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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洗心淸心] 수행에 진척이 없다? 그래도 앉으라

기자명 법보신문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 불교를 접하고 신심이 생길 때는 3.7일 기도다, 100일 기도다, 금강경 독송이다, 108배다 해서 기도 수행도 자주 하게 되고 아침저녁으로 좌선도 하고 무엇이든 열심히 정진에 임한다. 그런데 한참을 그렇게 하다보면 물론 처음에는 ‘가피력을 입었다’거나, ‘기도를 하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거나, ‘기도를 하니까 삶이 달라진다’거나, 심지어는 ‘기도를 하면 뭐든지 다 이루어진다’거나하면서 신심을 내고 환희심을 내다가 어느 순간이 지나고 나면 그런 신심이 뚝 떨어지곤 한다.

기도를 하고, 수행을 하면 내가 생각했던 대로 다 이루어 져야 하는데, 처음에는 그렇게 되는 듯 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는 그것이 마음대로 잘 안 되는데서 문제가 생긴다. 참선을 한다고 뭔가 눈에 보이게 마음이 평온해 지는 것도 아니고, 대비주 수행을 1만독, 10만독을 넘게 했는데 깨달음이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금강경 독송을 매일같이 7독씩 몇 년을 했는데도 내 삶에 그 어떤 획기적인 변화가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서 실망을 하고 좌절을 한다. ‘이렇게 해도 별 것 없구나’

그러나 이 말을, 이런 생각을 한 번 돌이켜 보라. 거기에는 내 스스로 파 놓은 함정이 있다. 기도 수행을 하면 무언가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 바로 ‘바라는 마음’이 그 밑바탕에 깔려있다는 말이다. 수행을 하고 기도를 할 때 사람들은 무언가를 바라고, 어떻게 되어지기를 바라곤 한다. 하기야 사람들의 속성상 바라지 않는다면 무엇하러 그 힘든 수행을 하겠는가.

그러나 이 불법의 문에 들어오면 세상의 방식과는 결별을 선언해야 한다. 세상에서야 우리의 모든 행위의 이유는 어떤 목적을 이루는 방향으로 행해지지만 출세간의 이 문으로 들어오면 목적 없음이 바로 목적이 된다. 다만 앉아 있는 것이지, 다만 마음을 비우고 바라보는 것이지, 거기에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아침에 좌선을 하고 출근했더니 하루가 더 맑고 상쾌해 지는 것 같더라, 수행을 오래하다 보니까 마음에 중심이 잡히고 그 어떤 경계에도 휘둘리지 않는 것 같더라, 금강경을 오래 독송하다 보니까 온갖 마장들이 다 없어지고 마음 내는 대로 다 이루어지더라, 하는 말들은 모두가 어리석은 욕망 밖에 되지 못한다. 그것은 참선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생각이 일어난다면 얼른 지켜보아야 한다. 그래야 그 생각의 흐름에 끄달리지 않을 수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수행을 하고 참선을 하다보면 ‘나는 저 사람들보다 더 깨어있는 사람이다’거나, ‘나는 저 사람들보다 더 나은 사람이다’라는 우월한 상이 생겨난다. 이 때 깜짝 놀라 얼른 지켜보지 않는다면 그 때부터 수행은 거꾸로 간다.

새벽에 깨어나 꼿꼿이 앉아있으라. 다만 좌복을 펴고 앉아 묵묵히 지켜보라. 그것이 독경이 되어도 좋고, 염불이나, 다라니 독송이 되어도 좋으며, 108배를 해도 좋고, 아니면 다만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기만 해도 좋다. 그 순간에 몰입하라. 하루 중 온전히 마음을 비우고 앉아 있는 시간을 가지라. 무언가를 이루어 보겠다거나, 이렇게 앉아 기도 수행을 하면 무언가 달라지겠다거나 하는 그런 생각을 모두 비운 채 다만 바라보기 위해 앉으라. 이러한 행위를 참선이라거나, 좌선이라거나, 수행이라고 이름 짓지 말라. 스스로 잘 한 것이라고 뿌듯해 하지도 말라. 이렇게 하면 무언가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아예 지워버려라.

10년을 앉아 좌선을 했지만 아무런 깨달음도 없다고? 그래도 여전히 앉으라. 수행 중에 그 어떤 변화도, 경계도, 환희심도 없다고? 그것이야말로 찬탄 받아 마땅한 우리의 수행이다.

운학사 주지 법상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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