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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 ‘대박났다’

기자명 법보신문

사찰음식엔 소박한 수행자의 마음 담겨
이용해 탐욕 부추기는 건 삼가야

요즘 세간에서 유행하는 말 중에 ‘대박 났다’라는 것이 있다. 무슨 일이 갑자기 잘돼 큰 행운을 얻는다는 뜻인 것 같다. 절집에서도 먹는 사찰음식을 ‘웰빙’이니 뭐니 하며 너도 나도 관심을 두면서 ‘대박이 났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출가수행자라면 마땅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수행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어야 할 텐데…. 개인적으로 이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부처님은 “말세에 수행하는 이들이 목숨을 버리더라도 마다하지 않고 추구해야 할 세가지 일이 있다. 바로 갖고 싶고, 하고 싶고, 먹고 싶은 일이다. 이 모두를 끊어야 한다”고 하셨다. 이는 비록 출가수행자가 아니더라도 현자(賢者)라면 반드시 깊이 새기고 모든 애착을 끊으려 노력해야 할 덕목일 것이다.


산중에 머물러 있던 불교가 근래에 와서 포교라는 이름으로 스님들이 세간에 나와 많은 일들을 하고 또 이를 권장해 왔다. 대중과 가까워지고 불교를 바르게 알리는 일이라면 적극 나서야 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출가수행자가 위의를 저버리는 일까지 포교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려 해서는 안될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도 출가수행자는 놓치지 말아야 할 덕목이 있다. 스님이 춤을 추는 것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과 같고, 무대 위에서 노래자랑을 하는 것은 뭇 새들이 도망가는 모습과 같이 박자도 맞지 않는 소리와 같다. 봄빛이 농익은 산사는 바람 소리와 갓 부화한 새 소리 만으로도 품격에 잘 맞는다. 요즘 절집에서 먹는 먹거리로 산골 스님을 유명인으로 만들고 있다. 어린 시절 보리고개를 넘어야 할 때처럼 먹거리가 귀한 시절도 아닌데 갑자기 산중 절간의 음식이 너무나 대접을 받는 것을 보고 의아심을 감출 수 없다.


식당작법(食堂作法:발우공양)의 전통도 아직 완전히 변한 것은 아니지만 그 발우에 담아 먹던 먹거리는 점점 변해가고 있다. 어느 해 수계산림 때 요구르트, 치즈, 갖가지 식빵과 버터 등이 그 자리를 점령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더구나 공양 후에 다실에서 먹는 차도 이젠 원두커피에 점령당한 것 같다.


옛날에는 강된장, 고추장, 푸르른 고소와 상치, 아욱이 전부였다. 사중의 텃밭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 먹었던 채소였다. 간혹 특별식이라고 했던 것은 두부나, 찰밥에 미역국이 전부였다.


옛날 어느 동안거 때의 일이다. 아침 일찍 대중이 모여 아침 공양을 하고 있었다. 어간에는 조실 스님, 주지 스님, 소임자와 대중이 앉았고, 그 뒤로 어두운 탁자 밑에 어린 사미가 앉았다. 조실 스님이 공양을 잡수시다가 고개를 탁자 밑으로 돌리는데, 불단에 계시던 관음보살님이 손을 내밀어 어린 사미의 머리를 쓰다듬는 기이한 일을 발견했다. 조실 스님은 예삿일이 아님을 아시고 공양을 마치고 사미를 불렀다.


말씀을 들으신 조실 스님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사미가 받은 시래기 국 발우 속에는 작은 쥐 한 마리가 담겨져 있었던 것을 사미의 슬기로운 행동으로 대중의 소요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관음보살님이 어린 사미를 칭찬했던 것이다.


▲철우 스님
발우공양을 하는 것은 먹거리의 소중함과, 깨끗이 먹어야 함과, 대중의 질서를 배워야 한다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즉 먹거리에 대한 수행자들의 소박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찰음식을 두고 세간의 잣대로 대박이니 뭐니 하며 상술로만 이용하는 것은 오히려 탐욕심만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씁쓸함이 밀려온다.


철우 스님 율장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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