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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의 삶과 죽음은 음식으로부터 비롯…모든 것이 약이자 독

기자명 법보신문

“음식을 먹을 때는 다음의 다섯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첫째, 이 음식이 여기 올 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의 공로가 있었는가. 둘째, 내가 과연 이 음식을 먹을 자격이 있는가. 셋째, 식탐(食貪)은 생기지 않았는가. 넷째, 이 음식은 내 몸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약이다. 다섯째, 기필코 성불하기 위하여 이 음식을 먹는다.” (선원청규 오관게)


6년간 고행을 했던 부처님은 수자타에게 우유를 받아먹은 후 그의 집으로 가서 얼마동안 머물렀다는 이야기가 있다. 수자타의 정성어린 간호를 받으며 6년간의 고행으로 쇠잔해진 몸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는 우유를 먹고 기운을 차려서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갔으며 마지막 입멸(入滅)할 때도 역시 춘다라는 보석세공이 대접한 버섯요리를 잡수시고 이것이 원인이 되어 열반에 들어가게 된다. 자세히 관찰해보면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가고 또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음식이 원인이 되지만 그러나 죽는 것도 역시 음식이 그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상징이다.


음식이란 영양을 공급해서 우리가 활동하고 생각하고 느끼는 에너지를 만들어 주지만, 그와 동시에 음식을 먹기 때문에 결국 우리는 그 음식의 독으로 인하여 죽는 것이다. 음식 속에는 우리에게 필요한 영양분이 들어있는 동시에 독의 성분도 들어있다. 보약이라는 것도 적당히 잘 조제가 되었을 때에 우리 몸에 이로움을 주지만 그러나 어느 한계를 넘거나 배합의 균형이 깨지면 그 보약은 오히려 독약이 된다. 인삼도 잘못 먹으면 독약이라 하지 않는가.


▲석지현 스님
이처럼 선과 악, 천사와 악마가 따로 저만치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빛이 있으면 반드시 거기에는 그늘이 지는 법이다. 정신적 에너지라든지 물질적 에너지의 균형이 깨진 상태를 악마나 독약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독약이 다시 그 균형을 되찾을 때는 오히려 모든 것을 살리는 감로수가 되는 것이다. 부처님의 경우 음식이 당신을 살리면서 동시에 당신을 죽였다는 것은 매우 깊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약이 따로 있고 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잘못 쓰면 이 세상 전체가 독이 되고 잘 쓰면 이 세상 전체가 약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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