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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洗心淸心] 새로운 가을맞이

기자명 법보신문

가을이 왔다.
밤새 쌀쌀한 찬 기운을 맞았더니 어느 새벽보다 상쾌한 기분이다. 한번 차가워진 기온은 요사채뿐만 아니라 법당, 후원, 종무소 모든 곳에 차가운 바람을 몰아와 도량 어디를 거닐어도 상쾌한 기분이 가시지 않는다. 벌써 차가운 겨울을 상상하니 여름의 긴긴 힘겨움은 싹 씻긴 것 같다.

시간은 우리들에게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준다.

시간에 실려 변동하는 날씨 또한 마찬가지다. 추석날까지 제주는 더워서 견디기 힘들 지경이었다. 하지만 폭우에 물난리로 힘겨워하는 사람들로 한편 마음 아픈 명절이 되었다.

시간과 공간에 갇혀 사는 일생이란 것이 얼마나 한정적이고 유한한 것인지…, 정말 모든 인류가 숙명처럼 수용하고 살아왔던 이 시간과 공간으로부터의 부자유에 당당히 맞서 싸워 이겨서 영원한 자유와 대자유를 쟁취하신 싯다르타 왕자의 행복을 훔쳐보고 싶은 생각이 더욱 간절해지는 계절이 왔다.

우리가 시간과 공간을 완전히 초월하지 못하더라도 적절히 관리하고 조절한다면 힘겨운 시간보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으로 인생을 엮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불교의 미래를 생각하다보면 걱정스러울 때가 너무 많다. 하지만 벌써 우리의 위치가 모순이 있으면 자신이 힘써 바꾸어야 하고, 미래가 불확실하면 개척해야할 책임이 있는 장년의 자리니 누구를 원망하거나 비판 할 위치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과거의 관습에 너무 깊이 몸 담고 있는 불교의 현실을 변화시키는 일은 정말 쉽지가 않다. 지역에서 요일을 중심으로 하는 법회를 가지려 해보지만 쉽지가 않다. 그나마 어린이법회와 리틀붓다어린이합창단을 일요일에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얼마 전 복지단체장 연수회에 갔더니 생각보다 단체장들이 너무 많았는데 지역아동센터장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제주지역 70여개 센터 거의 전부가 타종교에서 운영하고 있었다. 이제 와서 새롭게 센터를 열려고 하니 자금 등 여러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미래는 언제나 우리들에게 낯설게만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지혜로운 인간들은 미래의 모습을 정확히 예측하고 여유와 자신감을 가지고 맞이할 때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제 우리 제주불교의 미래가 낯설게 다가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우리들이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해야 할 때다.

어린아이는 우리들의 미래라고 한다. 그들이 놀며 공부하고 익혀나가는 삶의 현실에서 부처님의 모습이 점점 멀어진다면 우리의 미래는 너무나 아프도록 선명하게 펼쳐질 것이 확실하지 않은가? 하지만 승가는 지금 종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사회와 밀접한 현실을 돌볼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선거는 더없이 혼탁해지고 진정 우리불교의 현실을 아파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일터의 주인공이 아니라 붕당을 대표하는 것 같은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이 참으로 마음 아프다.

마음을 바쁘게 챙기다보니 차가워진 가을 날씨의 기쁨을 유희할 시간마저 없을 것만 같다. 우리들이 하루살이가 아니라 진정 천년의 전통을 자랑한다면 당장 눈보라 몰아칠 이번 겨울 뿐만 아니라 반드시 올 미래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챙겨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가 우리 불교의 현실을 개척하고 미래를 이끌어가는 세대가 될 수 있도록 청명하고 아름다운 이 가을하늘에 부끄럽지 않게 치러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부디 우리 불자들이 아픈 오늘을 살면서도 미래를 생각하면 얼굴가득 행복한 미소가 깃들 수 있도록 희망찬 오늘을 살고 싶다.

약천사 주지 성원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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