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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살림과 모심] 그림자 노동

기자명 법보신문

살림살이·봉사, 고되지만 가치는 무한대
윤택한 사회의 바탕 보호할 시스템 절실

주부가 집에서 하는 일을 영어로는 ‘house keeping’, 일본어로는 가사(家事)라고 합니다. 모두 집안일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유독 ‘살림살이’라는 말을 씁니다. 이상하지요? ‘살린다’는 말의 반대는 ‘죽인다’입니다. ‘살린다’의 명사형이 ‘살림’입니다. 그러면 살림살이는 ‘살리는 일을 하는 것’이란 뜻입니다. 여성의 집안일은 곧 ‘살리는 일’을 하는 것이라는 전통의 지혜가 묻어 있는 아름다운 말입니다.

여자들의 살림살이는 집에서 밥하고 청소하고 아이 돌보고, 가족들의 건강을 건사하며 돌보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 일은 마치 산에 돌을 올려놓으면 다음날 다시 굴러 떨어져 매일 다시 올려놔야 하는 ‘시지프스의 노동’같이 반복됩니다. 티도 안 나고 별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돈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그에 비하면 남자들의 노동은 눈에 보이는 생산성을 갖고 있습니다. 누적되고 축적이 됩니다. 무엇보다 돈으로 대가를 지급 받는 노동입니다. 그것을 임금노동이라고 한다면, 여자들의 살림살이는 돈이 안 되는 노동입니다. 오늘날 산업사회는 임금노동으로 유지가 되는 것으로 사람들은 착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그렇지 않습니다. 이러한 수많은 무불노동. 비임금노동이 우리사회를 지탱해주는 실제의 역할을 합니다. 임금노동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라고 한다면 무불노동은 약 7정도를 차지한다고 할까요?

예를 들어볼까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일단 집안 살림살이를 돈으로 계산한다면 얼마가 될까요. 밥하는 것, 빨래, 청소, 아기 낳아주는 일, 아이를 기르고 학교 보내고 교육시키는 것, 그리고 섹스까지? 이것을 돈으로 하면 어마어마하게 지불해야할 것입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사랑과 애정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욱 큽니다. 오히려 그 속에서 사랑, 정, 돌봄 등 보이지 않는 가치가 우리사회를 더욱 아름답고 윤택하게 만듭니다.

자원봉사를 하는 일도 결국 돈이 안 되는 노동입니다. 그리고 노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남을 도우려고 손해를 감내하거나 인터넷 카페나 동호회를 위해 활동하는 것, 댓글을 달아주고 격려해주는 일 등 모두 돈이 안 되는 노동이지만,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사회를 더욱 살 만하게 만들어주는 노동입니다.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심지어 욕까지 들어먹지만 지역과 사회를 위해 애쓰는 일은 다 무불노동입니다. 임금노동만이 의미 있고 무불노동을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는 삭막해지고 사람관계는 살벌해집니다. 그러나 이렇게 돈이 안 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 그러한 일이 의미 있다고 격려되는 사회가 아름다운 사회인 것입니다. 돈은 안 되지만 남을 위해 수고하고 애를 쓰는 일을 넓혀나가는 것이 아름다운 미래사회입니다.

우리사회는 무불노동의 사람들이 살 수 있는 복지시스템을 갖춘 사회를 만든 것이 중요합니다. 무불노동을 노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오히려 사회적 노동을 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비정규직입니다. 그러나 비정규직도 미래가 불안하지 않게 살 수 있는 나누는 사회가 되는 것, 이것인 생태적사회가 지향해야할 목표일 것입니다.

유정길 에코붓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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