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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배와 염불

기자명 법보신문

불교가 명상을 통해 서양에 알려졌지만 최근엔 다양한 불교수행법이 소개되고 있다. 기복적인 성향이 강한 창가학회를 비롯한 일본 신흥종교들이 서양에서 교세를 확장하는 것을 보면 한국불교가 지나치게 간화선 하나만 고집한다는 생각이 든다.


간화선 이외에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법으로 108배 참회가 서양에 알려져 있다. 내가 있던 미국 동부의 작은 도시에는 위빠사나 수행센터와 일본 조동종 계열의 선센터가 있는데 그 중 선센터와 인연이 닿아 자주 그 곳을 찾았다. 어느 날 그 곳에서 108배를 하는 노신사를 만났는데, 그는 프로비던스에서 숭산 스님의 지도를 받은 뒤, 선센터에서 가르치는 다른 수행법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큰스님이 시킨 대로 매일 와서 108배를 한다고 했다.


몇 년 수행하면 바로 지도자가 되거나 자신의 명상센터를 운영하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미국 불자들과 달리, 오직 스승의 가르침을 따르는 그의 모습에서 누가 뭐래도 ‘즉심시불’이라고 했던 마조의 제자 대내 법상 스님이 떠올라 특별한 무엇이 되려고 하기보다 바르고 순수한 마음을 기르는 것이 참된 전법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사실 서양인에게 108배 하기란 쉽지 않다. 미국인들은 놀라울 정도로 움직이길 싫어하지만 108배보다 더 어려운 티베트식 오체투지를 하는 것을 보면 108배도 충분히 가능하다. 처음에 운동으로 시작한 요가나 태극권이 점차 호흡과 명상수행으로 전환되듯이 이 신행방법이 갖는 심리적 효과뿐 아니라 생리적 효과까지 이해시킨다면 서양인에게 불교적 참회와 회향의 의미를 전할 수 있을 것이다. ‘백팔참회문’을 영역하고 참회와 회향에 관한 불교서적을 출판하거나 김영동씨의 ‘생명의 소리’ 같은 것을 널리 전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아울러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국염불의 보급이다. 서양인이 명상만 좋아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다. 미국 불교지도자 중 버니 그래스만은 시식의례를 미국식으로 변형시켜 보급하고 있는데, 빵가게를 차려 걸인들에게 빵과 보금자리를 나누어주고 영가천도를 위한 시식의례를 만든 것이 모두 그가 참선 중 경험한 아귀체험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의 시식의례는 일본식 의례를 변형시킨 것이어서 단음조에 군가풍의 일본 염불소리지만, 의례에 참가한 사람들 모두 진지하게 따라했다. 몇몇 사람에게 염불을 좋아하는지 물어보니 모두 좋아한다고 했다.


그들 중 한국염불이 가락이 있어 더 아름답다고 한 사람들도 있어서 그 뒤 한국염불음악을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처음에 현대적으로 변형시킨 염불음악을 들려주었더니 실망하면서 전통염불을 들려달라고 했다. 내 염불청이 좋지 않아 사양하다가 하는 수 없어서 염불을 했더니 그들은 거기서 더 깊은 음악성을 느끼며 좋아했다.


범패음악이 미국에서 몇 차례 공연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전통음악을 알리는 문화행사로 기획되어 뉴욕이나 LA, 워싱턴 D.C. 같은 대도시에서 공연되었기 때문에 정작 미국불자들에게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 범패음악은 그 음악성 때문에 더 큰 감동을 전해준다. 그러나 거기에 깃든 깊은 종교성을 체득하려면 반복해서 들어야한다.


▲명법 스님
염불을 불교수행으로서 알리려면 일회성의 공연보다 미국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종교의례로 변형시켜야 한다. 현대인의 삶에서도 탄생과 죽음 같은 중요한 순간들은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다. 그 순간들을 불교의례로 의미화하면 서양인들이 불교적 가치와 심성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명법 스님 운문사·서울대 강사 myeongbe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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