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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문자 그대로 색즉시공 공즉시색, 몸과 마음이 하나인 종교요, 몸과 마음의 안녕과 평안을 도모하는 비결이다. 마음의 평안이 몸의 평안이요, 몸의 건강이 마음의 건강이다. 제법망견(諸法妄見)이라 무명이 불건강을 낳는다. 불합리한 고정관념이 병의 원인이요, 마음의 미혹이 질병이다. 흔히 스트레스란 말을 많이 쓰는데 스트레스란 아집으로부터 오는 것이요 마음의 탄력성 결여에서 온다.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체적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느냐가 건강의 중요한 요체 중 하나다.
‘금강경’ 가르침대로 무아상 무인상 무중생상 무수자상(無我相 無人相 無衆生相 無壽者相)이 스트레스해소의 묘방 중의 묘방이다. 제행무상, 제법무아, 제법망견인데 흘러가는 물결을 잡으려하니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은 흘러가는 것이요, 고여 있으면 썩는 법. 돌고 도는 것이 인생이요, 삼라만상의 근본도리인데 내 것이다 집착하여 고집을 하니 고통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무소유의 마음 불가득의 도를 몰라 불안, 공포, 초조, 번뇌 등의 감정동요가 있게 되고 장기간 계속되면 내장기관에 영향을 주어 질병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인간이 왜 다른 동물보다 질병이 많고, 질병의 내용이 복잡한가하면 정신적 번뇌가 복잡하고 심각하기 때문이다. 갖가지 번뇌는 모두가 무명에서 오는 것. 갖가지 고정관념의 원인인 번뇌가 잠재의식에 고정되면 관념이라는 번뇌 에너지의 응고물이 생기고 그것이 곧 질병이 된다. 결국 번뇌를 잡는 것이 질병퇴치의 요체라 할 수 있다. 불교에서 항상 번뇌의 퇴치를 가장 중요한 수행의 근본으로 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도모하려는 부처님의 거룩한 가피의 발로이다.
모든 질병은 이기심이란 인간성의 근본적 모순으로부터 시작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자기의 행복만을 위해서 살아간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자신의 행복이란 다른 여러 존재들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부정할래야 부정할 도리가 없다. 이기심을 깨고 아상을 깨고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이 되면 아집이란 고정관념이 부서지고 스트레스도 질병도 부서지지 않을 수가 없다. 몸과 마음을 닦아야 건강해진다고 보면 이기심을 녹여내고 번뇌를 녹여낼 때 질병은 스러질 수밖에 없다.
번뇌망상을 녹여내면 마음이 통하고 몸이 통하여 미혹으로 인한 질병이 녹아진다. 재물, 색의 노리개들인 인간은 참된 행복을 알 도리가 없다. 그들은 출렁이는 욕정의 파도를 따라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면서 사나운 번뇌의 물결에 저항하지도 못하면서 눈이 먼 채로 고통의 바다를 표류할 따름이다. 그들에게 부처님을 가르치고, 법의 은혜, 진리의 은혜를 가르쳐야 만하는 이유는 진리만이 그들을 미망으로부터 눈을 뜨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리가 그들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무명의 암흑을 헤매면서 고통과 질병의 늪을 벗어날 수가 없다. 현명하고 진리를 생활화하는 사람은 미망을 멀리하고 그들을 잘 구분하여 진리가 그들의 몸과 마음을 지배하게 한다. 그들은 밝은 태양을 바라보고 즐거운 마음으로 부처님이신 허공을 마음껏 호흡하며 항상 감사함과 부처님을 찬탄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우리의 몸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빛이요, 공기요, 물인 것처럼 진리의 빛, 부처님이신 허공을 호흡하며 사랑과 자비심 가득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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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광 스님 서울 능인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