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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위한 변명] 괴물, 한미 FTA

기자명 법보신문

국익만 찾는 FTA는 지구온난화 가속
생명 안전 담보 없는 협상은 무의미

맹자집주 ‘양혜왕편’에 나온 이야기다. 양혜왕이 맹자에게 물었다. “노인께서 천리 길을 멀다 하지 않고 오셨으니, 장차 저희 나라의 국익을 위해 좋은 방도가 있으시겠지요?” 맹자가 대답했다.

“왕께서는 하필 국익을 말씀하십니까? 오직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 이처럼 왕께서 ‘어떻게 하면 국익에 도움이 될까’하고 생각하면, 높은 관리들은 ‘어떻게 내 집안을 이롭게 할까?’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백성들은 모두 ‘어떻게 하면 내 몸만을 이롭게 할까’하고 생각하게 될 것이니, 서로 자기의 이익만을 취하면 나라가 위태로워집니다.” 맹자의 이 이야기는 국익을 생각하기 전에 무엇이 올바른 일인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문제는 국익론이다. 국익론이 전면에 부상하는 한 석유문명과 지구온난화의 파국적 사태가 부른 지구생태계의 위기와 이에 깃들어 사는 모든 생명의 총체적이고 근원적인 위기는 도외시된다. 결국 무산되기는 했으나 이번에 밀실에서 진행된 한미FTA 추가협상에서 이명박 정권이 배기가스 배출기준완화, 연비기준완화를 내용으로 한 자동차부문의 미국 요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게다가 미국산 쇠고기 개방이 이미 4분의 3가량 진행되었다는 토머스 도너휴 미국상공회의소 의장의 발언 정황을 비추어 보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도 시간문제인 듯하다.

국익론은 결국 경제성장 지표만 남긴 채 지구생태계의 공멸을 부르고 말 것이다. 우리의 의제는 기후변화와 생명안전이어야 한다. FTA는 무엇인가? FTA는 한마디로 초국적 금융자본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무제한 이윤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시장시스템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선구자인 영국의 대처 수상이 매몰차게 말했듯이, 자유시장주의 안에 “사회적 연대라는 개념은 없다.” 이른바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나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시장경제논리가 최우선시 될 때, 거기에는 사회적 약자와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는 공공성의 공간이 극도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결국 농민 등 사회적 약자의 생명과 지구생태계 그리고 민주주의를 제물로 바치게 된다.

세계를 일국체제로 지배하고 있는 기후재앙의 주범인 미국과의 FTA는 재고되어야 한다. 미국은 지금도 전 세계 온실가스의 4분의 1을 배출하고 있다. 역사적인 누계를 따지면 미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9%, 1인당 20t에 이른다. 이런 나라의 자동차를 마음껏 수입해 배출가스를 마시라고 강요하는 것이 미국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현재 온실가스 배출 세계 10위의 나라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에 따르면 지난 1990년에서 2004년 사이에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무려 104.6%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유럽연합은 불과 1.6% 증가했다.

한미FTA는 경제종속을 넘어 기후예속이다. 이는 미국이 자행하고 있는 온난화라는 지구범죄행위에 적극 가담하여 지구의 절멸을 부르는 공동범죄행위를 저지르는 것이다. 니콜라스 스턴 전 세계은행 부총재는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세계 GDP의 20%나 되는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국익보다 더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지구온난화와 생명안전의 문제다.

정호 녹색구출특위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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