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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 스님의 茶담法담] 78. 일심동체

기자명 법보신문

마음일치는 목표 같을 때 생겨나

가끔 명상 수업이 끝났는데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우물쭈물 내 주변을 서성이는 분들이 계신다. 무슨 할 말이 있는 듯 한 데 주위에 사람들이 많아 말을 꺼내는 것이 부담스러워 선뜻 다가오지 못하는 듯싶다. 반갑게 인사를 해주며 오늘 공부가 어렵지 않았는지 물어보면 수줍은 듯 공부이야기보다는 얼른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꺼낸다.

지방에서 강의가 끝났을 때 한 중년의 부인이 신세타령 비슷하게 자신의 고민을 끄집어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강의실 의자에 앉아서 이야기를 계속 듣기로 하였다. 내용의 요지는 남편의 오지랖이 너무 넓어 그것 때문에 자신과 가족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남편은 사교성이 좋고 부지런해 많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모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자기 계발을 위해 공부도 많이 하고, 틈틈이 복지시설 등에 가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봉사 활동도 하며,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으면 밤늦은 시간에도 가서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남들에게 해주는 것에 비해 가족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것이다. 부인에 따르면 남편은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봉사 활동하는 것이 의미 있고 보람돼 계속해서 그런 활동을 하고 싶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자비를 실천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인은 가족한테도 제대로 못하면서 그게 무슨 자비를 실천하는 거냐고 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것일 뿐이라고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그 부인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남편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지 나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참 대답하기 난해한 물음이었다. 남의 집안일이기도 하고 딱 부러지게 어느 쪽이 더 옳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 부인에게 말하기를 지금의 이 상황은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서로가 가진 삶의 가치와 목표가 다르며 그것 때문에 삶의 방식도 다르다는데 있다고 하였다. 만약 부부가 같은 삶의 목표와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터인데 안타까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부부가 처음 만났을 때는 어떠한 공통적인 목적과 가치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삶이 지속되면서 각자의 성향이 드러나기도 하고 또 어떤 변화를 거치거나 세상을 보는 시각의 범위가 차이가 나면서 바라보는 목표도 달라졌을 것이다. 옛말에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이 있는데 같은 마음을 같기 위해서는 먼저 같은 삶의 목표와 가치를 가지는 것이 꼭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

회사나 큰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교육을 시킨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서로 같은 목표와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공부도 같이 하고 서로의 마음을 알릴 수 있는 많은 대화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냥 같이 생활한다고 서로의 마음을 다 알아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산다면 어느 순간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에 큰 상심을 겪게 될 것이다. 

지장 스님 초의명상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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