게 충고합니다. “우리는 돌고래가 우릴 보며 웃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큰 착각입니다.”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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