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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 스님의 茶담法담] 85. 토끼뿔

기자명 법보신문

행복하려면 고통의 원인을 제거하라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청년이 찾아왔다. 그 나이 쯤 되면 보통 취업이나 게임, 연애 등에 빠져 지낼 때이다. 빵집에서 파는 롤케익 하나가 담긴 종이 가방을 찻상 옆에 내려놓더니 넙죽 큰 절을 올렸다. 기특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또 조심스럽기도 하였다. 간단한 인사만 하고 무슨 연유로 오게 되었는지 먼저 말을 꺼낼 때까지 잠시 차를 우린다는 핑계로 침묵의 시간을 만들었다.

우려진 차 한 잔을 잔뜩 어색해하고 있는 청년 앞쪽에 내밀었다. 긴장하고 있는 것인지 무언가 굳은 결심을 하고 있는지 잘 분별이 되지는 않지만 얼굴 표정은 무척 진지해 보였다. 차 한 잔을 단 번에 마시더니 그제 서야 아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어…. 제 마음을 찾고 싶습니다.”
순간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 친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지, 아니면 겉멋에 빠져 물어보는 건지 또 그것도 아니면 살짝 맛이 가서 물어보는 건지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런 질문은 수행을 많이 하신 분들을 찾아가 물어보는 게 낫다고 일러주면서 왜 마음을 찾는지 연유를 물었다.

“도대체 제 마음대로 잘 안 돼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착하게 살려고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 속상해요.”
“뭐가 되던 다 네 마음 아니니?”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닌데요.”
“그럼 그 마음은 누가 만들었는데?”
“몰라요. 그냥, 제 마음대로 안 되니까 그래서 본래 제 마음을 찾고 싶은 거지요.”
“너는 네 스스로 기쁘고 즐겁냐 아니면 기쁜 일이 있어야만 그렇게 되냐?”
“그거야 기쁜 일이 있어야 기쁘겠지요.”

“평상시 너를 힘들게 하는 마음들은 네가 일으킨 거야 아니면 그냥 일어난 거야?”
“제 의지와 상관없이 그냥 일어난 것이지요.”
“그렇다면 지금 너의 마음 상태는 네가 만들고 있는 거야 아니면 만들어 지고 있는 거야? 지금 우리의 마음 상태는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그래. 한 순간도 같은 순간이지 않아. 항상 처음이면서 마지막인 순간들의 연속이지. 그리고 그 상태는 여러 감각 기관을 통해 들어온 신호와 기억, 습관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결과일 뿐이라고 하지. 불이 피워지면 연기가 날거야. 그 연기는 자기 스스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불이 피워졌기 때문에 그 결과로 생겨난 것이지. 마음도 일종의 결과물이야. 마음을 만들어내는 원인과 조건들이 만나 매 순간 작용하는 상태일 뿐이라고 해. 연기를 없애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그야 불을 끄면 되겠지요.”

“마음도 만들어지는 결과이기 때문에 마음을 바꾸거나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마음 자체를 바꾸려 하지 말고 우선 그 원인과 조건에 변화를 주어야 하겠지. 두 손이 만나 일어나는 손뼉 소리처럼 조건적으로 만들어지는 마음을 찾겠다고 하면 그림자를 잡겠다는 것과 같고 토끼의 뿔을 찾겠다는 것과 같겠지. 그냥 내 생각이야. 무슨 생각해?”
“알듯 말듯, 그래도 잘 모르겠는데요.”
“혹시 마음을 찾거들랑 나한테 꼭 알려주렴.” 

지장 스님 초의명상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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