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등(油燈)을 켜는 순간/ 이 세상 어딘가에서/ 한 생명이 태어나고 있습니다/ 한 생명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태어나는 생명과/ 죽어가는 생명들/ 그리고 억울하게 가신/ 영혼들을 위해서// 아직도 제 갈 길을 가지 못하고 헤매는/ 이 세상의 모든 영혼들을 위해서// 이 유등을 켜면서/ 마음의 기도를 드립니다.” 자작시 ‘유등기원문’
지난 3월11일 일본 동북부 미야기현 앞바다에서 강도 9.0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은 기상관측 이래 네 번째로 강한 지진인데 그 뒤를 이어 높이 20미터가 넘는 쓰나미(해일)가 밀려와 주변의 도시와 마을들을 삽시간에 삼켜버렸다. 이로 인하여 수만 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또 수만 명이 행방불명됐고 몇 십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하루아침에 이재민이 됐다.
여기에 겹쳐 바닷가에 세워진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화재가 나서 방사능이 외부로 유출되는 사태까지 발생, 지금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이 원전사고의 방사능 유출에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재연되지 않을까 전 세계가 지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 각국에선 자국에 반입되는 일본산식품의 방사능검사가 신속히 행해지고 있다. 이번 일본 동북부 지진은 이토록 끔찍한 대재앙이었다. 융단폭격을 맞은 듯 폐허가 돼버린 도시에서 애타게 가족을 부르는 할머니, 아예 땅에 주저앉아 통곡하는 여인의 모습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이게 과연 남의 일일까. 아니, 우리에게도 얼마든지 이런 일이 닥칠 수 있다. ‘대반열반경’(제16권)에 보면 동체대비(同體大悲)란 말이 있다. ‘너와 내가 동질이라고 느끼는 연민심’이라는 뜻이다. 불교의 사랑은 자비(慈悲)다.
자비란 ‘사랑(慈)’에 ‘연민심(悲, 동질감)’을 더한 것이다. 우리는 진정한 자비심이 무엇인지를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이든지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형편 닿는 대로 ‘일본 돕기’에 얼마간의 성금을 내야 한다. 그리고 모든 불자들은 자신이 지금 있는 바로 그곳에서 잠시 두 눈 감고 마음속으로 기도해야 한다. 왜냐면 남의 아픔은 바로 내 자신의 아픔이요, 슬픔이기 때문이다. 깨달음만을 내세우는 도인제일주의는 이런 상황에선 더 이상 약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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