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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말을 걸다] ⑭ ‘코러스’

기자명 법보신문

절망 속에 울려 퍼진 희망의 하모니

 
꿈을 잊고 지내던 이들에게 희망의 하모니를 선사하는 영화 코러스.

흥얼거려 봅니다. 그러면 지치고 힘들었던 오늘 하루가 조금 가벼워집니다. 인순이의 ‘거위의 꿈’을 부르며 삶에의 의지를 다져보기도 합니다. 혹여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었다면 어깨까지 들썩입니다. 노래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줍니다. 절망까진 아니더라도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하니까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하모니를 전해 준 ‘코러스(The Chorus, Les Choristes)’. 이야기는 한 장의 빛바랜 흑백사진에서 시작합니다. 수많은 청중을 사로잡는 교향악단의 지휘자 모항쥬는 어머니의 부음 소식에 고향인 프랑스 마르세이유로 돌아옵니다. 그에게 옛 친구 페피노가 낡은 일기장을 들고 찾아오지요. 그리고 둘은 60여 년 전 여름, 대머리 선생님과의 만남을 추억합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마르세이유의 작은 기숙사 학교에 실패한 작곡가 마티유가 임시 교사로 부임합니다. 면회가 허락되는 토요일마다 굳게 잠긴 교문 앞에서 하염없이 아빠를 기다리는 페피노와 홀어머니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말썽을 일으키는 모항쥬 등등. 학교는 온통 쓸쓸하고 말썽쟁이들만 모인 것처럼 보입니다. 마티유 역시 부임 첫날부터 아이들의 거친 장난과 맞닥뜨립니다. 그러던 중 아이들에게 저마다 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소방관, 군인 등등. 마티유는 아이들에게 꿈을 이룰 수 있는 길을 고민합니다. 결국 마티유는 무더운 여름이지만 겨울보다 더 차가운 교정에서 희망의 씨앗을 발견합니다.

“서툴렀지만 분명 아이들은 노래를 불렀다 아름다운 목소리도 그 안에 있었다. 아이들에게 뭔가 해줄 수 없을까? 작곡은 두 번 다시 않기로 했지만, 이 결심은 바꾸어야겠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마티유는 다시 음악을 작곡하고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기로 결심합니다. 노래를 못하면 옆에서 보조를, 보조를 못하면 악보를 들고 있게 하는 등 각자의 역할을 줍니다. 말썽꾸러기로만, 아무 재능도 없어 보이는 아이들이 어떤 일에서든 제 몫이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셈이지요. 파트를 나누고 매일 밤낮 합창을 하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외로움의 그늘은 점차 사라집니다. 그리고 교정에서는 실패한 작곡가와 꿈을 잃은 아이들의 희망 합창곡이 울려 퍼집니다. 차디찬 교정에 봄의 미소가 깃들기 시작한 것이지요.

케냐의 쓰레기 더미에서 꽃을 피운 지라니합창단을 이끈 지휘자 김재창 씨를 아시는지요. 최근 그가 인도 빈민가의 불가촉천민 아이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심기위해 합창단을 만들고자 출국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것 같은 절망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은 새어 들어오기 마련입니다.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했던가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 속에 희망을 품고 있겠지만 어떻게 꽃 피울지 모르고 있는 건 아닐 런지요. 너와 나, 우리는 각자의 화분에서 행복이란 꽃을 피우지만 희망이란 햇빛은 함께 맞이하고 있습니다.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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