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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이들에겐 잘 못이 없다

기자명 법보신문

아이는 부모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

 

▲일본인들은 새해를 맞으면 신사를 찾아 무엇인가를 서원한다. 그러나 가족간 상호 무관심의 정도는 더욱 심각해 지고 있다.

 

 

“있는 그대로가 좋다.” “정말 열심히 살고 있구나.”


나를 찾는 아이들이나 부모님을 처음 만날 때마다 나는 그런 위로의 말부터 꺼낸다. 곤경에 빠진 사람들은 자신을 부정하고, 주변사람한테 눈총 맞고 살고 있다. 아버지는 “당신이 교육을 잘 못 시켜서 아이가 이 모양이다”라고 어머니를 나무라고, 아이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차라리 내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스스로 자책감에 빠져 괴로워한다. 어머니는 고민 끝에 용기를 내 학교나 상담기관을 찾아가기도 하는데, 거기서도 역시 “가정교육이 잘 못 된 것 아닌가요”라는 소리를 듣고 마음 상처가 커져가기만 한다.


이런 어머니를 위로하고 고경(苦境)에 빠진 아이와 어머니를 지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들의 굳어진 마음을 먼저 해방 시켜 한숨짓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나는 믿는다. 사람은 안심해서 있을 수 있는 곳을 찾으면 자기 스스로를 다시 돌이켜볼 여유가 생기고, 주변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찾는 아이들은 항상 이렇게 말한다.
“엄마 아빠는 내 말을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으세요. 난 집에 있기 싫어요. 난 죽고 싶어요.”


아이 말 듣지 않는 부모가 문제


당연히 부모도 고통 받고 있지만 제일 괴로워하는 자는 역시 아이 자신이다. 그리고 아이는 부모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알려주는 존재이기도 한다. 나는 믿는다. 아이에겐 잘 못이 없다고. 잘 못은 아이의 호소를 들으려하지 않은 부모에게 있다고. 아이가 가출, 자살까지 해야 만이 처음으로 자신의 잘 못을 깨닫는 부모는 부모의 자격이 없다. 일본 곳곳을 돌며 강연을 하면서 나는 “아이에겐 잘 못이 없다”는 점을 항상 강조하고 있다.


일본사회에서 청소년 비행(非行)이 크게 문제가 되었던 시기를 나름대로 구분해보면 네 가지 단계로 나눌 수가 있다. 제1차 비행은 1950년 좌우의 ‘생존을 위한 비행’의 시기다. 태평양전쟁이 끝나 모든 것이 부족한 시기였고, 먹고 살기위한 도둑이 많았던 시기, 청소년들의 마음도 황폐해졌다.


제2차 비행은 1960년대 후반. 1964년에 도쿄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사회에 대한 비행’의 시기가 시작되었다. 잘 살기위해 일본국민 모두가 악착같이 일했던 이 시기는 바로 일본의 고도경제성장기이다. 집에 텔레비전이 생기고 냉장고도 생기고, 사회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경쟁사회가 시작되었다. 남보다 더 잘 살기 위해 부모들은 분주했고, 집에서 가족끼리 오순도순 지내는 시간이 확연히 줄여들었다. 가족과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없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폭력을 휘두르고 어른들에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대학가에선 ‘학생운동’이 활발해지면서 권력에 대한 젊은이들의 저항이 사회 이슈가 되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제3차 비행은 ‘놀기 위한 비행’으로,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바로 이 시기, 일본의 경제성장은 정점을 이루었으나 바로 거품경제는 종말을 맞게 되었다. 경제성장의 달콤한 꿈속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눈에 띄게 기발한 옷차림과 행동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려고 했다. 얼굴을 새까맣게 태우거나 화장으로 얼굴을 까맣게 칠한 아이들, 그리고 남의 눈치를 안보고 어디서든 바닥에 앉아있는 아이들이 여기저기에 나타났다. 철저한 관리교육으로 인해 학교 내 폭력사태는 주춤해지고, 아이들은 단순한 반항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경제적으로나 물질적으로 풍부하면서도 집에서 부모와 접촉하는 시간이 적은 아이들은 항상 외롭다. 그래서 자극적이고 위험한 짓을 하기도 하고, 마치 노는 감각으로 비행을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제4차 비행인 ‘담백한 비행’의 시기이다. 거품경제가 막을 내려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리는 경제침체 시기를 거쳐 100년만의 ‘대불황(大不況)’ 시대가 찾아왔다. 인간관계는 갈수록 희박해지고, 부모는 아이가 특별이 문제를 일으키지만 않으면 뭐든지 눈을 감아주려고 하는 이해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담배를 피든 하루 정도 집에 안 돌아오든, 부모는 아이의 행동을 타이르지 않은 극도의 개인주의적 무관심의 시대가 찾아왔던 것이다.


여기서 실제로 내가 문제해결로 쓰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잠자리에서 오줌 싸는 버릇이 도저히 고쳐지지 않는 아이 때문에 어머니가 상담하러 찾아왔다. 부모와 한 방에서 셋이 잠자리를 같이 한다고 듣고 나는 잠자리 위치를 바꿔보라고 조언했다. 신기하게도 아이는 엄마 오른 편에서 자면 오줌을 싸지 않는다. 틱장애나 손톱을 자꾸 입으로 뜯는 아이는 보모가 꽉 안아주면 금방 좋아지곤 한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 특히 엄마의 따스함이다. 엄마의 사랑 결핍이 아이의 행동에도 나타나는 것이다. 아기가 보챌 때 엄마가 등을 쓰다듬으면 조용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엄마 뱃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아이는 아빠보다 엄마와의 유대관계가 더 강하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다.


일탈 행동은 도움 청하는 신호


“유치원에서 항상 우리 아이만 혼자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떤 엄마가 나에게 질문했다.
“어머니는 직장이나 동네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떤가요? 부부관계는 어떤가요?”
내 말에 그 엄마는 당황했다. 엄마의 마음이 바로 아이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그 엄마는 직장에서도 항상 혼자 지내는 스타일이었다.
“우리 애가 자꾸 무서운 꿈을 꾼다고 하는데요.”
“집안 분위기를 잘 살펴보세요. 무언가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문제는 아이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비행이라든지 학교부적응 등 문제의 해결방법은 실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찾을 수 있기 마련이다. 어릴 때는 흔히 있었던 아이와 부모와의 신체적인 접촉이 아이가 성장하면서 점점 적어져 서로의 따스함을 전달하기가 어려워진다.


▲히로나카 스님
아이가 학교에서 고민이 생겨도 부모는 그것을 알아차릴 수가 없고, 아이에게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아이는 바로 부모와 자신의 마음의 거리감을 민감하게 느껴 어떤 행동으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것은 어린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라고 나는 생각한다.


번역=도서출판 토향 도다 이쿠코
자료제공=주식회사 日本標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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