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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지금은 심생(心生)의 시대

기자명 법보신문

지역사회 유대강화가 마음 성장 자양분

 

▲히로나카 스님이 사이쿄인을 찾은 이웃주민들의 고민을 상담하고 있다.

 


마음 성장 어려운 시대
지역 스님들 역할 중요


우리 절에서 지내는 아이들을 나는 별명으로 부른다. 예를 들어 뚱뚱한 애는 ‘뚱뚱보’, 엄마가 불가리아인인 요시코라는 아이는 ‘불가리가 욧짱’ 등등 내가 마음대로 지은 별명으로 부르면 아이들은 환한 얼굴로 달려온다. 별명은 아이들 고민의 원인이나 비행(非行)의 동기가 된 부분을 감추지 않고 짓는다.


또한 나는 다른 사람한테도 아이의 ‘과거’에 대해서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 “이 아이는 진짜 ‘야쿠자’였지” “이 아이는 가정폭력 때문에 아버지한테 맞고 살았어” 등등.


내가 아이에 대한 모든 것을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나와 아이의 마음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이다. 자신의 과거를 숨기지 말고 스스로의 약점에서 도망치지 말자는 신념을 나는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 절 아이들이나 밖에서 만나는 아이들한테도 항상 “도망치지마라. 도망치면 쫓기게 된다”고 강조한다. 그건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자신을 괴롭힌 과거를 감추고 싶을지 모르지만, 그 상처를 넘어서야지 사람으로서 성장할 수가 있다. 자신의 어두운 과거와 정면(正面)으로 맞서 받아들여야 한다. 괴로움을 아는 자는 남에게 더 너그러이 대할 수가 있고, 사람으로서 더 성장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돕는 한 불자로서 나는 승려들이 모이는 법회에 나갈 때마다 “이제 ‘심생(心生)’의 시대가 찾아왔다. 불자들은 긴급대피소가 되자!”고 이야기한다. 세상은 ‘공생(共生)’의 시대라고들 하지만 이미 공생의 시대는 막을 내렸고, 지금은 ‘심생’의 시대라고 나는 본다. 사람과 사람과의 유대관계는 점점 약해지고, 마음이 외로운 시대, 마음의 성장이 어려운 시대가 찾아온 지금이야말로 마음과 마음을 살리는 ‘심생’의 시대가 아닌가 싶다. 특히 동네 사람들끼리의 유대관계가 희박해지고 결속력이 약해진 이 시대에서는 지역사회에 있어서 승려들의 역할이 더욱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승려들에게만 기대를 하고 있으면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아이들이 지금 이 시점에도 어른들한테 구조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사회에 사는 모든 어른들이 할 일이 참 많다. 먼저 동네사람끼리 인사를 나누자. 그리고 동네 사람들과 친하게 사귀자.


전쟁 당시 일본에서 ‘양쪽 셋집 모두 이웃’이라는 말이 있었다. 이웃간의 유대관계를 견고하게 하고 국민을 통제하기 위한 제도였는데, 지금 같은 시대에는 오히려 필요한 사고방식이 아닌가 싶다.


나는 ‘이웃집 아저씨 아줌마 운동’을 제안한다. 옆집 할머니 할아버지도 이웃집 아이들도 모두가 나의 가족이라는 시민연대의식을 가지고, 특히 어른들은 같은 동네 아이들을 아끼고 지켜주는 운동을 벌이자는 것이다.


지금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지역 단위로 작은 집단을 만드는 일이다. 서로의 마음이 멀어져가는 이 시대를, 옛날처럼 사람과 사람의 끈끈한 정이 넘치는 시대로, 모두가 사람의 근본(根本)으로 돌아가자고 나는 주장한다. 모두가 자기 자식을 야단치듯이 이웃집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나쁜 짓을 하면 타이른다면 그것이 아이들을 비행(非行)에서 지켜주는 하나의 해결책이 되지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아이들한테 그런 이웃 어른들의 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그런 이웃관계가 있으면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동네 사람들이 찾아와 문제해결에 도움을 줄 수도 있는 것이고, 또한 사소한 문제는 그런 식으로 해결해야 마땅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건전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전에 한 가정 내에서 서로가 가진 역할을 제대로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젊은 아이들이 비행의 길로 나가고 자살기도까지 하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바로 아이들이 부모의 따스함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을까? 먼저 집안 문제를 잘 살펴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한 그 시점에 돌아가 부모와 자식 관계를 다시 수복(修復)해야 한다.


우리 절에 찾아온 부모와 아이한테 나는 먼저 한 사람씩 지금 생각하는 모든 것을 이야기하라고 시킨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이도 모두가 서로 할 말이 다르다. 나는 그 모든 이야기를 부정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다.


가족구성원들 하는 말
부정 않고 받아들여야


어느 가족의 상황을 여기서 소개하고자 한다. 아들이 소년원을 퇴소하자마자 부모는 아들을 데리고 나를 찾아왔다. 아들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래간만에 소년원에서 나왔기 때문에, 나는 그 소년원 부근을 좀 더 돌아보고 싶었는데 엄마는 뒤 돌아보지도 않고 빨리 떠나자고 나를 재촉하고 여기로 데리고 왔어요.”


몇년 동안 그곳에서 생활했던 아들한테는 자기가 갇히고 있었던 곳이 어떻게 생겼을까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엄마는 그런 아들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도 않고 꺼림칙한 그곳을 빨리 떠나려고만 했다. 아들이 주변 경치를 좀 보고 싶다고 말을 했는데도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때 아들은 느낀 것이다. “엄마는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엄마는 내 마음을 전혀 알려고 하지 않는구나”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집에 돌아가기가 싫어지고 저녁이 되면 어디론가 나가버려야 되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데리고 바로 우리 절로 찾아왔던 것이다. 그 때 어머니의 마음은 자신이 통제 불가능한 아들을 빨리 우리 절에 맡기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실은 그들이 방문하기 전에 부모와 통화를 하면서 나는 그 날부터 아이를 받으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이야기를 각각 들어보니 이 가족은 오늘 하루만은 같이 지낼 필요가 있겠다고 판단을 했다. 하룻 밤이라도 부모의 따스함을 아들이 느낄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만약 부모의 정을 못 느낀 채 이곳에 오면 다른 아이들과의 공동생활에도 지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밤엔 다시 집으로 돌아가 같은 방에서 이불을 펴 꼭 세 식구가 같이 자고, 아침에 일어나 다시 엄마가 아들을 데리고 오라고 시켰다. 그랬더니 어머니는 다음날엔 일이 바빠 그럴 시간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들자 아버지가 폭발하듯이 화를 냈다. 아마도 어머니에 대해 말하고 싶은 말들을 그 동안 꾹 참아왔던 모양이었다.


아버지는 오열하면서 말했다. “당신이 회사 일이 바쁘다면 내가 일을 하루 쉬고 아들을 이곳으로 데려다 주겠다”라고. 오랫동안 못 본 아들을 몇 년 만에 만났는데, 그런 날인데 엄마는 자기 일이 바쁘다고 일 걱정만 하고 있고, 또한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동안 아버지는 어머니한테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혹은 말해봤자 어머니는 아버지의 말에 수긍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가정 분위기를 이때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즉 이 가족의 문제의 시발점은 아버지가 어머니한테 말을 하지 않았을 때부터인 것이다. 점차 어머니는 아들보다 일을 더 우선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히로나카 스님
결국 그 다음 날, 어머니는 휴가를 내고 아들과 함께 다시 우리 절을 찾아왔다. 어머니는 비로소 깨달았던 것이다. 소중한 아들을 소년원까지 보내게 된 원인이 바로 자기 자신한테 있었다는 것을. 


번역=도서출판 토향 도다 이쿠코
자료제공=주식회사 日本標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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