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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켜는 것은 영혼의 심지에 불을 밝히는 일

기자명 법보신문

“벗이여, 캄캄한 밤에 등불을 켜면 그 방 속에 쌓여 있던 백 년 동안의 어둠은 일시에 사라진다. 이처럼 벗이여, 그대 마음에 진리의 불을 켜라. 거기 까마득한 날에 쌓였던 영혼의 어둠은 모두 사라지리라.” 화엄경


불에는 미래의 열정과 언어의 재능이 잠재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불에는 독(毒), 악령(惡靈), 사기(邪氣) 등을 제거하는 힘이 있다고 한다. 동시에 불은 생명을 양육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문명사적으로 볼 때도 이 불의 발견은 인간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불은 오랜 옛적부터 종교의식에서 가장 중요시되어 왔다.


불교 역시 불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 특히 부처님의 탄신일에는 많은 등불을 밝히는 것으로 그 축하를 대신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부처님오신날’ 밤 등불 켜는 행사로까지 번져간 것이다. 그런데 전깃불이 나오면서 이 등불에 대한 관심은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영혼이 쉴 공간이 없어져 가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등불을 멀리했기 때문이다. 어둑어둑한 곳에서 황금빛으로 꽂혀 일곱 빛 무지개의 후광을 발하고 있는 등불, …이는 우리 영혼의 무한한 공간이었다. 이 속에서 명상이 익어 갔고 신과 인간의 대화가 있었다.


그러나 어느날 전깃불이 나타나면서 TV가 인터넷이 안방으로 들어오면서 영혼의 이 등불공간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몽상의 시학자 바슐라르는 이렇게 말했다. “밤, 외로이 타고 있는 등불은 이 시대의 마지막 꿈이다.”


등불은 몸과 심지로 되어 있다. 등불의 몸을 우리 육체에, 그 심지를 마음, 즉 우리의 영혼에 견주어 보자. 육체와 심지(영혼)만 있는 등불은 어둠을 밝힐 수 없다. 그러므로 불이 켜지지 않은 등불만을 들고 어둠속으로 나아갈 경우, 길이 어느 쪽으로 나있는지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넘어지거나 벽에 부딪힐 위험이 있다.


▲석지현 스님
불상 앞에 등불(촛불)을 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영혼의 심지에 진리의 불을 밝혔다는 뜻에서 등불을 켜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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