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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위한 변명] 말과 폭력

기자명 법보신문

한낱 잡초도 자연과 소통하며 생명 유지
국민과 대화없는 ‘4대강 살생’은 멈춰야

여강선원에 다녀왔습니다. 수경 스님의 텅 빈자리를 지키고 있는 묘운 스님과 함께 이포보와 강천보를 둘러보았습니다. 둘러보는 길에 굿당을 찾아 물을 관장한다는 할머니 신도 뵙고 왔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4대강을 해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간절함 때문이었을까요. ‘우리처럼 물을 함부로 다루는 나라는 없다’는 반가운 말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런데 곧바로 억장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대통령이었기 때문입니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녹색성장위원회’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녹색성장은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가장 앞서 간다’는 말도 함께 했다는 것입니다.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기본적으로 말은 의사소통의 도구로서 너와 나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입니다. 말은 말을 주고받는 사람들 사이에 자유, 평등, 우애, 관용의 정신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언어폭력일 뿐입니다. 하나의 문제에 대한 의견 일치 없이 다른 문제로 말을 옮기거나, 협동을 통한 공동문제의 해결 없이 말을 마무리 하는 것도 폭력입니다.

대통령은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입니다. 말은 진실과 거짓을 밝히는 대화일 때 가치가 있습니다. 대통령은 국민과 대화를 해야 합니다. 국민과의 대화 속에서 대통령의 철학과 국민의 믿음이 통합됩니다. 국민의 믿음이 뒷받침되지 않는 대통령의 철학과 사유는 왜곡되기 쉽습니다. 대화만이 서로를 살리는 길입니다. 서로의 말이 각자 자기 존재의 근거이기 때문에 국민 개개인의 문제해결은 공동의 문제해결을 전제로 하고, 우리 삶의 문제해결은 필연적으로 생명 전체의 문제해결을 포함합니다.

말은 대화이고 대화는 깊은 만남입니다. 국민은 대화를 통해 국가의 삶에 관여함으로서 주권자로서의 생명을 유지하게 되고, 한낱 이름 없는 잡초든 멸종위기에 처한 단양쑥부쟁이든 역시 대화로 전체 생태계에 관여함으로서 생명을 유지하게 됩니다. 국민 다수는 4대강 사업이 일방적인 언어폭력에 기초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생명을 죽이는 사업이라고 말합니다.

공정률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2012년 정권이 교체되면 16개의 보 수문을 항상 열어 두거나 보를 해체할 것인데, 공정률 따질 때입니까.

지금은 이런 대화를 나누어야 할 때입니다. 인류에게 먹이를 제공해 주는 동료 생명인 미생물, 풀, 벌레, 물고기와 새, 강과 숲과 산이 학대당하고 약탈, 파괴, 멸종당하고 죽고 썩어서 부패 오염물질로 전락하는 것을 바라나요? 인류 생명의 부패, 오염, 죽음인데 이걸 원하나요? 인류와 모든 생명의 삶의 터전이요 어머니인 물과 강과 토지와 산과 공기의 파멸을 바라나요? 나를 포함한 살아있는 생명에게 가장 불행한 사태는 스스로 죽고 싶지 않을 때, 자기의 생명을 아름답게 꽃피우고 싶을 때, 자기의 소망과 의지와는 상관없이 억눌리고 죽음을 당하는 겁니다. 이런 억압적 구조를 받아들여야 하나요?

대통령 자신도 자신의 귀중한 생명이 억눌림 속에서 짓밟히는 것을 원하진 않으시겠죠? 이런 내용의 대화에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생명과 터전을 아름답게 가꾸자는 것입니다. 4대강 사업 여기에서 멈추고, 국민적 논의기구에서 흔쾌히 대화합시다. 이것만이 우리가 서로 사는 길입니다.

정호 녹색구출특위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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