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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의료지원실

기자명 법보신문

전용대기실·접수창구 등 운영
병 부끄러워하는 스님들 배려

불교계가 운영하는 병원이 적다보니 많은 스님들이 우리 동대 병원을 찾는다. 서울이나 경기지역에서 오시기도 하지만 멀리 지방에서 아픈 몸을 이끌고 올라오는 스님들도 적지 않다.


병이 스님이라고 비켜갈 리는 없다. 부처님께서도 만년에 병으로 고생하셨다고 하지 않던가. 그럼에도 아직 많은 스님들이 병원이라는 공간에 익숙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열심히 기도하고 계율 지키며 살았는데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내심 부끄러워하는 것이다. 또 자신의 병으로 인해 행여 일반 불자들이 신심을 다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스님들도 의외로 많다. 그런 속내를 잘 알다보니 병원 로비에서 스님을 만날 때면 법당으로 모셔와 차를 대접하고 병원직원 분들에게 부탁해 입원수속을 돕도록 하고는 한다.


간혹 무거운 걸망을 짊어지고 손에 바리바리 짐을 챙겨온 스님이 사람들 틈에 섞여 수속을 기다리는 것을 볼 때면 죄송한 마음까지 들고는 한다.


지난해 말 법인과 병원에 승가의료지원실을 신설하자고 제안한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 병원이 불교병원인 만큼 이곳을 찾는 스님들을 우리가 먼저 배려하는 것은 의무라 할 수 있다. 그럴 때 보다 많은 스님들이 동대병원을 우리병원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고, 그러다보면 앞으로 더 많은 스님들과 불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우리 병원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 결과 법인과 병원에서도 이를 공감하고 적극 지원하기로 결정이 됐다. 지난 4월1일 첫 업무를 시작한 승가의료지원실이 바로 그것이다.


1층 로비에 스님들이 기다릴 수 있는 20평 규모의 전용공간을 마련해 담당 직원을 배치하고 그곳에서 쉬거나 간단히 차를 마실 수 있도록 했다. 또 스님들을 위한 전담 창구를 개설해 스님들이 일반인 속에서 기다리는 번거로움을 대폭 줄여나가도록 한 것이다.


승가의료지원실이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아직 이 정도이지만 좀 더 장기적으로는 어려운 스님들을 경제적으로 도울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스님들을 위한 간병인 봉사자를 양성해 관리하는 것도 승가의료지원실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병원에 생활하다보면 어려운 스님들이 많음을 새삼 느끼고는 한다. 평생 선방에서 정진한 스님들이 큰 병에 걸리면 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강원이나 종립대학에서 공부하는 젊은 학인 스님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은사 스님들로부터 보호를 받으면 그런대로 괜찮지만 그렇지 않으면 사찰 부전을 살면서 스스로 학비를 충당하는 일들도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병이라도 걸리면 그저 막막할 수밖에 없고, 출가생활 자체에 회의감을 갖기 십상이다.


우리 법당에서는 초, 염주, 불서 등을 판매해 생긴 수익금으로 주지를 살지 않았거나 개인 재산이 없는 스님들을 대상으로 도우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법당에서 이러한 문제를 다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따라서 스님들과 불자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도움의 손길을 펴지 않는 한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스님들이 아프면 마음 놓고 치료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구조가 반드시 정착돼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스님들이 수행과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은 곧 눈 밝은 선지식, 인천의 스승을 양성하는 인재불사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엽 스님 동국대병원 지도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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