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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지진·해일 피해지역 돕기

기자명 법보신문

재해 현장 복구 참여하며 재활의지 확립

전철역서 재해 돕기 모금
믿고 맡긴 사람들에 감동

 

 

▲사이쿄인 아이들이 봉사활동을 펼친 미야기현 소재 사찰 센코지 모습. 니시무라 히토미 제공.

 


일본이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엄청난 재해를 당한지 한 달이 넘었다. 사망자와 행방불명자를 합치면 무려 3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일본은 이 ‘국난(國難)’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그리고 종교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우리 사이쿄인(西居院)은 지진발생지역에서 멀리 떨어져있어서 아무런 피해는 없었지만, 상상을 초월한 지진과 해일 보도를 지켜본 우리 절 아이들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 성금을 모아 직접 갖다 주자고 합의를 했다. 우리 절에서는 평상시부터 무슨 일이든 아이들 스스로가 결정하고 실시하게 한다.


모금함을 들고 히가시 오카자키(東岡崎) 전철역에 나가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성금을 모으기로 했고, 나도 아이들을 도우려고 같이 나갔다.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비행(非行) 소년소녀들이 모금함을 들고 있으니 따가운 시선만 보내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고, 너희들 정말 이 돈을 피해지역에 갖다 줄거냐고 의심스럽게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봉사활동 같은 경험을 처음 해보는 아이들이다. 처음엔 목소리도 크게 내지 못했는데, 서서히 용기를 내어 큰 소리로 성금을 부탁한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그 때 한 초등학생 어린이가 다가와 가방에서 작은 지갑을 꺼내 있는 돈을 다 모금함에 넣으면서 “언니, 내 용돈 꼭 전달해주세요”라고 말하자 모금함을 들고 있던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귀여운 어린애한테 감동 받은 우리 절 아이들은 모두가 하나 된 마음으로 열심히 모금활동을 벌였다.


네 번에 걸쳐 모은 묵직한 모금함은 열어보지 않기로 했다. 얼마나 모았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은 나도 알지만, 이전에는 남의 돈을 훔치기도 하고 돈을 우습게 알았던 아이들이다. 많이 모았으니 음료수라도 사먹자는 마음이 생길 지도 모르니 뜯지 말고 이대로 갖다 주자고 나는 이야기했던 것이다.

 

피해 지역서 복구 봉사 활동
긍정적으로 살아갈 힘 얻어

 

 

전철역에서 모금활동을 벌이는 아이들과 히로나카 스님.  류은규 제공.

 


4월1일 오후, 아이들 9명, 어른 11명이 우리 절을 출발하여 지진피해지역인 동북지방으로 향했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한테 용기와 희망을 전달하고, 웃는 얼굴로 힘차게 인사를 하고오자”라고 다짐하면서. 평소부터 내 활동을 지원해주는 우리 동네 중소기업 사장이 자기 회사 봉고차를 내주어 손수 운전대를 잡았다.


마치 소풍이라도 가듯이 즐거운 표정이었던 아이들이 밤새도록 달려 피해지역에 다가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 창가의 풍경이 어느새 살벌해지고, 지나가는 차는 소방차나 대형트럭, 자위대 군용차가 대부분이었다. 이튿날 새벽에 우리는 센다이공항에서 가까운 미야기현 이와누마시(宮城縣岩沼市)에 도착했다.


피해지역에 가서보니 대지진의 진동으로 무너진 집은 그리 많지 않고, 피해의 대부분은 상상을 초월한 해일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같은 동네라도 파도가 휩쓸어간 지역과 파도가 도달하지 않았던 지역은 천지차이였다.


이와누마시의 해변 가 마을은 모두 해일에 휩쓸려가 144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시청직원에게 성금과 지원물자를 전달하고, 해변 가에 있는 센코지(專光寺)라는 절을 청소하는 일을 맡았다. 센코지는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찰인데 본당 건물이 기둥과 지붕만 남긴 채 완전히 파괴되어 있었다.


일본 사찰은 신도들의 묘지를 대대로 모셔오는 일을 중요한 임무로 하고, ‘과거장(過去帳)’이라고 불리는 신도들의 사망기록보가 바로 그 사찰의 족보인 셈인데, 센코지 주지는 해일이 온다는 소식에 과거장도 챙기지 못한 채 급히 몸만 빠져나갔고, 피신했던 주지가 다시 돌아왔을 때 본당 지붕 위엔 승용차 한대가 올라가 있었다고 했다. 많은 신도들도 희생당하고, 조상이 대대로 지켜온 이 절의 역사도, 아껴왔던 오래된 무덤들도 한 순간에 없어지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센코지 주지는 우리 앞에서 통곡했다.


어마어마한 자연의 힘 앞에서 너무나 무력한 인간의 존재를 실감한 우리 절 아이들은 본당 바닥에 깐 흙투성이 다다미를 걷어내고 잔해물을 지우는 등 하루 종일 열심히 일했고, 아침에 눈물을 보였던 주지의 얼굴엔 어느새 미소가 되살아났다. 큰 슬픔에서도 사람은 꼭 일어설 수가 있는 것이다. 사람은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니기에.


커다란 재해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안겨주었다. 하루하루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나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는 다짐을 주었던 것이다. 우리 절 아이들한테는 커다란 충격이면서 아픔을 같이하는 체험이기도 했다. 학교를 못 간다던가, 자기 따위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다며 자살기도를 한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이 약한 마음을 떨쳐버리고 ‘지면 안 된다. 일어서야 된다’라고 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이 세상에서 쓸모없는 존재라고 위축된 마음을 새로 다잡고, 긍정적으로 살아나가는 힘을 얻을 수가 있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어느 누구든 무언가를 할 힘을 가지고 있을 텐데, 중요한 것은 그것을 스스로가 찾아내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이쿄인(西居院)에 돌아온 나는 큰 행사 준비로 분주하다. 오는 5월1~2일 지진피해자 3만명의 명복을 비는 모임을 이곳에서 하려고 한다. 자연재해에 대한 복구지원에 모든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는 지금, 종교인이 해야 할 일은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생명의 존엄(尊嚴)을 상기하고 하나 된 마음으로 명복을 비는 일이다. 그래야 만이 큰 슬픔과 고통에서 다시 일어설 수가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히로나카 스님
지진발생 시간인 오후 2시26분에 하늘로 풍선을 날리고, 만개의 초에 불을 켜고, 본당에 모인 모든 불자가 염불 대합창을 올리려고 한다. 일본 전국에서 8천여명이 참가하는 큰 행사가 될 것이다. 우리 절 아이들도 서로 아이디어를 내가면서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번역=도서출판 토향 도다 이쿠코
자료제공=주식회사 日本標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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