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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살림과 모심] 생태적 휴가

기자명 법보신문

자연 훼손·과소비로 점철된 휴식은 지양
지역과 사람을 이해하는 체험의 장 돼야

휴가(休暇), 여름에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가슴 설레는 일입니다. 교통체증으로 막히고 돈 들어가는 짜증스럽고 피곤하기도 합니다. 언제부터 휴가가 연례행사처럼 의무가 되었을까요.

휴가는 일과 놀이를 분리하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은 힘들고 고통의 반복이며, 그래서 정해놓고 휴일을 정하여 긴장과 이완, 완급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일은 자신의 가치와 원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돈벌이를 위해 긴장과 피곤을 무릅쓸 수밖에 없는 고통스러운 것이지요. 이처럼 오늘날 현대인들은 생계와 돈벌이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일과 놀이가 분리되지 않고 일이 놀이고 놀이가 일인 사회나 자신을 상품화시켜 돈의 가치로 환산하지 않는 사회는 휴일을 따로 필요로 하지 않는 이상적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당위가 어설프게 적용되기보다, 불완전하지만 명확한 분리가 현실적으로 나을 수도 있지요.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여름에 집중하여 휴가를 갑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가는 여름보다 다른 시즌에 가는 것이 실제로 더 나을 것입니다. 교통대란도 없을 것이며, 바가지요금도 없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휴가라는 현대사회의 소비적 놀이를 위해 자연에 부담을 주지 않는 의미 있는 진정한 휴가란 어떤 것일까요?

우선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을 권장합니다. 교통대란과 에너지소비를 막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 트렁크의 많은 운반 능력으로 인해 그 만큼 지역에 많은 쓰레기를 자연 속 깊숙이 운반하여 오염을 배출하는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현지의 자연을 훼손하거나 교란시키는 휴가가 되어서도 안 됩니다. 지역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고성방가 등으로 동물들이나 짐승들을 놀라게 해서도 안 되며, 지역공동체에 위화감을 조성해서도 안 되지요. 나아가 가능한 지역사회에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도움이 되는 휴가라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휴가를 향락적 소비적으로 누리지 말고, 지역의 역사나 지리, 환경을 탐구하는 학습기행의 휴가가 되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그래서 역사유적답사, 역사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환경생태답사 등 자연을 깊이 알고 지역과 지리를 이해하며 사람의 따뜻한 향기를 느끼는 휴가라면 좋겠습니다. 또한 휴가를 굳이 멀리가지 말고 인근 지역이나 농촌 일손 돕기나 농촌체험으로 간다면 더 없이 훌륭한 휴가가 될 것입니다.

크리스마스가 실제 예수가 탄생한 3월과 관계없이 재고상품 소비를 위해 12월 연말로 재정되어 이용되고 있습니다. 뜬금없는 발렌타인 데이, 국적 없는 화이트 데이처럼 휴가문화도 현대사회에서 기정사실화해 산업사회의 소비를 부채질하는 놀이문화에 휩쓸려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소비문화에 의식 없이 추종하지 말고, 자신이나 가족에게 진정한 재창조의 기회가 되고 새로운 에너지의 충전 및 삶의 활력과 자극이 되기 위한 휴가라면 어떨까요. 더욱이 불자들이라면 이러한 소비적 휴가가 아니라, 기도, 좌선, 명상, 템플스테이 등을 통해 산란했던 자신을 차분히 살피는 휴가가 된다면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인 경험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유정길 에코붓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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