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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내 이름은 칸

기자명 법보신문

분별이란 이름의 폭력

 

▲평범한 행복을 꿈꾸었던 이들의 앞을 가로 막은 것은 분별심이었다.

 

 

승가원장애아동시설에 갔을 때 일입니다. 처음으로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마주하게 됐습니다. 손이 없는 아이, 침을 흘리는 아이, 눈이 먼 아이들…. 마주 한 지 10분도 못돼 자리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한 동안 다시 찾아가지 못했지요.


마음이 아파서 그랬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장애’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마음속 ‘장애’는 신체적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분별하고 있었습니다. 분별은 가끔 폭력적인 일을 낳기도 하지요. 승가원장애아동시설을 박차고 나왔을 때, ‘정상’과 다른 부류로 아이들을 분별했던 마음가짐은 ‘사람’을 둘로 나눴습니다. “난 건강해서 다행”이라는 상대적인 행복감마저 느꼈습니다. 얼마나 폭력적인가요.


인류가 가진 분별심을 이겨낸 리즈완 칸은 아스퍼거 장애를 갖고 태어났습니다. 자폐증을 가진 이들과 비슷해 사회생활이나 의사소통을 하는 데 조금 어려움을 겪지요. 이런 칸에게 어머니는 이렇게 가르칩니다. 동그라미와 실선으로만 사람 2명을 그리고 방망이와 사탕을 각각 그려 넣습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한 사람은 방망이를 들고 있고 한 사람은 사탕을 들고 있다. 누가 이슬람교도고 힌두교도 인지 알겠니.” 칸이 대답합니다. “둘 다 똑 같아요.” “행동이 다를 뿐 다른 차이점은 없단다.”


칸은 어머니의 죽음 이후 하나 뿐인 동생이 있는 미국으로 건너갑니다. 그곳에서 힌두교도인 싱글맘 만디라를 만나 첫 눈에 반합니다. 만디라는 결국 마음을 열고, 칸은 종교가 다르다는 동생의 반대에도 만디라와 그녀의 아들 샘과 한 가족을 이룹니다. 비로소 칸은 행복한 자신의 삶을 찾기 시작하지요. 그러나 삶의 횡액은 언제나 예고 없이 들이 닥칩니다. 9.11 테러가 일어납니다. 주동자로 알 카에다가 지목되고 미국에서 이슬람교도로 살기가 힘들어집니다. 단지 이슬람교도라는 이유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폭행당하고, 그들이 운영하는 가게가 습격당하며, 길거리에서 테러를 당하기도 합니다. 비극의 시작이지요.


칸의 말대로 서양의 역사가 기원전과 기원후로 나눠지던 것에서 9.11 테러가 세 번째 기준이 된 것입니다. 칸의 가족에게도 불행이 닥칩니다. 아들 샘이 죽음에 이릅니다. 아들의 죽음을 견디기 어려웠던 만디라는 칸에게 울부짖습니다. “아이 이름에 ‘칸’이 더해진다고 해서 다를 게 뭐가 있겠어? 그런데 틀렸어 그게 차이였던 거야.” 그 길로 칸은 대통령을 만나러 무작정 떠납니다. 이 말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내 이름은 칸입니다.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칸은 말합니다. “무고한 죽음은 전 인류의 죽음과 같아. 9.11 테러처럼 무고한 죽음은 전 인류의 죽음과 같다는 걸 알아. 하지만 그것 때문에 왜 우리가 이 고통을 당해야하는지는 모르겠어.” 분별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요. 물리적인 해를 가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에서 테러를 저지르고 있지는 않나요. 이렇게 기도합니다. “나는 당신 내면의 그곳 우주 전체가 자리한 그곳을 경배합니다. 사랑과 빛, 진실과 평화가 깃든 그곳을 경배합니다. 당신이 당신 내면의 그곳에 있고 내가 나의 내면의 그곳에 있으면 우리는 하나가 됩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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