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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토끼

기자명 법보신문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디딘 부처님

 

▲ 순천 선암사 토끼조각.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디딘 사람은 부처님이다? 이런 발칙한 상상을 감히 할 수 있을까? 1969년 7월20일 미국 아폴로 11호에서 내린 이는 닐 암스트롱이다.


그런데 달에서 방아 찧는 토끼가 부처님이라면 동네 개가 웃을까? 아니다. 흥미롭다. 토끼는 부처님 전생이었다.

‘본생경’에는 ‘토끼의 공양’ 이야기 한 토막이 있다. 울창한 숲엔 토끼와 원숭이, 들개, 수달이 살았다. 그 중 토끼는 가장 품성이 너그러워 세 친구에게 진리를 가르치곤 했다.

 

“보시를 행하고 계율을 지키며 포살을 행해야 한다.” 어느 날 토끼는 달을 살피다가 다음 날이 포살(布薩)임을 알고 친구들에게 계를 지키고 수행자가 찾아온다면 공양을 올리도록 당부했다. 토끼의 지계 열기에 제석천의 황백색 모포와 같은 돌의자가 후끈 달아올랐다. 제석천은 수행자로 몸을 바꿔 다음 날 네 마리의 동물을 차례차례 찾았다.


수달은 어부가 숨겨둔 7마리의 빨간 물고기를 내 놓았고 원숭이는 망고 열매를, 들개는 고기와 도마뱀 그리고 우유를 공양 올렸다. 그러나 토끼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생명을 해치며 불살생계를 깰 수 없었고 자신이 먹는 풀을 공양 올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토끼는 타오르는 장작불에 몸을 던져 온전히 자신의 몸을 보시하려 했다. 불에 뛰어들기 전 토끼는 “몸에 사는 생명이 죽어서는 안된다”며 몸을 세 번 흔들었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불길 속에 자신을 내던졌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불은 토끼 털 한 가닥도 태우지 못했다. 토끼는 오히려 불이 차가워 닭살(?)이 돋을 지경이었다. 토끼의 공덕에 감동한 제석천이 ‘찬 불’을 지폈던 것이다. 제석천은 토끼를 가상히 여겨 달나라(극락)에 영원히 살게 했다. 남인도 첸나이주립박물관에는 토끼 본생 이야기를 담고 있는 조각이 한 점 있다. 토끼가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찰나가 생동감 있다.


사찰 곳곳 전각, 조각, 벽화 등에서 다양한 토끼를 만날 수 있다. 서울 화계사, 순천 선암사, 김제 금산사, 남원 선원사, 상주 남장사, 양산 통도사, 여수 흥국사 등이 대표적이다. 전남유형문화재 제169호인 순천 선암사 원통전에는 방아 찧는 두 마리 토끼가 새겨져 있다. 원통전 출입문의 이 토끼는 ‘투조모란꽃살문’의 하단에 조각됐다.


토끼는 원래 인도 고대 범어에서 달(月)의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또 달은 ‘토월(兎月)’이라고도 하는데 만월 주기가 여성의 생리현상과 동일해 ‘달=여성=토끼’라는 의미도 갖는다. 그런데 왜 하필 토끼는 계수나무 옆에서 방아를 찧고 있을까. 사실 토끼는 달에서 불로장생약을 조제(?) 중이라고 한다. 계수나무도 장수를 뜻한다.


여기서 토끼 간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토끼는 거북이 등을 타고 용왕에게 가서 간을 집에 두고 왔다는 말로 죽음을 벗어났다.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동물이다. 현대의학에서 간이 나쁘면 시력이 안 좋다고 한다. 토끼눈을 ‘명시(明視)’라고 하는데 눈 밝고 간 튼튼한 동물이 토끼인 셈이다. 용왕은 눈이 침침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최근 토끼의 눈은 눈물 양이 적고 깜박거림이 없어 안구 자극 실험에 주로 이용된다. 마취도 되지 않은 채 충혈, 눈꺼풀 부어오름, 궤양 등을 앓는다. 토끼는 지금 “간을 집에 두고 왔다”는 핑계라도 대던 옛날이 그립지 않을까. 도리어 실험 탓에 앓는 토끼에게 ‘신선한 간’이 필요할 지 모를 일이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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