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4. 벼랑 위의 포뇨 〈끝〉

기자명 법보신문

사랑과 자비 그리고 사람

 

▲사람이 되고 싶은 인면어 포뇨와 소년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

 

 

소녀 물고기 포뇨는 인면어입니다. 생명의 원천 바다를 다스리는 아빠 ‘후지모토’와 관세음보살 엄마 사이에 태어났습니다. 호기심 많은 물고기 소녀 포뇨는 따분한 바다 생활에 싫증을 느끼지요. 급기야 아빠 몰래 동경하던 땅으로 가출을 감행합니다. 해파리를 타고 바다 속까지 비추는 햇살에 반해 땅으로 땅으로 향합니다. 그 와중에 바다 속 쓰레기를 치우는 배의 그물에 걸려 유리병에 갇히고 맙니다.


다행히 해변에 놀러 나온 소년 ‘소스케’의 도움으로 구출된 포뇨는 소년이 마련한 초록 양동이에서 즐거운 육지 생활을 시작합니다. 포뇨는 곧 아빠에 의해 바다로 돌아가지만 소스케를 좋아하게 된 포뇨는 사람이 되고 싶어하며 다시 소스케에게 달려갑니다. 동그랗고 오동통한 배와 조그마한 입술에 붉은 머리색을 가진 앙증맞은 소녀 포뇨는 소스케를 보자마자 단박에 품에 안으며 기뻐합니다. 그러나 인면어가 육지에 오르면 해일이 생긴다는 어촌의 말에 따라 마을은 물에 잠기는 시련이 닥칩니다. 소스케와 포뇨는 고사리 같은 손을 꼭 마주잡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씩씩하게 소스케의 엄마 리사를 찾아 나섭니다.


“소스케~. 포뇨, 소스케 좋아” 유난히 이 대사가 가슴에 깊이 새겨집니다. 소스케 역시 포뇨가 사람이 되려면 진짜 모습을 알고도 이해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관세음보살의 말에 이렇게 답합니다. “물고기인 포뇨도, 인어인 포뇨도, 사람인 포뇨도 좋아.” 포뇨는 정말 사람이 되었을까요. 사랑과 자비란 두 단어는 사람 순수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마치 어린아이의 마음처럼, 겉모습이 아닌 그 사람 자체를 이해하는 마음입니다. 그러나 나 아닌 타인과 마음을 나누는 일에는 책임과 노력이 따르지요. 포뇨는 마법을 잃어야 했고, 소스케와 포뇨는 서로를 믿고 서로에 힘이 되며 시련을 이겨냅니다.


연말연시입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랑과 자비가 넘치고 유독 주목받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맘때면 모두들 호주머니를 뒤져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푼돈이라도 건네기 마련입니다. 연민이겠지요. 사랑과 자비도 너와 내가 둘이 아니라는 깨달음이 마음에서 단박에 일어나는 연민에 다름 아닌지요.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소녀 물고기에게 배웁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사랑과 자비에는 책임과 노력이 따른다는 사실을 배웁니다. 연말연시의 반짝 사랑과 자비에 그치진 않았는지 자신부터 돌아봅니다.


이완주 박사는 그의 저작 ‘흙을 알아야 농사가 산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래 논을 ‘시루논’이라 하는데 마치 시루에 물 빠지는 것처럼 물이 쑥쑥 빠진다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논으로는 빵점이다.”


사람도 ‘시루논’ 같다면 어떨까요. 누군가 집중호우성 사랑을 쏟아도 다 흘려보내고, 누군가의 진정어린 말도 다 놓쳐버리고. 아마 빵점이겠지요. 작은 사랑과 관심, 지나가는 말 한 마디도 놓치지 말고 자기 마음의 논에 잘 담아두세요. 풍요로움으로 수확하는 삶은 백점이랍니다. 그리고 기쁨, 사랑, 즐거움, 희망, 미움, 절망, 좌절, 시기, 두려움 등의 씨앗이 자라는 마음 밭에 어떤 씨앗에 물을 주고 꽃을 피울지는 우리의 의지에 달렸겠지요.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