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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문제 원인은 부모에게 있다

기자명 법보신문

부부갈등이 자녀 마음의 문 닫는다

아이의 호소를 받아들이면
얼어붙은 마음도 녹아내려

 

 

▲히로나카 스님은 “아이에게 진심으로 대할 때 마음의 문이 열린다”며 부모들이 자녀의 행동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부부 사이에 있는 ‘인덕’ 차이와 함께 잘 지켜봐야하는 것은 아이의 언동(言動)의 변화다. ‘고금다난(古今多難)’이라는 말이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고난(苦難)이 많다는 뜻인데, 이것을 일본어의 옛날식 읽기법대로 발음하면 ‘고고다나’라고 한다. 일본어로 ‘고고다나’는 ‘바로 여기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고민인 ‘고금다난’은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킨 행동을 하나하나 돌이켜보면 꼭 그 문제의 뿌리인 ‘고고다나’를 찾을 수 있게 마련이다.


어느 날 어떤 부부가 우리 절을 찾아왔다. 그들에겐 19살이 된 히로시라는 아들이 있는데 히로시는 몇 년 전에 소년원(少年院)에 입소했다가 일시퇴소하자마자 사건을 일으켜 다시 소년원으로 들어간 경험이 있는 아이다. 그리고 이제 일시퇴소 하는 날짜가 다가왔다는 것이다.


히로시의 부모는 아들이 소년원에 입소한 무렵에는 자주 찾아 면회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히로시가 그 동안 진 빚을 갚기 위해 부부는 힘든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었고, 경제적인 여유가 없으니 면회도 자주 못 가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한 사정을 들은 나는 먼저 히로시의 신원보증인이 되어 일시퇴소 하기 전에 직접 그를 만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보호관찰소와 히로시가 있는 소년원에다가 면회신청을 하고 부부와 함께 셋이서 히로시를 찾아갔다.


그 날 소년원이 난리가 났다. 소년원 지도교관과 함께 면회실에 나온 히로시가 큰 소리로 외치고 책상을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버지! 난 당신 때문에 여기로 들어왔어! 당신이 나를 제대로 이끌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이런 곳에 있단 말이야!” 라고.


들어보니 히로시는 소년원에 오기 전까지 여러 과정을 거처 왔다. 처음 도둑질을 했을 때, 머리를 노랗게 물들였을 때, 귀에 구멍을 뚫었을 때, 담배를 피기 시작했을 때, 폭주족에 들어갔을 때 등등. 히로시는 부모에게 몇 번씩이나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실은 히로시의 아버지는 히로시와는 피가 섞이지 않은 양아버지였다. 그런데 아버지는 어머니와 재혼할 때 히로시를 친자식처럼 잘 살펴보겠다고 어머니와 다짐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친자식이 아니었기 때문인지 아버지는 히로시가 일으키는 사소한 일에 눈을 감기 시작했고, 히로시가 구조신호를 보내고 있을 때도 히로시를 붙잡아주지 못했다. 그리고 아버지도 어머니도 히로시의 외로운 마음을 제대로 이해해주지 못했다.


일탈 신호 알아채고 감싸면
마음 열고 새 가족관계 형성

 

 

 


8월 중순에 소년원을 일시퇴소한 히로시를 나는 우리 절에 데리고 와서 보름동안 같이 생활했다. 그리고 9월 초부터 히로시는 방을 얻어 혼자 독립해서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실은 8월말에 히로시가 “아저씨, 저 자동차 정비를 배웠으면 하는데요” 라고 나에게 상의하자, 나는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는 지인한테 전화를 걸어 히로시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히로시는 직장을 다니기 시작한 그 첫날부터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아침마다 아버지한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아버지, 안녕히 주무셨어요? 전 지금 일하러 나가요”라고. 그러자 저녁에는 아버지가 히로시한테 전화를 걸었다. “히로시, 오늘 많이 힘들었지. 잘 쉬고 내일도 힘내라.”


히로시는 왜 이렇게 많이 달라졌을까? 그 계기는 바로 히로시의 부모가 소년원에 면회를 갔던 날에 있었다. 히로시는 그날 아버지에게 폭발하듯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아버지는 자신의 모든 감정을 실토한 히로시를 다 받아들였다. 그리고 히로시 앞에서 무릎 꿇고 “히로시, 용서해줘. 내가 잘 못했다. 다 내 탓이다. 히로시, 용서해줘”라고 빌며, 둘이서 껴안고 울었다. 처음으로 아버지와 아들의 마음이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히로시와 아버지는 지금도 매일 전화통화를 한다. 아들의 절실한 호소를 아버지가 받아들임으로서 얼어붙은 히로시의 마음도 녹아내린 것이다. 우리 절을 찾아온 부모한테 나는 꼭 문제를 일으킨 아이의 성장과정을 태어나서부터 현재까지를 도표로 정리해보자고 제안을 한다. 가로축엔 아이의 연령과 행동의 변화, 그리고 세로축엔 부모한테 있었던 변화를 표시한다. 히로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소년원에 가기 전에 어떤 계기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고고다나(여기다!)’다. 그리고 아이에게 변화가 일어난 무렵에는 꼭 부모한테도 무슨 문제가 일어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여기서 어떤 가족의 예를 보기로 하자.


아이에게 첫 번째 변화가 일어난 시기인 A.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가 학교를 가기 싫어하기 시작했고 결석이 빈번해졌다. 그 무렵, 같이 살고 있었던 가족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 고부간의 갈등이 심해진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이가 가게에서 도둑질을 한 시점인 B. 아이의 엄마와 시어머니 사이의 갈등이 더욱 커져가고, 결국 분가를 하게 되었다.


6학년 때 아이가 왕따를 당한 시기, 엄마는 부부간의 갈등으로 인해 가출을 했었다. 부부간의 ‘인덕’차이가 아이의 마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중2때 아이가 담배를 피기 시작했을 무렵, 부모가 별거를 하게 되었고, 아이의 마음속에 있는 외로움은 커져만 갔다.

 

▲ 히로나카 스님

지금까지 몇 번이나 말하듯이 아이들은 불등교(不登校)나 싸움질 같은 문제행동으로 부부 간의 ‘인덕’차이에서 생긴 뒤틀림을 알려주려고 한다. 그 아이의 외침을 부모는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더 어릴 때로 거슬러 올라가 아이의 문제 행동의 출발 시점을 찾아내어야 한다. 그 동안 부부간의 갈등으로 인해 아이의 마음을 괴롭혀왔다는 점에 대해 부모는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하고, 고마워해야 한다. 아이는 온 몸으로 가족의 위기를 알려주는 신호를 보내주었기 때문이다. 부모의 진정한 사과의 감사의 마음이 아이의 마음을 열리게 하고, 그때부터 다시 새로운 가족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번역=도서출판 토향 도다 이쿠코
자료제공=주식회사 日本標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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