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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잠을 자는 시간을 빼곤 대부분 밝은 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해가 져 캄캄한 밤이 오더라도 밝은 형광등 불 빛 아래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산다. 밝음 속에 있을 때는 그 밝음이라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다. 그런데 알고 보면 밝음이라는 것도 일종의 존재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즉 빛이라는 것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거나 비춰지고 있는 상태이다. 밝음이라는 것이 없어지면 곧 어둠이 된다. 어둠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빛이 없는 상태이다.
밝음도 일종의 존재하는 과정이라 하였는데 그렇다고 밝음이라는 실체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 있다가 나타나거나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빛 에너지가 방출되면서 만들어지는 조건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밝음 속에 있을 때는 마치 그 밝음이 계속해서 그냥 그대로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사실 그 밝음은 한 순간도 똑같은 순간이 아니다. 즉 계속해서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상태이다. 전기가 돌면서 새로운 빛이 만들어지거나 태양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빛 에너지가 방출되기 때문이다. 밝음은 항상 여기 그대로 있는 것 같지만 그때뿐이고 조건과 원인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무상하고 무아인 것이다.
우리의 마음도 밝음과 같다. 계속해서 있는 것 같지만 어떤 조건과 원인에 의해 매 순간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은 의식과 같은 의미이다. 의식은 홀로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기관과 감각대상이 만나 생겨나는 정신적 현상이다.
플러스 전기와 마이너스 전기가 만나 빛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다. 인간은 기본 다섯 감각기관과 생각이라는 정신적 감각기관을 포함하여 총 여섯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고 또 그 감각기관에 해당하는 감각대상과 항상 접촉이 일어나고 있다. 접촉이 일어나면 어떤 신호가 발생하고 그 신호에 대한 후속 반응을 우리는 총체적으로 정신 혹은 마음이라고 부른다.
좀 더 현대적 개념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외부의 어떤 신호가 감각기관에 부딪히게 되면 신경을 통해 자극이 뇌에 전달된다. 뇌에 전달된 감각신호는 신경전달 물질을 분비시켜 그 신호가 어떠한 신호인지를 알게 한다. 감각신호의 단순한 인지를 의식이라 한다. 그리고 그 신호의 인지와 반응 과정을 흔히 마음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 어떤 내용이 되었건 중요한 사실은 마음이라는 것도 결국 밝음이라는 것처럼 본래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조건적 일시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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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광 스님 초의명상선원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