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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주식 고수

기자명 법보신문
  • 차담법담
  • 입력 2010.12.14 19:13
  • 수정 2010.12.15 15:29
  • 댓글 0

최고의 명약도 사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

▲지장 스님의 차담법담

강의를 듣고 토의를 하는 한 모임에 참가하게 되었다. 딱딱한 모임이 끝나고 주변의 몇몇 사람들과 근처 커피 전문점에 들러 더 나누고 싶은 대화를 이어갔다. 대화의 주제는 특별히 정해진 것이 아니어서 이따금 이곳저곳으로 대화의 방향이 바뀌곤 했지만 내용면에서는 유익하고 생산적인 성격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 멤버들 중에는 기업의 인수합병 전문가도 있었고 증권 전문가도 있었다. 증권 전문가가 대화 도중 이런 말을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주식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냐고 물어 봅니다. 저는 돈을 버는 방법은 잘 모르지만 제 나름대로 돈을 잃지 않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주식은 어쩌다 큰 돈을 벌게 해주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또 항상 수익을 내주는 것이 아니며, 또 돈을 벌 확률만큼 똑같이 돈을 잃어버릴 확률이 높지요. 돈을 잃지 않는 방법을 잘 안다면 비록 큰 돈을 벌 수 없지만 그래도 있는 돈을 까먹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제 말을 잘 따르지 않습니다. 정말로 진심으로 저의 경험과 노하우를 알려주는데 제 말을 듣는 순간에는 분명히 알아들었고 꼭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하였건만, 막상 시간이 지나고 보면 실수를 반복하고 있지요. 많은 실수를 통해 큰 손실을 보고나면 그때 가서 제가 한 말이 맞는다는 것을 제대로 실감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정도 가면 이미 인생의 수업료를 상당히 지불한 상태이지요. 아는 것과 그것을 잘 실천하는 것과는 분명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자신이 아는 대로 그대로 실천하고 산다면 주식을 하던 무엇을 하던 후회하지 않는 인생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약간 장난기 있는 말투로 푸념하듯 말했지만, 무슨 큰스님의 법문을 듣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자신들의 경험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대화의 결론은 결국 명상 수행으로 귀결되었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명상이 필요하다는 요지였다. 명상이 무슨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말끝마다 자꾸 명상이야기를 해서 내가 한마디 거들었다.


“그런데요 명상도 다 해야 된다고 말은 하는데 실제는 안 한다니까요. 그게 문제입니다.”
나의 말이 끝나자 대화는 갑자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였다. 대화는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한 가지 정리된 내용은 있었다. 사람들은 그래도 어떤 경험을 토대로 변화를 배워간다는 것이다. 이론적 배움도 도움이 되지만 그 이론적 배움이 실제 삶에서 체험될 때 확고히 자신의 것이 된다는 것이다. 건강과 시간, 경제적인 면에서 손실을 입었지만 그런 손실을 대가로 얻어지는 것이 있으며 지혜로운 사람들은 그런 손실을 덜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다.


▲지장 스님
그런데 일반 사람들은 주식 고수의 이야기는 귀담아 듣는 것 같지만 아직 명상 고수의 이야기는 별로 흥미를 못 느끼는가 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어서일 것이다. 주식 투자도 때를 놓쳐 너무 큰 손실을 입으면 재기하기 힘들 것이다. 인생이라는 펀드도 때를 놓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기 전에 인생투자의 고수들 즉 여러 성인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지장 스님 초의명상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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